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 이틀째인 지난달 27일 경상남도 밀양시 가곡동 세종병원 화재현장에서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관,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벌이고 있다./밀양=남용희 기자 |
경찰, 중간수사 결과 발표 "직접적 화인은 전기합선"…공무원 등 8명 추가 입건
[더팩트 | 최재필 기자] 192명의 사상자를 낸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는 결국 '인재'로 드러났다. 경찰은 직접적 화재원인은 전기합선이었지만, 세종병원이 '사무장 병원' 형태로 운영되면서 건축·소방 등을 부실하게 관리해 대형 참사가 빚어진 것으로 결론내렸다.
경남지방경찰청 산하 세종병원화재수사본부는 12일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화재 원인에 대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식 결과, 세종병원 화재는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 내부 콘센트용 전기배선에서 합선(절연파괴)으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했다.
경찰은 또 이번 화재참사와 관련, 병원관계자·공무원 등 11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세종병원을 운영하는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이사장 손모(55)씨와 소방안전관리 책임자 김모(38)씨 등 2명은 구속됐고, 병원장 석모(54)씨, 재단 관계자 우모(59)씨, 밀양시 보건소 공무원 2명, 당직·진료를 대신한 '대진의사' 3명 등 9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입건된 보건소 공무원 2명은 세종요양병원에 비상 발전기가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경찰은 이번 수사에서 세종병원이 부당하게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라는 정황을 밝혀내고 병원 운영 전반에 대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효성의료재단이 과밀병상, 병원증설 등으로 수익을 얻었지만 건축·소방·의료 등 환자의 안전과 관련된 부분은 부실하게 관리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고 했다.
경찰은 세종병원이 자가발전시설 대신 용량이 부족한 중고 발전기를 구입해 형식적으로 설치했으며, 응급실 당직 의사도 알바 의사를 데려다 쓰는 등 수익금의 재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영리를 추구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국립건강보험공단 직원을 지원받아 보험급여 등이 제대로 청구됐는지도 수사 중이다. 비의료인인 이사장이 2008년 의료재단을 인수하게 된 과정도 살펴보고 있다.
김한수 경남지방경찰청 형사과장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자격이 없는 이사장이 의료법인을 인수해 세종병원과 세종요양병원 업무 전반을 경영했다"며 "환자들의 안전과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시설과 인력 투자를 소홀히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병원 관계자들이 의료법인을 부당하게 영리 목적으로 이용한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며 "속칭 사무장병원이라고 불리는데 해당 혐의점을 포함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병원 참사는 지난달 26일 오전 7시 32분께 1층 응급실 내 탕비실 천장에서 불이 나며 발생했다. 이 불로 지금까지 사망자 48명, 부상자 144명 등 엄청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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