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태움·왕따' 직장내 괴롭힘…형사처벌 가능할까?
입력: 2018.02.26 00:05 / 수정: 2018.02.26 00:05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이 간호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교묘한 방법의 태움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더팩트DB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이 간호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교묘한 방법의 '태움'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더팩트DB

간호사 40%이상 '태움' 경험…법령 규정 행위 처벌 가능

[더팩트 | 최재필 기자] 서울 대형병원의 간호사 A(27·여)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직장 내 괴롭힘인 이른바 '태움'은 간호업계의 고질적 병폐로 드러나고 있다. A씨의 죽음 이후 다른 병원에서도 '태움' 등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다.

태움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의미로, 간호업계의 직장 괴롭힘을 지칭하는 은어다.

실제 간호사 10명 중 4명이 '태움'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하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18일부터 올해 2월14일까지 약 2개월간 간호사 609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의료기관내 갑질문화와 인권유린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 중 83.8%(5105명)가 '직무스트레스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태움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41.4%(2542명)에 달했다. 욕설 같은 폭언 경험은 65.5%(4000명), 폭행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율도 10.5%(641명)로 집계됐다. 성희롱·성추행 같은 성폭력을 경험한 간호사는 13.0%(794명)였다.

그렇다면 태움이나 왕따 같은 직장 괴롭힘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까.

법조계에선 법령상 규정된 행위유형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성폭력이나 폭행, 폭언 등은 처벌대상이 될 수 있지만, 과중한 업무 부여, 왕따 같은 교묘한 형태는 사실상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이야기다.

최종상 변호사는 "죄형법정주의에 의거, 법적으로 규정된 위법 행위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왕따나 과중한 업무 등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며 이렇게 설명했다.

"타인들 앞에서 폭언이나 폭행 등의 경우엔 모욕죄나 명예훼손, 폭행 등에 명확한 처벌대상이 될 수 있다. 업무 외의 사적인 일을 시키는 것도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 하지만 따돌림이나 업무와 관련된 일을 과다하게 시키는 것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어렵다. 태움 역시 직장 괴롭힘의 일종인 듯한데, 이에 대한 법적 요건이 없어 처벌이 불가능하다."

서초동 한 변호사 역시 "직장 괴롭힘은 형사처벌이 어렵다"며 "설령 피해자가 폭언 등의 경험을 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증명하기 위해선 증거나 증언이 필요한 데 상습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증거를 수집하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간호사 A(27·여)씨가 설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그가 간호부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에 시달려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pixabay
간호사 A(27·여)씨가 설을 하루 앞둔 지난 15일 오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그가 간호부에서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에 시달려 죽음으로 내몰린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pixabay

형사처벌이 힘들다면 민사 소송 등 다른 법적 대응은 가능할까. 법조계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증거 수집이 힘들기 때문이다.

최 변호사는 "평소 증거 수집을 하지 않았을 경우 직장 괴롭힘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며 "증거를 수집했다거나 법정에서 증언을 세운다고 하더라도 다툼의 여지가 있다. 가해자 측에서도 증언이나 증거를 내세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협박을 당하거나 폭언을 듣는 경우마다 증거를 수집하는 게 최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태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유가족은 25일 간호사연대를 통해 입장서를 내고 "멀쩡했던 아이가 자살까지 결심하게 만든 건 병원"이라며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jpcho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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