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거기 불난 세종병원인가요?"…이름 같은 세종병원 '수난'(영상)
입력: 2018.02.20 00:05 / 수정: 2018.02.20 13:53

지난달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난 화재로 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동명의 병원들이 화재난 병원인지를 확인하는 문의들로 곤혹을 치뤘다. /부천=변지영 기자
지난달 26일 밀양 세종병원에서 난 화재로 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동명의 병원들이 화재난 병원인지를 확인하는 문의들로 곤혹을 치뤘다. /부천=변지영 기자

효성·성심 병원 등 동명 병원들 ‘신뢰도’ 중요한 병원 이미지 타격에 조심스러워

[더팩트|변지영 기자] 병원으로 향하는 오르막길에는 족히 2m는 되어 보이는 '세종병원' 간판이 한눈에 들어왔다. 어떤 일로 왔냐며 다가온 교통관리원에게 '이 병원이 언론에 나온 세종병원이 맞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거긴 밀양 세종병원"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더팩트> 취재진은 최근 경기 부천시에 위치한 세종병원을 찾았다. 병원 입구에 들어서자 정면에 위치한 멀티비전 영상에 '긴급안내'라는 붉은 글씨 아래로 본원은 밀양 세종병원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공지문이 약 20초 주기로 반복돼 올라왔다. 큰 사상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과 같은 병원인지를 묻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는 까닭이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은 이따금씩 영상을 쳐다봤다.

지난달 26일 발생한 화재로 경남 밀양 세종병원은 192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후 '세종' '효성'이란 이름이 들어간 병원들은 내원 환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고 안내 고지문을 게재하는 등 지금까지도 반갑지 않은 오해를 해명하느라 분주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등록된 병·의원 중 단어 '세종'을 상호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전국에만 총 90개에 달한다.

19일 <더팩트> 취재 결과 경기도에 위치한 부천 세종병원은 이름만 '세종'으로 같을 뿐 운영 주체가 다른 별개의 병원이다. 하지만 경기도 지역에서 지명도가 있는 심장 전문 병원인 만큼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보도의 타격을 한 몸에 받았다.

부천 세종병원의 교환업무를 맡고 있는 홍금순 (53)씨는 "화재 사건 이후에도 밀양 세종병원을 찾는 전화가 자주 걸려왔다. 특히 당시에는 지인이나 가족들 관계자들이 밀양 세종병원 방송을 보고 다급히 걸려온 전화가 많았다"며 "평소 20건 정도라면 배 이상 문의가 늘어 한동안은 잠시 자리를 비우기도 어려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또 "걱정하는 보호자의 마음을 알기에 무관하다며 웃으며 차분히 응대하지만 자칫 신뢰도가 중요한 병원 이미지가 하락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부천 세종병원은 쇄도하는 문의와 내원환자들의 불안감 안정을 위해 병원 입구에 밀양 화재사건과 무관하다는 공지를 올렸다. /변지영 기자
부천 세종병원은 쇄도하는 문의와 내원환자들의 불안감 안정을 위해 병원 입구에 밀양 화재사건과 무관하다는 공지를 올렸다. /변지영 기자

쇄도하는 문의에 병원은 현재 병원 입구 정면 멀티비전에 '화재가 발생한 밀양 세종병원은 부천 세종병원 및 인천 메디플렉스 세종병원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긴급안내 공지를 띄운 상태다.

과거 이 병원에서 심장 수술을 받았다는 내원 환자 송흥진 (56)씨는 "몇 달 있다가 심장 제세동기 교체 수술을 앞두고 있어 혹여나 차질이 있는 건 아닌지 고민했는데 무관하다는 공지글에 안도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고객지원팀 손동숙 (32)씨는 "최근까지 '밀양 세종병원에 분원이 있었냐'는 문의가 많았다. 아마 인천에 분원이 있기 때문에 오해를 하신 것"이라며 문의가 커지자 "병원 측에서 화재가 발생한 당일(1월 26일)에 밀양 세종병원과 무관하다는 문자 메시지를 내원 환자들에게 모두 발송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의 여파는 이미 7년 전 문을 닫은 통영의 세종병원에도 미쳤다. 경남의 작은 병원이었지만 '세종'이라는 단어가 병원명에 포함됐다는 이유로 유사한 이름을 가진 병원들에 문의가 쏟아진 것이다.

과거 통영 세종병원 장례식장을 관리했다는 강모(62) 씨는 "경상남도 통영시에 있던 통영 세종병원은 7년 전 없어졌다. 고려병원으로 명칭을 바꿨지만 밀양 세종병원에 불이 난 뒤에 확인 전화가 몇 차례 왔다"며 "수 년 전 없어진 세종병원을 찾는 것을 보니 참사의 여파가 참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로 곤혹스러운 병원들이 세종병원만은 아니다. 밀양 세종병원 재단이 효성 의료 재단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효성 명칭 의료기관들도 많은 문의를 받았다.

현재 '효성'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전국에 약 15개 정도다. 이름 때문에 산부인과로 유명한 대구 효성병원은 오해를 사기도 했다. 하지만 대구의 효성병원은 의료법인 경동 의료 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으로, 효성 의료 재단과는 무관하다.

최근 '간호사 갑질' 문제가 불거졌던 평촌 한림대학교 성심병원 외 다른 병원들도 '성심'이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이미지 타격으로 고초를 겪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집계 기준 전국으로 현재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성심 병·의원들이 영업 중이다.

평촌 한림대 성심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김모(29) 씨는 "문제가 생겼던 한림대 성심병원은 강동, 한강, 강남, 춘천, 평촌, 동탄 등 여러 곳에 분원이 있는 규모가 큰 병원이라 문제가 생겼을 경우 동종이름을 가진 병원들이 오해를 받기도 했다고 들었다"면서 "환자들에게 신뢰를 줘야하는 병원에서 의료진의 인성이 문제시되면 회사 매출에도 영향이 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부천 세종병원 최영근 브랜드마케팅팀 팀장은 "간혹 겪는 오해였지만 밀양 화재사건과 무관하다는 구분 짓기를 하는 식의 언론 보도에 집중하기보다 다같이 참사가 난 문제를 인식하고 의료인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할 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향후 제2의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전했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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