여성·노동·시민단체 등이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를 갖고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 살겠다 박살내자"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
18일 오후 서울서 대규모 집회…주최측 추산 7000명 참가
[더팩트|고은결 기자] 비서 성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前) 충남도지사의 무죄 판결을 두고 사법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35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 등이 모인 '미투운동과함께하는 시민행동'(이하 미투시민행동)은 18일 오후 5시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 앞에서 성폭력성차별 끝장집회 '여성에게 국가는 없다, 못 살겠다 박살내자'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주최측 추산으로 약 7000명이 참가했다.
연사 발언 방식으로 시작된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오후 6시 10분부터 사법부를 규탄하는 구호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 이들은 행진 복귀 이후 현수막 찢기 행사, 공연 등을 하고 자유발언에 나섰다.
집회에서는 안 전 지사를 고소했던 김지은 씨 입장문을 정혜선 변호사가 대독했다. 김 씨는 편지에서 "살아있겠다 했지만 건강이 온전치 못하다. 선고일(8월 14일) 이후 여러 차례 슬픔과 분노에 휩쓸렸다"며 "죽어야 미투로 인정된다면 죽어야 하나 생각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저는 성적 폭력을 당했고 거절을 분명히 표시했다"며 "판사님들은 제 목소리를 들었는가. 검찰이 재차 확인한 증거들을 봤는가. 듣지 않고 확인하지 않으면서 왜 묻나. 왜 내 답변은 듣지 않고 가해자 말을 귀담아 듣는가"라고 비판했다.
김 씨는 이어 "여러분이 권력자와 상사에게 받는 위력과 폭력은 제가 당한 것과 같다"며 "판사님들은 '성폭력만은 다르다'고 하신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많은 그 폭력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강조했다.
이날 집회에서 참가자들은 "안희정은 유죄다", "사법부도 유죄다", "피해자 옆에 우리가 있다" 등의 피켓과 함께 구호를 외쳤다. 주최측은 원래 오는 25일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지난 14일 안 전 지사에게 무죄 판결이 나오면서 이를 일주일 앞당겼다.
한편 미투시민행동에 따르면 이날 집회의 행진 경로는 서울역사박물관-세종대로 사거리-광화문 삼거리-경복궁 삼거리-안국동 사거리-인사동 사거리-종로 2가 사거리-서울역사박물관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