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사건 피해자 공동변호인단'은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윤택 씨를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이 씨가 성추행 논란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하고 있는 모습. /남용희 기자 |
[더팩트 | 김소희 기자] 경찰이 '미투(#Me too·나도 피해자)' 폭로로 드러난 연극연출가 이윤택(66) 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친고죄' 폐지 이전 가해 행위에 대한 처벌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일 서울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정례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투 폭로와 관련한 10건의 사건 외에 검찰에 고소장이 제출된 이 씨의 성폭력 혐의에 대해 정식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 연극인 이재령·홍선주 씨 등은 이 씨에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16인을 대신해 서울중앙지검에 이 씨를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접수했다.
특히 이 청장이 미투 관련 사건을 수사하면서 공소시효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부분에 관심이 집중됐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하더라도 조사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고 다른 법률을 적용할 여지가 있을 수 있으므로 의혹 해소 차원에서 형사 처벌 여부와 상관없이 조사하겠다"는 이 청장의 발언과 관련해, 실효성 여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문제는 피해자들이 주장한 이 씨의 가해 시점이다. 고소장에 적시된 이 씨의 가해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17년까지 37년에 걸쳐 있다. 피해 사례는 주로 2001~2010년에 집중돼 있다.
이에 2013년 6월 폐지된 친고죄 조항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검찰 수사 역시 친고죄 폐지 시점 이후 벌어진 성범죄 의혹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친고죄 폐지 이전 사건의 경우 사건 발생 후 6개월~1년 이내 고소하지 않으면 처벌이 불가능하다. 또 강간·강제추행죄의 공소시효는 10년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경찰은 2010년 신설된 상습죄 조항을 적용하면 2013년 이전 범행이라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을 토대로 "2010~2013년 사이에 일어난 범행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윤택씨의 가해 행위는 대부분 2013년 친고죄 폐지 이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pixabay |
법조계는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경찰의 의지를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법률사무소 율도 이남주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찰의 발표는) 지나간 것에 대해 소급 적용하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 변호사에 따르면 2010~2013년 사이 발생한 상습 추행이나 상습 범죄의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있어 조사 과정에서 이전부터 상습성으로 묶을 수 있는 범행이 나올 경우 처벌이 가능하다. 가령, A씨에 대한 추행이 그 자체로 처벌받지 못하더라도 이후 발생한 B씨의 추행 증거로 활용돼 상습성을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투' 폭로에 동참한 이들이 16명에 달한다는 점도 사실 입증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이 변호사는 "이윤택 씨가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는 수사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여러 피해자의 진술이 상호간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신빙성 있는 자료로 근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형사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경찰의 주장이 이 씨에게 '인권 침해'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변호사는 "이 씨는 강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강제 추행에 대해서는 인정했다"며 "피해자가 한두 명이 아닌 상황에서 각각 진술에 일관성이 있고 신빙성이 있다면 상습성을 인정하는 데 추가적인 증거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수사가 진행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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