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페 형태로 접근성을 높인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사진=심리상담카페 '멘토' |
접근성 높인 카페 형태의 콘셉트로 '심리상담'의 대중화 꾀해
[더팩트 | 강남=변지영 기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와본거죠."
지난 23일 오후 강남역에 위치한 심리상담카페에서 만난 대학생 김영진(27) 씨는 방문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김 씨는 "취업이 힘들어서 사주를 볼까 생각도 하다가 좀 더 전문적일 것이란 생각에 심리상담 카페를 찾았다"며 "나의 욕구와 성향을 알게 돼 진로 고민에 도움을 얻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강남, 홍대 등을 중심으로 카페 형태의 심리 상담센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음료를 마시고 담소를 나누는 등 편안한 분위기에서 상담을 즐길 수 있고, 검사 후 숙련된 컨설턴트의 설명까지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다소 생소했던 심리 상담에 대한 대중들의 선입견도 허물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더팩트> 취재진은 강남의 심리상담카페 '멘토'에 방문했다. 이날 카페에는 낮 시간을 활용해 카페에 들른 직장인들부터 취업준비생과 연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들로 붐볐다.
이들이 심리상담 카페를 찾은 이유는 무엇일까. 카페를 찾은 이들은 입을 모아 "'나'를 알고 타인과 원만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이날 카페에 방문한 대학생 김형남(25) 씨는 "단순히 심리상담이라고 하면 거부감이 있었는데, 지인이 카페 같은 편안한 분위기라고 알려줘 여자친구와 방문했다"며 "제3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고 '나'를 찾는 기회가 생겨 좋았다"고 말했다.
◆ 생소했던 '심리 상담'에 대한 선입견 줄어
2011년 합정동에 처음 문을 연 심리상담카페 '멘토'는 기존의 심리 상담센터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임상 심리와는 달리 편안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이뤄지는 심리 검사 콘셉트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7년 서울 강남, 건대점을 비롯해 대구, 전주, 일산, 수원, 부산 등 11개 지점을 열었다.
이 같은 인기에 대해 심리카페 멘토 김화숙 대표는 "처음부터 호응이 있었던 건 아니다"라며 입을 열었다. 그는 "십여 년 전만해도 심리상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심리상담 뿐만아니라 관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스스로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식의 편견이 컸던 것"이라고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심리, 관계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이를 소통하고 고민을 상담할 만한 창구가 존재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국내 정신질환 환자 수는 2004년 이후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기동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정신질환자 수는 모두 1227만 명, 진료비는 13조5443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232만 명이던 환자수는 2016년 266만 명으로 14.7%, 진료비는 2012년 2조2천228억 원에서 지난해 3조2천483억 원으로 각각 46% 가 늘었다.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의 수가 해마다 증가하는 원인에 대해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은 급변하는 사회와 무한 경쟁에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아주대학교 건강심리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송보미(35) 씨는 "카페형 심리상담센터가 물질만능주의로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감정 분출구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심리카페의 인기 현상에 대해 설명했다.
실제 국내에서 정신질환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정신과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만 가는 곳으로 인식하고 멀리하려는 경향이 크다.
이처럼 정신과 치료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카페 형태의 심리상담센터가 하나의 대안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최근 '나'라는 존재를 찾으려는 취업준비생들과 직장인, 기업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강남=변지영 기자 |
◆ '나'와 '개인'의 성향 이해하려는 기업·사회 분위기 늘어
심리상담 카페의 주된 고객층은 대학생들이다. 카페가 건대, 강남, 홍대 등 젊은이들의 데이트 코스와 역을 중심으로 생겨난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현장 관리자는 최근 단체 예약을 문의하는 강남 주변 기업체의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심리카페 멘토 강남점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민규(28) 컨설턴트는 "작년에는 개강을 시작한 3월부터는 비수기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졸업한 취업준비생들이나 강남역 주변의 직장인들이 회식 후 워크샵 개념으로 방문하는 등 다양한 고객층이 늘어 저녁까지 붐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달 심리카페 멘토 강남점에만, 심리상담을 예약하는 기업은 6, 7팀으로 늘었다. 규모는 한 팀당 20명에 달한다.
이날 오후 6시가 지나자, 직장 동료로 보이는 무리 3명이 카페에 방문했다. 이들은 이내 머리를 맞대고 각자의 성향을 비교했다. 이날 심리카페를 찾은 직장인 강모(34) 씨는 "지도자의 입장에서 나의 모습을 돌아보고 직원들과 융화하고 싶어 회식 대신 동료들과 심리상담카페를 찾았다"고 방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또 다른 동료 한모(29) 씨는 "함께 서로의 성향을 파악하니 오해했던 점들이 풀리고 나의 정확도를 추구하던 면이 신속함을 추구하는 팀에서는 맞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게 됐다"면서 "돌아가 타 동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고 전했다.
심리상담카페를 찾는 직장인, 기업들의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담자들은 자신을 돌아볼 시기 없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실 때문이라고 읍소한다.
현대인들은 정신과 대신 편안한 분위기의 심리상담카페나 센터를 감정 해소의 장으로 삼는다. /변지영 기자 |
강남에 위치한 또 다른 카페 콘셉트 심리상담센터 카페버크만의 변정민 심리상담사는 "최근 기업 오너들의 예약 방문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임원진들도 때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센터를 찾는다는 것이다.
변 상담사는 "센터를 찾았던 고객들의 상당수가 자신의 욕구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이들은 '나'라는 존재 없이 지내온 시간을 상담을 통해 조금이나마 깨닫고 업무에 정진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또 그는 "과거에는 심리상담에 관심을 가지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시선들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사람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근원적인 해석으로 들어가 심리삼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환기를 시키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김 대표도 "상대적으로 정신과 상담에 보수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임원진들 사이로 병원이 아닌 카페콘셉트의 장소에 편안한 마음으로 방문해 상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학생정신건강 연구소 연구원 장지현(32) 씨는 "경제적으로 충족되지 못했던 70, 80년대에 자신을 챙기지 못한 채 달려왔던 직장인들과 자기다운 삶을 추구하는 20대의 고민이 맞물린 상태"라며 "국가적 차원에서 국민 정신건강에 대한 고민을 제고해봐야할 때"라고 주장했다.
정부도 국민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인력 역량 강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눈치다. 정책에 따른 전략 수립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중앙정신건강복지사업지원단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역량 향상 및 체계적인 체제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면서 "지난 2월부터 지역 사회 내 정신의료기관이나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서 일하는 정신건강 상담 전문 인력을 충원 및 교육하는 등 역량 강화에 더욱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