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미투운동 가해자' 이윤택·조민기, 처벌 가능성은?
입력: 2018.02.27 15:19 / 수정: 2018.02.27 15:19

법조계와 문화계 등 각 분야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법조계와 문화계 등 각 분야별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의 가해자들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더팩트 DB

성범죄 발생 시점 관건…친고죄 폐지 시점·공소시효 따져봐야

[더팩트|변지영 기자]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고발로 시작된 일명 '미투(#Me too·나도 피해자) 운동'이 법조계뿐만 아니라 문화·예술계, 심지어 종교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경찰은 '미투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19명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고, 혐의가 드러난 일부 인사들에 대해선 영장 청구 방침을 밝히면서 이들의 처벌 가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경찰은 지난 26일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를 받는 경남 김해지역 '극단 번작이' 대표 조증윤(50) 씨를 체포했다. '미투 운동' 이후 문화계 인사가 체포된 것은 처음이었다.

◆경찰, '미투 운동' 가해자 19명 수사중…정식 수사 3명

이 사건을 수사중인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계는 "조 씨가 2007~2012년 사이 당시 미성년인 각각 16·18세의 여성 단원 2명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했다"고 했다.

같은 날 이철성 경찰청장은 '미투 운동' 가해자로 지목된 19명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했다. 이 청장은 "인지도가 있는 유명인들을 중심으로 19명의 혐의를 파악하고 있다"며 "정식 수사나 내사에 들어간 사건은 3건, 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사안이 1건"이라고 했다. 조사 대상에는 언론에 보도된 조증윤 씨를 비롯해 배우 조민기 씨, 연출가 이윤택 씨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연출가 이윤택 씨의 성추행 사실은 지난 14일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10여 년 전 단원 시절 이 씨가 성추행했다"고 폭로하면서 드러났고, 이후 이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다수의 피해자들도 나왔다.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가 지난해 청주대학교 여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교수였던 배우 조민기가 지난해 청주대학교 여학생들을 추행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더팩트 DB

그렇다면 이윤택 씨의 경우처럼 공소시효가 지난 10여 년 전 발생한 범죄를 처벌할 수 있을까.

법조계는 최근 10년 이내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가 고소를 하거나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19일 이후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폭력이나 성추행 등은 처벌 대상이지만, 사건 후 상당한 기간이 흘렀다면 현행법으로는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형사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성폭력 관련 범죄의 공소시효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죄 7년, 강제추행 10년, 강간 10년 등 10년 이하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 씨의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또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사건이 발생했던 시점의 성범죄는 친고죄를 적용하는데, 사건이 일어난 때로부터 6개월~1년 이내에 피해자가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다. 친고죄는 범죄 피해자나 그 밖의 법률에서 정한 사람이 고소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뜻한다.하지만 성범죄의 피해자 명예와 2차 피해 우려 등으로 2013년 6월 형법 개정을 통해 폐지됐다. 즉, 친고죄 폐지로, 피해자의 고소 없이도 수사를 진행,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정현석 변호사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윤택 전 연출가의 성추행 사건의 경우, 10년이 넘었기에 처벌은 당장 어려워 보인다"면서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내에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또 "최종적으로는 공소시효 문제를 검토해봐야 한다"며 "고소제기 기간과 공소시효를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지금 새로운 법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난 사건에 대해서는 죄형법정주의의 형벌불소급원칙에 따라 과거 법을 따르기 때문에 사실상 형사 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성폭행 관련 미성년자를 추행했다거나 하는 특별법 등에 해당되면 기간이 달리 계산되는 바도 있어 범죄형태와 사건이 경과된 기간에 주목해야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조계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소속 극단 배우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출가의 형사적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pixabay
법조계는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소속 극단 배우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출가의 형사적 처벌이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pixabay

그렇다면 민사 소송 등 다른 법적 대응은 가능할까.

최근 공연과 미술, 음악 등 5개 분야 예술인 100명은 예술인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어 연출가 이 씨를 고소하기로 했다.

이에 한 언론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손훈모 변호사는 "연출가 이윤택 씨가 예술인들의 자긍심과 자존심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가해자 원하면 민사 손해배상 가능

이에 대해 노영희 변호사는 "형사적 처벌은 어렵다 하더라도 정신적 위자료 측면에서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겠지만, 안타깝게도 민법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했어야 한다.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민사상으로도 손해배상 청구는 어렵다"고 답했다.

그는 다만 "당시 이 씨가 기자회견에서 말한 바와 같이 '본인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시 소멸시효 주장을 안하겠다'고 책임을 인정한다면 얼마든지 손해배상에 대한 법적 판단을 받을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 19일 성추행 관련 기자회견에서 "피해를 본 당사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면서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 씨의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배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26일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며 '미투(Me too)' 운동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문 대통령은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사법 당국은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호응해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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