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男교수 전원 미투 가해자' 명지전문대 '줄휴강'…"학생만 피해자"(영상)
입력: 2018.03.04 05:00 / 수정: 2018.03.04 14:00

명지전문대학 영극영상학과의 3명의 남자 교수진 전원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다. /서대문=변지영 기자
명지전문대학 영극영상학과의 3명의 남자 교수진 전원이 미투 가해자로 지목됐다. /서대문=변지영 기자

학교 측, 성추행 의혹 박중현·최용민·이용택 교수 3명 '직위해제' 요청

[더팩트|서대문=변지영 기자] "개강일인데 수업이 줄줄이 휴강되면서 멘붕이죠."

'남자 교수진 전원 미투 가해자'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명지전문대학 연극영상학과 재학생 A(22) 씨가 전한 학내 분위기이다. A씨는 "줄휴강 탓에 수강신청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학교 측에서 빠른 정상화 방안을 알려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개강일인 지난 2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은 명지전문대학은 개강일이 무색할 만큼 조용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학내 분위기는 '혼란' 그 자체였다. 일부 연극영상학과 학생들은 모일 때마다 최근 '미투 운동'에 연루된 교수진에 대해 이야기했고, 학교 측의 대책이 나오지 않은 탓에 수업 정상화가 이뤄질지도 의문인 듯했다.

◆개강일 '줄휴강'…학생들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

연극영상학과 사무실이 위치한 본관 8층에 도착하자 정면과 우측 사무실 기둥으로 2장의 커다란 공지문이 눈에 들어왔다. 공지문에는 '우선 재학생들을 1순위로 챙기겠다. 성추행 파문을 빚은 교수들에 대한 적합한 처벌과 징계를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학생회 측의 공식 입장이 적혀 있었다.

학과 사무실을 제외한 강의실과 교수실은 모두 굳게 닫혀있었다. 각 교수실 문을 수차례 두드렸지만 인기척은 없었다. 줄줄이 휴강 상태임을 방증하는 듯했다.

강의실에 없던 학과 학생들은 무리를 지어 학교 운동장이나 본관 앞을 배회했다. 본관 1층 카페에 앉아있던 신입생 B(19)씨는 "강의가 없어서 앉아 있었다"며 "오늘은 오리엔테이션 날이라서 본강의는 진행하지 않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해당 학과 사무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개강 직전에 배우 최용민 씨를 비롯해 학과장이었던 박중현 교수, 이영택 교수 등 3명의 교수진이 모두 '수업배제조치'를 받으면서 수업이 휴강됐다"라고 설명했다.

◆학생들 "미투 동참…학과 이미지 나빠져 속상"

오후 5시쯤 한 무리의 재학생들이 학과 사무실을 찾았다. 학과 사무실 앞에는 <더팩트> 외에도 수많은 취재진이 모여 진을 치고 있던 상황이었다. 학생들은 복도 앞에 몰린 취재진들의 시선을 피하며 말을 아꼈다. 학과 강의실 옆의 방송국 학생들은 이따금 문을 열어 취재진이 갔는지를 확인하기도 했다.

해당 학과 재학생들은 사건에 대해 언급하길 조심스러워 했다. /변지영 기자
해당 학과 재학생들은 사건에 대해 언급하길 조심스러워 했다. /변지영 기자

해당 학과 재학생 C(21)씨는 "졸업생들이 당한 피해사실에 동감하고 미투 운동을 적극 응원한다"면서도 "학과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속상할 따름"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가 우선적으로 챙겨야 하는 학생들은 지금 학교를 다니고 있는 재학생"이라며 수업 정상화를 위한 학교 측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드러내놓고 '가해자'로 지목된 교수진을 비난하진 못하는 분위기였다. 졸업 후 진로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 듯했다.

재학생 D(22)씨는 "아무래도 학과가 방송과 관련되다 보니 부담이 있다. 사건이 터졌지만 교수님들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돌아 재학생들이 말을 하기는 쉽지 않다"고 했다.

한 학생회 관계자는 "교수들이 제자들의 방송 출연 기회를 끌어주기도 하기 때문에 쉽사리 비판하기 어려운 분위기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 배우 최용민, 언론에 먼저 교수직 사퇴 의사 밝혀

개강을 앞두고 해당 학과의 남성 교수진 모두가 성추행 폭로 사건에 연루되면서 학교 측도 당황한 눈치였다. 정순례 교무처장은 <더팩트>에 "오전에도 수차례 언론에서 다녀갔다. 업무를 하기 어려운 정도"라면서 "긴급하게 사실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지난달 28일 정교수 3명에 대해 직위해제를 요청해둔 상태"라고 했다.

학교 측은 이번 미투 가해자로 꼽힌 교수진 중 배우 최용민 씨가 포함돼 있어 더 충격이었다고 했다. 학교 관계자는 "최 교수가 교수직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의문스러운 점이 있었다"며 "최 교수가 학생 및 학교 측에 입장을 표명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에서 먼저 교수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했다.

폭로글 이후 용기낸 해당 학과의 한 남학생은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이를 묵인한 타 교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지영 기자
폭로글 이후 용기낸 해당 학과의 한 남학생은 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이를 묵인한 타 교수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변지영 기자

앞서 최용민 교수는 지난달 28일 소속사를 통해 "재직 중인 교수직을 사퇴하고 모든 연기 활동도 중단하겠다"는 사과문을 언론에 발표했었다.

정 처장은 "3명의 교수진이 모두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학교 측도 굉장히 조심스럽다"면서 "특히 배우 최용민 씨의 교수직 사퇴 의사와 성추행 의혹에 대해서는 개강 이틀 전, 기사를 통해서야 알게돼 적잖히 당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밝혀진 성추행 사건은 과거 2005년도 타 학교 학생 사이에 있었던 일로 이미 당사자에게 사과를 했던 사건'이라며 자필 사직서를 제출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아직 최 교수의 사표를 수리하진 않은 상태라고 했다. 사표를 수리하게 되면, 추후 학내 재학생들에 대한 성추행 사실이 확인되더라도 더 이상 학교 소속이 아닌 최 교수에게 징계를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처장은 "당시 최 교수에게도 명확한 사실확인이 되기 전에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재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처사였다"고 했다.

학교 측은 최 교수의 교수직 사퇴 의사를 언론을 통해 알게됐다고 전했다. /변지영 기자
학교 측은 최 교수의 교수직 사퇴 의사를 언론을 통해 알게됐다고 전했다. /변지영 기자

교수진들의 사과 소식에 대해 해당 학과 재학생인 E(22)씨는 "수업을 받지 못하면서 학생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떠난다고 하면 다 해결되는 것이냐"면서 "더 큰 폭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사과하고 사건을 봉합하려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생회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학생회 관계자는 "이미 정해진 시간 대에 강사를 초빙해야 하게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다음 주 내에 당장 강사 초빙이 어려워지면 학생들은 종강 후 한 주 수업을 더 나와야 한다. 가능한 학생들의 수업에 차질이 없는 방향을 최우선으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명지전문대 미투 운동은 지난달 25일 익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지인 '명지전문대학 대신전해드립니다'에 연극영상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익명의 제보자들이 교수들의 성희롱 사실을 폭로하는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교수가 남학생과 여학생에게 안마를 강요하고, MT에서 신입생들을 방으로 데려가 강제로 술을 먹였다. 또 제자를 강제로 껴안고 허벅지와 엉덩이를 토닥이기도 했다'는 등의 폭로글이 이어지자, 해당 학과 남성 교수 전원(최용민, 박중현, 이영택)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했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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