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약촌오거리 살인사건' 재심→무죄→진범 '단죄'…영화 같았던 18년
입력: 2018.03.28 00:00 / 수정: 2018.03.28 00:00

대법원은 27일 18년 만에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의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억울한 누명을 쓴 최 씨가 10년 옥살이 후 재심을 청구, 무죄를 받은 사건이다. /이덕인 기자
대법원은 27일 18년 만에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의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약촌오거리 사건은 억울한 누명을 쓴 최 씨가 10년 옥살이 후 재심을 청구, 무죄를 받은 사건이다. /이덕인 기자

법원 "최 씨,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 당해" 16년 만에 무죄 선고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재심'을 통해 알려진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이 18년 만에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이 사건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27일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 모(37)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김 씨는 형이 확정되면서 사건 발생 18년 만에 마무리됐다.영화 같은 18년의 사건 스토리를 살펴보자.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은 10대 소년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10년간 옥살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 모(당시 42) 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의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유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경찰은 범인으로 사건을 최초 목격자인 최 모(32·당시 16세) 씨를 검거했다. 최 씨가 범인으로 특정된 이유는 사망한 유 씨와의 시비 중 오토바이 공구함에 있던 흉기로 살해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최 씨가 유 씨를 살해했다고 발표했다.

최 씨의 억울함은 이때부터 시작했다. 사건 당시 최 씨의 옷과 신발에서는 유 씨의 혈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수사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최 씨는 강도살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 모 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의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강도 사건은 지난 2000년 8월 10일 오전 2시께 전북 익산시 영등동 약촌오거리 부근에서 택시 운전기사 유 모 씨가 자신이 몰던 택시의 운전석에서 흉기에 찔린 채 발견되면서 시작됐다. /사진=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최 씨는 억울함을 주장했지만, 1심 재판부는 정황증거와 진술만으로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최 씨는 이후 2심에서 징역 10년으로 감형되자, 대법원 상고를 포기하며 사실상 누명을 받아들였다.

억울하게 복역 중이던 최 씨는 지난 2003년 누명을 벗을 기회가 있었다. 진범이 붙잡힌 것이다. 진범 김 씨는 범행을 자백했고, 그의 친구도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씨가 이미 복역 중이라는 이유 등으로 경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고, 김 씨와 친구는 진술을 번복했다.

결국, 진범 김 씨는 풀려났고, 최 씨는 징역 10년을 살고 2010년 만기 출소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영화 재심으로 만들어지며 이목을 끌었다. 실제 누명을 쓴 최 씨는 10년 만기 출소 후 재심을 청구해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영화 재심 포스터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은 영화 '재심'으로 만들어지며 이목을 끌었다. 실제 누명을 쓴 최 씨는 10년 만기 출소 후 재심을 청구해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영화 '재심' 포스터

억울한 누명으로 청춘을 교도소에서 보낸 최 씨는 지난 2013년 경찰의 강압으로 허위자백을 했다며 재심을 청구했다. 법원은 2016년 11월 "최 씨가 불법 체포·감금 등 가혹 행위를 당했다"며 무죄를 인정하면서 16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해 사건 누명을 쓴 최 씨가 18년 만에 누명을 벗을 수 있었던 것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태완이법'으로 가능했다.

서 의원이 발의한 살인범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이 지난 2015년 7월 24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면 최 씨는 끝내 무죄를 벗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진범을 찾아달라는 최 씨의 재심청구를 광주고법은 공소시효 50여 일도 채 남지 않은 2015년 6월에 받아들였다. 하지만 검찰이 항고함으로써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게 됐다.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해 사건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태완이법 없었다면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태완이법을 발의해 이번 사건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 의원. /더팩트DB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강도살해 사건은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일명 '태완이법' 없었다면 끝내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 태완이법을 발의해 이번 사건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서 의원. /더팩트DB

만약 대법원이 같은 해 8월 9일까지 결정하지 않았다면 사건은 그대로 확정돼 재심을 다퉈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24일, 국회에서 살인범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법안인 '태완이법'이 통과됐다. 공포 즉시 시행하게 된 이 법률안이 바로 시행된다면 약촌오거리 살인사건의 재심도 가능하게 될 수 있게 됐다.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같은 해 12월 대법원은 이 사건의 재심을 확정했고, 2016년 11월 17일 광주고등법원 형사1부(노경필 부장판사)는 살인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경찰은 최 씨가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자 2003년 진범으로 붙잡혔던 김 씨를 다시 체포했다. 김 씨는 당시와 마찬가지로 범행을 부인했지만, 검찰은 그를 구속기소 했고, 1·2심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18년 만에 진범에게 징역 15년을 확정하면서 사건이 마무리됐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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