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신모 씨는 지난 18일 <더팩트>와 만나 자신의 심경을 밝혔다(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의 우려로 인해 부득이 이 사진은 연출된 것임을 밝힙니다). |
"A 교수의 성희롱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더팩트 | 청주=신진환·김소희 기자] "처음엔 고소할 생각도 없었어요. 서면으로 사과하고 자진 사퇴하라고 했죠. 그런데 남아있는 여학생들이 있잖아요. 그 학생들이 저 대신 또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잖아요."
인하대학교 A 교수로부터 지속적인 성추행과 성희롱, 폭언을 당했다고 주장한 신모(25·여) 씨는 고소를 진행하게 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 씨는 당시 인하대 대학원생이자 조교를 병행하고 있었지만, 담당교수 A 씨의 잦은 폭언과 성추행을 견디지 못해 석사과정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인천 남부경찰서에 신고 접수를 하고, 조교 사직서까지 제출했다.
경찰에 접수된 신 씨와 신 씨 전임조교, 해당학과 학생들의 증언·탄원서에 따르면 A 교수는 평소 학부 수업시간에도 'ㅇㅇ 여자는 섹스를 잘하는데 한국 여자는 좋으면서 아닌 척 한다', '여자가 야한 관상이어야 시집도 잘 가고 가정생활이 원만하다'는 등의 성희롱 발언을 지속적으로 했다.
지난 18일 충청북도 청주시 모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신 씨는 약 2시간 동안의 인터뷰에서 A 교수로부터 받은 성희롱·성추행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신 씨에 따르면 A 교수는 신 씨를 뒤에서 끌어안고 강제로 뽀뽀를 하려고 하거나 신 씨가 일을 잘하면 엉덩이를 쓰다듬고 그렇지 못하면 엉덩이를 때렸다. 원피스를 입고 출근한 어느 날에는 손가락으로 신 씨의 배를 쿡쿡 누르면서 배꼽을 찾았고, 민소매를 입은 날에는 신 씨의 팔을 들어올려 겨드랑이를 만지려고 했다.
신 씨는 지난해 8월 31일 일어난 '치질약 사건' 때문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했다. 신 씨는 "조교 업무로 학과 상비약 구입 목록을 조사하다가 학과사무실에 있던 A 교수에게 필요한 것을 물었는데 '치질약이 필요하다'는 답이 돌아왔다"며 "A 교수가 '한 돌팔이 의사가 마을 보건소에서 여자들 치질약을 발라주는 치료를 했는데, 그 치료를 받고 나면 여자들 배가 불러오거나 아빠 없는 아이가 태어나는 일이 생겼다'고 말하며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주무르고 '우리 ㅇㅇ이 살살 예쁘게 발라줄 테니까 치질약 사다놔'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신 씨는 변호인을 선임하고 A 교수와 법정 공방까지 대비하고 있는 상태다. 신 씨는 "학교는 제 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며 "더는 학교를 믿을 수 없어 변호인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인하대는 신 씨의 조교 사직 사유서에 해당 내용이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학내 성평등상담실에 알려 성평등위원회를 열어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그러나 신 씨는 해당 성평등위원회가 열린 이후 학교로부터 '학교는 수사 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하지 않는 이상 학교에서 취해줄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입장만 들었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19일 오전 가해자로 지목된 인하대 ○○학과 A 교수의 연구실 문이 잠겨 있다. /인천=신진환 기자 |
다음은 신 씨와 일문일답이다.
-인하대에서 '미투(나도 당했다)' 폭로가 나온 것과 연결해서 봐야 할 것 같다. A 교수에게 피해를 입은 사람이 많은가.
학부생들은 '성희롱적 발언을 수업시간에 많이 했다'고 말하고 있어요. 예쁜 타과생은 사무실로 불러서 시를 읽어줬다고 하는데, 그 시가 여성의 성적인 것을 묘사하는 시였대요. 그런데 읽어보라면서 무슨 뜻인지 알겠냐고 물으니까 그 학생은 모르는 척을 한 거죠. 그랬더니 그 교수가 '이게 바로 여성이 성적인 매력을 풍기는 것에 대해 묘사하는 시고, 내가 너의 허벅지를 보며 느끼는 기분에 대해 묘사하는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고 하더라고요. 추행은 주로 조교나 대학원생들이 당했죠.
