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염', '대인기피증'까지…'명절 스트레스' 해소 방법은?
입력: 2018.02.16 20:52 / 수정: 2018.02.16 22:02

설 명절에 성인남녀 3명 중 1명이 가족 및 친지와 다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사람인 제공
설 명절에 성인남녀 3명 중 1명이 가족 및 친지와 다툰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사람인 제공

미혼 남녀는 '결혼 질문', 30, 40대 주부는 '가사노동'이 가장 스트레스 줘

[더팩트|변지영 기자] 즐거운 설 명절에도 과도한 가사노동과 '덕담'을 가장한(?) 잔소리에 '명절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명절에 누적된 스트레스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가볍게 던지는 말들이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제로 성인남녀 3명 중 1명은 설 연휴 기간에 다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내 대표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1428명을 대상으로 '명절에 가족이나 친지와 다툰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34.5%가 '있다’고 응답했다. 여성(36.9%)이 남성(32.5%)보다, 기혼(37.1%)이 미혼(33%)보다 응답률이 조금 더 높게 집계됐다.

다툰 상대는 결혼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었다. 미혼의 경우 '부모'(54.7%)가 가장 많았다. 2위로는 '형제·자매’(28.5%), '그 외 친척'(20.1%), '조부모'(8.4%)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기혼자의 경우 '배우자'(45.4%)를 1위로 꼽았고, '형제·자매'(33.9%), '부모'(17.5%), '시댁 식구'(12.6%), '처가 식구'(7.7%) 순으로 나타났다.

명절 가사노동에 시달린 피로감과 배려 없는 질문 등도 다툼을 부추기는데 한몫했다. 명절에 다툰 원인으로 '쓸데없이 참견하거나 잔소리해서'(54.3%)가 1위를 차지했다. 이어 '피로가 쌓여 예민해져서'(23.8%), '집안일 분담 등이 불공평해서'(23.8%), '편애, 차별 등을 당해서'(17.3%) 등으로 나타났다.

결혼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미혼 남녀는 결혼 관련 질문에 가장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람인'에 따르면 결혼에 대해 압박을 주는 사람들로는 '부모님'이 압도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30대 미혼 남녀들은 '언제 결혼하느냐'(37.9%), '연봉은 얼마나 받느냐'(25.4%) 등 명절 친지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큰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점은 2위로 '자기 자신'을 꼽았다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이나 직장인들의 명절 스트레스는 대개 아직 이뤄둔 것이 없다는 불안감과 경제적 불안정 때문으로 나타났다.

결혼 연령대나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미혼 남녀들은 명절에 부모와 친척에게서 듣는 '잔소리'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결혼 연령대나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미혼 남녀들은 명절에 부모와 친척에게서 듣는 잔소리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큰 부담을 느낀다. /pixabay
결혼 연령대나 취업이 늦어짐에 따라 미혼 남녀들은 명절에 부모와 친척에게서 듣는 잔소리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큰 부담을 느낀다. /pixabay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이 겪어본 명절 증후군 증상은 '극심한 스트레스'(41.1%), '의욕상실' (39.6%), '소화불량'(27.9%), '만성 피로'(21.8%) 등 아예 가족과 대화하기를 거부하는 대인기피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실시한 '명절 스트레스' 조사 결과(성인남녀 1959명을 대상, 복수응답)에서도 경제적 부담감과 취업 등으로 66.3%가 설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직장인들은 '부담스러운 설 경비(부족한 상여금)'를 59.1%로, 대학생과 취업준비생들은 '취업에 대한 친척들의 잔소리'(45.2%)를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꼽았다.

명절 내 주된 가사노동을 맡는 30, 40대 주부들은 연휴 후 방광염이나 지나친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명절 내 주된 가사노동을 맡는 30, 40대 주부들은 연휴 후 방광염이나 지나친 스트레스로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명절 스트레스는 더욱 심화된다.

명절 주된 가사노동을 맡는 30대, 40대 주부들은 가사노동의 후유증으로 연휴 뒤 병원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설 연휴에 병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는 모두 64만 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평상시(13%)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주목할 만한 점은 설 연휴 동안 여성을 중심으로 방광염 환자 비율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설 연휴 기간의 여성 방광염 환자는 4780여 명으로 남성(480여 명)보다 10배가량 많았다. 여성 가운데는 특히 30∼40대의 비중이 평상시보다 높았다.

30대 여성이 전체 방광염 환자 중에 차지하는 비중은 평상시 13%에서 설 연휴 기간 16%로, 40대는 19%에서 23%로 올랐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주부들이 명절 준비로 정신적 스트레스와 함께 노동강도가 높아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장거리를 이동하면서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앉아있는 것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명절증후군은 스트레스로 명절 전후 두통, 현기증, 우울증, 불면증 등의 정신적 증상이나 허리, 무릎 통증, 위장장애 등의 육체적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설 연휴 쌓인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pixabay
설 연휴 쌓인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작은 배려가 필요하다./ pixabay

명절 이후 이혼신청이 급격히 늘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법원행정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설날·추석 전후 기간에 하루 평균 577건의 이혼신청서가 접수됐다. 1년간 하루 평균 이혼 신청(298건)보다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혼까지 가지 않더라도 '명절 스트레스'는 부부간의 갈등과 불화로 이어진다. 평소 쌓였던 부부·고부간의 갈등이 폭발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음식 준비, 시댁과 친정의 차별 등으로 명절 동안 쌓인 주부들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잘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

명절에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pixabay
명절에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pixabay

강동경희대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명절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주부들에게 필요한 것은 '남편의 배려'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시대가 변했지만 여전히 가부장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며 "이런 스트레스가 촉매제로 작용해 주부들은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이 폭발하기도 하고, 답답함·가슴 통증과 두근거림·호흡 곤란·우울함·감정기복 등의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로도 주부들의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잘 되라는 의미의 '덕담'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 교수는 "좋은 의미의 덕담이라고 할지라도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최근에는 취업준비생, 미혼남녀, 퇴직을 앞두고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에게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상처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명절이 받은 스트레스를 짧은 기간에 풀고 생활 리듬을 찾기 위해서는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가족과 가벼운 운동, 찜질방 등을 즐기는 것도 좋다. 또 대추차와 생강차는 정신을 맑게 해주고 체온을 높여 낮아진 면역력을 높여준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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