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의 사사건건] '뇌물' 대통령, 참을 수 없는 '자리'의 가벼움
입력: 2018.03.16 08:48 / 수정: 2018.03.16 08:48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왼쪽)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명박 전 대통령(사진 왼쪽)이 14일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해 3월 21일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도 같은 자리에서 자신의 혐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사진공동취재단

[더팩트 | 김소희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21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지 불과 1년 만인 지난 14일 이명박 전 대통령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국민들은 1년 사이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니, 봐야 했다.

이유가 어찌됐든, 혐의가 무엇이든 전직 대통령이 검찰의 소환조사를 받는 것은 불명예스러운 일이다. 이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알려진 이재오 전 의원도 "어쨌든 전직 대통령이 수사를 받으러 검찰에 오는 건 죄송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 '정치보복'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지만 말이다.

1년 사이 피의자로 검찰청사 포토라인에 선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을 보면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혐의와 의혹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 '많이' 닮았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13개 혐의로 검찰에 출석했지만, 수사가 진행되면서 혐의 개수는 늘어나 현재 21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의혹을 시작으로 다스의 BBK 투자금 140억 원을 회수하는 데 청와대 등 권력기관을 동원한 의혹, 삼성전자가 60억 원에 이르는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의혹, 친인척 명의의 차명 부동산을 보유한 의혹 등 20개 안팎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문병희 기자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부인했던 박 전 대통령은 구속됐고,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는 중형을 선고 받았다. /문병희 기자

박 전 대통령은 검찰 조사에서 혐의를 전부 부인했지만 구속을 면치 못했다. 최순실 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뇌물을 주고 받은 공범들이 이미 재판에서 유죄를 인정받아 중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구속 여부는 조만간 결정되겠지만, 이 전 대통령이 처한 상황도 박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이쯤 되니 대통령이 되면 검찰에 출두하는 것이 '통과의례'라고 생각될 정도다.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뇌물수수와 관련된 의혹을 받아왔다. 전직 대통령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첫 사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었다. 재임 당시 기업들로부터 수천억 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95년 11월 1일과 15일 두 차례에 걸쳐 대검 중앙수사부에 출석, 조사를 받았다.

12·12 군사쿠테타와 5·18 광주민주화 운동 탄압으로 군형법상 반란·내란수괴 등의 혐의로 검찰 소환 통보를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구속 이후인 1996년 1월 수천억 원대의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뇌물수수 혐의로 2009년 4월 30일 검찰에 모습을 드러냈고, 1년 전 박 전 대통령은 국정농단 사건 피의자로 검찰청사의 포토라인에 섰다.

물론 보수와 진보 진영간, 전직 대통령의 검찰 출석에 대한 견해가 서로 다를 순 있지만 '명백한' 사실은 앞서 열거한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비위 혐의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았다는 것이다.

밀란 쿤데라는 저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인간의 삶이란 오직 한 번뿐이며, 모든 상황에서 우리는 딱 한 번만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과연 어떤 것이 좋은 결정이고 어떤 것이 나쁜 결정인지 결코 확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인생은 한 번 뿐이기 때문에, 상대성을 적용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그만큼 결정의 무게는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엄중한 경고의 의미도 내포한 듯하다. 책의 제목이자 책 속 주인공들의 후회에서 비롯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수식은, 도리어 인생에 대한 진중한 자세를 권고하는 경종이 된다.

지난 1년 간 국민들은 두 전직 대통령의 모습을 바라보며 참을 수 없는 '대통령 자리'의 가벼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 대통령의 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 대통령은 하늘에서 내려준다고 했는데 이처럼 '가벼운' 자리가 있을까 싶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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