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기준 미달' 유아교육과 감축…"현장 외면" vs "공평한 평가"
입력: 2018.03.23 05:37 / 수정: 2018.03.23 05:37
전문대 유아교육과와 일반대 교직과정 등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과정의 정원이 2019학년도부터 770명 줄어든다. 사진은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의 모습. /김소희 기자
전문대 유아교육과와 일반대 교직과정 등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과정의 정원이 2019학년도부터 770명 줄어든다. 사진은 한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의 모습. /김소희 기자

감축 대상 학교 "평가 기준 모르겠다" 주장…교육부 "사전 설명 충분했다"

[더팩트 | 김소희 기자] 2014년 정시 2차 모집에서 92.5대 1의 지원율을 보였던 한양여대 유아교육과 입학 정원이 2019년부터 정원을 30% 줄어든다. 교육당국 평가 결과 낙제점인 C등급을 받았기 때문인 데, 학교 안팎에선 "현장 평가가 충분히 담긴 것 맞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반면 정부는 "충분한 사전 설명이 이뤄졌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1일 2017년 교원양성기관 평가 결과 5개 등급 중 최하위 등급인 E등급을 받은 서해대학교 유아교육과를 폐지하고, 낙제점(C·D등급)을 받은 35개 기관의 정원을 줄이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전문대 유아교육과와 일반대 교직과정 등 교사를 양성하는 학과·과정이 대상이 됐다. 유치원교사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전문대 유아교육과 91곳 중 C등급을 받은 13개 대학은 정원 30%를 줄여야 한다. 정원 50%를 줄여야 하는 D등급은 없었다.

교원양성기관 평가는 교육부가 예비교원 양성교육의 질을 관리하기 위해 1998년부터 시작됐다. △1주기(1998~2002년) △2주기(2003~2009년) △제3주기(2010~2014년)를 거쳐 현재 4주기(2015~2017년) 평가를 마무리했다.

그 결과, 한양여대 유아교육과는 C등급을 받았다. 학교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한양여대는 유아교육과를 특성화학과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한양여대 부속을 비롯해 135개 유치원 및 어린이집과 산학협력을 맺고 있고, 한양여대 부속 유치원을 통한 연계 실습 교육과 다양한 전공 동아리가 있다는 게 '자부심'이다.

교원 양성기관 평가 결과 C·D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을 줄여야 하고, 최하점인 E등급을 받은 대학 학과는 폐과된다. /pixabay
교원 양성기관 평가 결과 C·D등급을 받은 대학은 정원을 줄여야 하고, 최하점인 E등급을 받은 대학 학과는 폐과된다. /pixabay

한양여대 유아교육학과장을 맡고 있는 양수영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대학을 대상으로 교육 개별 평가 기준을 만들어 평가를 해서 정원을 감축한 것"이라며 "사실 정당하다는 생각보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정성지표'에 대한 아쉬움을 보였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015년 이번 4주기 교원 양성기관 평가를 시작하면서 "기존 정량지표 중심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성지표가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양 교수는 "우리 학과가 C를 받을 만큼의 정량지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나 교육부가 정량지표 중 어떠한 부분에서 감점을 받았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다"면서 "그런데 정성지표에서 어떤 요인이 감점 사항이 됐는지 설명이 부족한 상황이니 다음 평가 때 어떤 것을 보완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교육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평가는 외면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학생들이 졸업 후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인정 받고 있는지도 중요 평가 지표로 작용해야 한다"며 "우리 학과 출신은 현장에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결과 발표 이후 학교 자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에 대학 교육은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돼있는데, 현재 교원 양성기관 평가 기준에 대해 많은 학교에서 의문점을 갖고 있다"며 "서울에 있는 전문대 중 유아교육학과가 설치된 학교가 몇 군데 없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대학을 선택할 때 누릴 수 있는 권리마저 이번 결과로 박탈당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 생각은 다르다. 교육부는 학생 수는 점차 줄고 있는데 교원자격증이 과잉 발급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사 수를 당장 줄이기는 사실상 무리인 까닭에 교원 양성 과정 정원부터 줄여나가는 게 옳다는 것이다.

교육부 교육양성연수과 최지웅 사무관은 통화에서 "교육부와 대학은 교원 양성기관에서 양성이 잘 되고 있는지, 또 정원 조정이 필요한지에 대해 늘 이견이 있다"며 "교육부는 무조건 감축 기조로 간다는 것이 아닌, 양성 기관 정원의 균형을 맞춘다는 취지로 평가를 한다"고 설명했다.

평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대학은 자신들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동일한 기준으로 국가 차원에서 점검했을 때 잘하고 있는 대학과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학이 분명히 나타난다"며 "부실하게 운영되는 학교의 정원을 줄여서 전체적 교원 양성기관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전 설명이 미흡한 것 아니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교육부가 생각하는 평가 기준과 대학에서 생각하는 것이 조금은 다를 수 있겠으나 어떤 평가 지표로 평가하는지에 대한 안내는 4주기를 시작했던 2년 전에 고지가 됐다"며 "각 평가지표 당 배점도 구분돼 있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정성 지표 역시 보고서 작성할 때 어떤 요소를 중심으로 작성해야 하는지 설명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평가를 두고 교육부와 감축 대상이 된 대학교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소희 기자
이번 평가를 두고 교육부와 감축 대상이 된 대학교는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김소희 기자

대학에서 세세한 평가 기준을 요구한다고 설명하자, "교육부가 말하는 평가 기준의 구체성과 대학에서 요구하는 구체성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최 사무관은 "일부 대학에서 평가 척도를 보다 세세하게 공개하라며 불만을 제기하는데, 지금보다 세세하게 공개할 경우 평가 척도에만 맞춰 대학들이 준비하게 된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모든 대학에 동일한 사전 설명을 충분히 했다고 판단된다"고 했다.

현재 C·D 등급을 받아 정원을 줄여야 하는 대학이 다시 증원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최 사무관은 "유치원 교사의 수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면 평가 결과에 따라 증원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교원의 양성 규모 증원을 말하기엔 사실상 무리가 있다. 검토는 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정원 감축 대상이 된 학교와 정원 감축 필요성을 주장하는 교육부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양측의 입장을 좁히기 위한 해결책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통화에서 "현재 유치원 수가 부족하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 속에서 적절한 유아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유치원과 유아교육학과는 증설되는 것이 마땅하지만, 교원 양성기관은 질이 담보돼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다만 "학교 입장에서 학과를 폐과한다는 것은 굉장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평가 결과가 학교에 던지는 충격이 클 것"이라며 "문제점을 개선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서 운영하는 것도 바람직한 측면이라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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