-고소를 결심하고 공론화 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저는 학부 1학년 때부터 교수가 꿈이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원래 타 대학원으로 석사 진학을 하려고 했는데, 그 교수가 저한테 '내가 202X년에 퇴임인데 인하대 출신 교수가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 '내가 심사위원을 볼 수 있는데, 나한테 배우면서 연습을 하고 박사를 외국이나 서울대로 간다면 추천해주겠다'는 식으로 말해서 동 대학원을 다니게 됐습니다. 그게 2015년 3월이에요. 그 전에도 야한 농담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저도 같은 과 학부생이었으니까요. 그런데 대학원을 오니까 또 다른 거예요. 처음에는 '글이 쓰레기 같다', '이딴 글을 어디서 내놓느냐'며 욕을 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시간 절반 이상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저를 뭐라고 하는 데 쓰였어요. 처음에는 그게 너무 스트레스였는데, 몇 달 뒤부터는 추행이 같이 따라온 거죠. 희롱은 당연히 더 심해졌고요. 옆에 앉기만 하면 허벅지를 주무르고 만지는 게 습관이 됐어요. 너무 스트레스였지만 '하지 마세요'라고 말을 할 수가 없는 입장이잖아요. 저는 학위가 걸려 있는 사람이라서요. '석사까지만 버티자'라고 생각했고, 가족들도 '석사까지만 기다리자'라고 했는데, 작년 8월 말 '치질약 사건'이 터진 거죠.
-지난해 9월 1일 조교 사직서를 냈는데.
대학원을 다니면서 학과 조교를 병행했어요. 그 조교 사직서를 낸 거예요. '치질약 사건' 다음날이었죠. 치질약 얘기를 한 뒤 그 교수는 학생들이 다 모인 개강 총회에서 스피커폰으로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저한테 '이 XX', '저XX' 하면서 욕을 하더라고요. 저는 그 분이 말하던 일 처리에 참여한 적도 없었고, 저와 함께 욕을 들은 전 조교도 참여한 적이 없었어요. 본인이 자필 서류까지 해놓은 일이었는데 학생들 앞에서 욕을 한 거죠.
그날 저는 치질약 얘기도 들어서 너무 화가 나서 목소리를 높이게 된 거죠. 성희롱도 당하고 성추행도, 폭언도 다 당했는데 내가 잘못하지 않은 일로 혼나게 된 것에 대해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학교 총무팀에 사직서를 제출했고, 총무팀도 사유서를 보고 '이런 일이 있었느냐'면서 바로 사직을 수리해주신 거예요.
신 씨가 A교수에게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뒤 주변인에게 하소연했던 메시지. '알수없음'이 신 씨로, 신 씨의 폰은 검찰에 증거로 제출돼 있어 주변인들로부터 당시 나눈 대화가 담긴 메시지를 받았다. |
-당시 무슨 일 때문에 A 교수가 화를 낸 것인가.
A 교수가 어떤 과목을 바꾸자고 제안하면서 본인이 직접 사인했던 건데요. 저도 자료를 뒤져보니까 그 사인이 남아있어서 경찰에 제출했어요. 당시 저와 전 조교는 그 자리에 있었는데 '이렇게 바꾸시면 다음 학번 학생들이 졸업하는 게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도, 교수가 '이번 학번 애들이 졸업해야 하니까 일단 바꿔놓고 다음 건 다음에 생각하자'고 말한 뒤 서명을 하더라고요. 조교는 말 그대로 시키는 일을 할 뿐이에요. 학사 일정 업무를 처리하는 거지, 업무를 새로 계획하거나 바꿀 힘이 없습니다.
-학위는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인가.
저는 논문도 다 썼고, 심사도 다 통과한 상태예요. 제본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는데, 제본하고 올리는 과정에서 그 교수를 또 마주쳐야 하잖아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내기만 하면 되는 상황인데, 그 사람 얼굴을 한 번만 더 보면 되는데 너무 보고 싶지 않았어요. 정말 많이 갈등했습니다. 계속 고민하다가 포기를 결심하게 된 거죠.
-A 교수가 책임을 지고 교수직에서 내려오면 신 씨가 복귀해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인가.
