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다단계업체 IDS홀딩스에 수사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직 경찰관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변지영 기자] 법조계는 9일 불법 다단계업체 IDS홀딩스에 수사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전직 경찰관에 대한 선고,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무상 보관 중인 약 6억 원에 달하는 백화점 상품권을 횡령한 30대에 대한 항소심 판결, 자신이 관리하던 국유지를 몰래 팔아치우고 매매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에 대한 실형 선고가 주목을 끌었다.
○…'뒷돈' 받고 IDS홀딩스 수사정보 넘긴 경찰관 1심서 징역 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부장판사 성창호)는 9일 뇌물(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혐의로 구속기소 된 전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소속 윤모 씨에게 징역 5년에 벌금 8000만 원, 추징금 639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씨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높은 청렴성과 도덕성을 유지하고 공정하고 투명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할 지위에 있는데 김성훈 IDS홀딩스 대표로부터 유사수신 관련 단속 편의 대가로 상당 기간 동안 거액의 뇌물을 수수했다"며 "김 대표를 수사해야 할 윤 씨가 오히려 편승해 지속해서 투자에 따른 수익금을 받아 죄질이 더욱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씨는 김 대표에게 수사 관련된 정보를 누설하기도 했다"며 "윤 씨의 범행으로 경찰공무원의 공정성,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윤 씨가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 자백하고 전반적으로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반성하고 있다"며 "누설한 수사 관련 정보가 실제 경찰의 수사 업무의 왜곡이나 방해를 초래했는지는 뚜렷한 정황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윤 씨는 다단계 금융사기 관련 수사 부서에 있으면서 IDS홀딩스 측에 단속이나 김 대표가 고소한 사건의 수사 관련 정보를 넘겨주고 그 대가로 뇌물과 수천만 원대의 투자 배당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IDS홀딩스 회장이자 브로커 역할을 한 유모 씨가 당시 구은수 서울 지방 경찰청장에게 윤 씨를 IDS홀딩스 관련 사건을 담당하는 부서로 승진해달라는 인사청탁을 한 것으로 봤다. 실제 윤 씨는 경위로 진급해 IDS홀딩스 사건 관할 경찰서로 발령났고, 이후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를 거쳤다.
이와 관련해 경찰관 인사청탁과 함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 전 청장은 지난 2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 벌금 6000만 원, 추징금 3000만 원을 구형받았다. 함께 기소된 유 씨는 징역 2년6개월을 구형받았다.
한편 제 2의 조희팔이라고 불리는 김 대표는 2011년 11월부터 2016년 8월까지 FX마진거래 등에 투자하면 월 1~10%의 배당금과 1년 내에 원금도 돌려주겠다며 1만여 명에게 1조 원대를 받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15년을 확정했다. 또 서울회생법원은 전날 김 대표의 파산을 선고했다.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무상 보관 중인 백화점 상품권 6억 원어치를 횡령한 30대가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
○…도박 자금으로 2년간 상품권 6억 원어치 빼돌린 30대 백화점 직원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차문호)는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업무상 보관 중인 백화점 상품권을 횡령한 혐의(횡령)로 기소된 A(37)씨에게 원심(징역 2년6개월)을 깨고, 징역 1년10월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7월 20일부터 2017년 6월 30일까지 211회에 걸쳐 천안의 한 대형백화점에서 업무상 보관하던 6억여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빼돌린 상품권은 천안의 동남구의 한 상품권 환전소에서 현금으로 교환해 인터넷 도박 자금으로 사용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2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6억여 원 에 달하는 상품권을 횡령해 범행의 내용과 수법이 좋지 않다"며 "단 피고인이 범행을 모두 자백하면서 반성하고 있고, 원심에서 피해자에게 1억1610만 원을 상환하고, 7500만 원을 공탁한 점, 당심에서 피해자를 위해 추가로 3000만 원을 공탁한 점, 피해자가 보증보험을 통해 2000만 원을 보험금으로 지급 받아 피해가 일부 회복된 점 등을 고려해 양형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관리하던 국유지를 몰래 팔아치우고 매매대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직원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
○…관리하던 국유지 팔아 18억 멋대로 쓴 캠코 직원 징역 5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조의연)는 9일 자신의 회사(한국자산관리공사)에서 관리하던 국유지를 몰래 팔아 치우고 매매대금 18억 원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로 기소된 캠코 직원 곽모(27·여) 씨의 선고 공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실무자인데도 부동산을 임의 매각해 대금을 개인적으로 취득하고, 처분 사실을 숨기고자 전산망을 허위로 처리하고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며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아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24필지 중 5필지가 국가에 반환됐고, 국가가 곽씨 소유의 아파트와 고급 승용차 등을 가압류해 일부 회복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양형에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곽 씨는 2016년 10월부터 작년 7월까지 18차례에 걸쳐 서울 수유동 등에 있는 국유지 24필지를 팔아 18억 원 상당의 매각 대금을 빼돌려 사적으로 쓴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검찰은 곽 씨가 매수 신청이 들어오면 상사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매매계약서에 법인 인감을 찍고 매도용 인감증명서 발급 공문을 결재하는 등 매각에 필요한 서류를 위조했다고 봤다. 그는 국유지를 매각한 뒤 매수자로부터 자신의 개인 계좌로 매각 대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곽 씨는 주식투자 실패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자 자신이 담당하는 국유지를 매각하기로 마음먹고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hinomad@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