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순의 길거리 사회학] 평창올림픽에 비친 '특권의식'과 '공정성'
입력: 2018.02.22 00:05 / 수정: 2018.02.22 00:05

박영선 의원은 허가받은 극히 일부만 들어갈 수 있는 통제구역에 들어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를 격려하다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평창=임영무 기자
박영선 의원은 허가받은 극히 일부만 들어갈 수 있는 통제구역에 들어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를 격려하다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평창=임영무 기자

[더팩트 | 임태순 칼럼니스트] 평창올림픽에서 구세대의 특권의식과 공정을 추구하는 신세대 문화가 충돌했다. 결과는 기성세대의 패배다. 특권의식을 부리다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람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국회의원이다. 두 사람 모두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최근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에서 발생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VIP석 구설수와 관련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회장 일행은 IOC가 예약해둔 좌석에 앉으려다 제지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이 분이 누군지 아니” “IOC 별거 아니야”라며 위세를 부리다 여론의 분노를 샀다. 뒤늦게 사과를 했으나 자원봉사자가 없는 형식적인 사과를 해 빈축을 샀다.

대한체육회장은 평창 올림픽에 오는 손님을 맞는 주인이다. 호스트가 본인 잘못으로 손님 앞에서 사과문을 낭독해야 했으니 이래 저래 망신살이 뼏쳤다. 박영선 의원은 허가받은 극히 일부만 들어갈 수 있는 통제구역에 들어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윤성빈 선수를 격려하다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박 의원 은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국제 스켈레톤 연맹 회장의 안내를 받아 들어갔다고 경위를 설명했으나 스켈레톤 연맹 회장은 그를 알지도 못한다고 해 체면을 더욱 구겼다. 두 사람 모두 진정성 없는 사과로 화만 더욱 키운 꼴이다.

신세대는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정해진 원칙과 룰은 지켜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야 사회가 공정해지고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윤성빈을 응원하는 신세대./평창=임영무 기자
신세대는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정해진 원칙과 룰은 지켜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그래야 사회가 공정해지고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는다고 믿는다. 윤성빈을 응원하는 신세대./평창=임영무 기자

두 사안 모두 과거 같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리 IOC가 예약한 VIP석이라도 체육단체의 대표인 대한체육회장이 와서 앉겠다고 하면 감히 말리지 못했을 것이다. 또 집권 여당의 중진 국회의원이 통제구역에 들어갔더라도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당연히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신세대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높은 사람이라도 정해진 원칙과 룰은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사회가 공정해지고 불평불만이 생기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이번 올림픽에서 이런 일을 한차례 겪었다. 바로 아이스하키 여자 남북 단일팀 구성이다. 젊은이들은 대회를 코앞에 두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것에 대해 반발했다. 오로지 평창올림픽만 보고 오랜 시간 고생을 해온 남한선수들 가운데 일부가 단일팀 구성으로 인해 탈락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반면 기성세대는 남북 단일팀이라는 대의가 있으면 어느 정도 개인의 희생은 감내할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봤다. 기성세대가 이렇게 생각한 것은 그들 스스로가 오랜 세월 권위에 순종하고 복종해왔기 때문이다. 장노년층은 윗사람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하고 잘 따른다. 윗사람은 권위이자 사회적 지위이고 특권이기도 하다. 기성세대는 여기에 한없이 약하다. 그래서 그들은 자식세대들이 싫어하는데도 ‘니 아버지 뭐 하시노’라고 묻는다. 누가 높고 낮은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그러한 서열적 관계설정에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그렇지 않다.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특혜, 특권이 싫다. 아버지가 국회의원, 고위공직자라고 해서 아버지 힘으로 친구가 특혜 채용되는 건 도저히 눈뜨고 볼 수 없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창 올림픽에서 구세대는 신세대에게 공정성을 배워가고 있다.

thefac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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