아뇨. 제가 공부한 학계는 너무 좁아요. 그리고 그 교수는 학계에서 영향력이 정말 세고 큰 사람이에요. 논문을 정말 잘 써서 타 대학 교수들도 '그 교수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말할 정도예요. 정말 영향력이 큰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제 얘기는 이미 다 퍼졌을 거예요. 만약 사람이 많은 과면, 다시 배울 마음으로 학교를 바꾸면 그만이겠지만, 제 전공은 고만고만하기 때문에 돌아갈 수 없어요. 돌아가봤자 저는 일종의 '내부고발자'인데 그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니겠죠. 다른 교수님도 저를 불편하게 보실 거고요. 그래서 포기를 한 거예요. 포기할 때 너무 아까워서 속상했습니다.
-돌아갈 곳이 없다고 하셨는데, 교수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을 지면 해결되는 상황은 맞는 건가.
제가 사직서를 낼 때 총무팀에서 이건 성희롱과 성추행이 붙어있는 문제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학교 내에 있는 성평등상담실에 연락을 해줘서 제가 상담센터 박사님과 얘기를 했고, 위원회도 열리게 된 거죠. 위원회는 교수들로 구성됐는데, 여자 교수들은 제 얘기를 들으시고 우셨어요.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무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더라고요.
성평등상담실 모 박사님은 고군분투해서 저 대신 말을 해주셨죠. 그런데 학교 측에서는 법적으로 하지 않은 이상 학교는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이었고요. 너무 화가 났어요. 저는 다 잃었는데, 그 교수는 계속 수업을 하고 모르쇠를 하고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 고소하고 변호사를 찾은 거예요.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후에도 학교는 여전히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인가.
먼저 제가 고소했다고 하니까 오프라인 강의가 취소됐어요.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니까 온·오프라인 강의가 다 취소된 거고요. 그런데도 그 교수는 우기고 있는 거죠. 강의를 못하게 됐으니 본인이 피해자라고요.
그 교수는 자꾸 본인이 혼내서 성추행으로 몰고 갔다고 주장하는데, 그게 아니에요. 혼난 건 혼난 거잖아요. 저는 치질약 얘기가 너무 충격이었어요. 제가 혼날 만한 일이면 혼나겠는데, 제가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학부생 앞에서 저한테 욕하고…. 정말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신 씨는 "지난 4월 6일 '인대전'에 피해사실을 적은 글을 올리고, 더 큰 2차 가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2차 피해 등의 우려로 인해 부득이 이 사진은 연출된 것임을 밝힙니다). |
-얼마나 많은 성희롱·성추행을 당한 것인가.
성희롱은 제가 특정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요. 추행도 그래요. (그 교수는) 만지는 게 습관 돼서…. (성추행은) 대략 특정한 것만 9건이에요. 성희롱은 특정한 건만 11~12개. 옆에 앉으면 허벅지를 만지다가 제가 가리면 (등을) 이렇게 만지세요. 등을 툭툭 치면 되는데. 이렇게 속옷을 만지는데 느껴지잖아요. 그게 너무 싫었어요.
-더 공론화해도 교수 측에서 '내가 언제 그랬냐'고 반박할 여지도 많은 것 같다.
제가 날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게 하나 있었어요. 개강총회 때 일인데 언제 개강총회인지 모르겠는데, 제가 얇은 옷을 입고 있었으니까 3월 아니면 9월인 건 알겠는데 정확히 날짜를 특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경찰 조사에서 '3월 아니면 9월'이라고 했는데, 날짜를 특정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9월이라고 말했죠. 그랬더니 그 교수가 통장 내역서를 갖고 온 거예요. 거기에 3월이라고 찍혀 있었던 거죠. 이런 식으로 저를 망상 있는 사람으로 몰아갔어요.
아, 그리고 제가 베트남에 여행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도 취객한테 성추행을 겪어서 경찰한테 전화한 적이 있어요. 그 일을 SNS에 올렸는데 이미 지워진 게시글인데 그걸 캡처해서 경찰에 증거로 냈더라고요. '얘 봐라. 얘는 모든 사람이 자기를 만진다고 생각하는 애다'라고요. 그런데 같이 여행간 친구가 같은 학교 타과 조교라는 것을 몰랐던 거죠. 그 친구가 증인이 될 수 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하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