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이식 수술을 하다 환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혐의를 받은 원장이 반성하고 합의를 본 점을 토대로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pixabay |
하루 동안 내려지는 판결은 얼마나 될까요? 대한민국 재판부는 원외 재판부를 포함하면 200여 개가량 됩니다. 그러니 판결은 최소 1000여 건 이상 나오겠지요. 대법원과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법이 몰려 있는 '법조 메카' 서울 서초동에선 하루 평균 수백 건의 판결이 나옵니다. <더팩트>는 하루 동안 내려진 판결 가운데 주목할 만한 선고를 '엄선'해 '브리핑' 형식으로 소개하는 [TF오늘의 선고]를 마련했습니다. 바쁜 생활에 놓치지 말아야 할 판결을 이 코너를 통해 만나게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서울중앙지법=변지영 기자] 법조계는 6일 모발이식 시술을 하다가 마취사고를 내 환자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에 관한 사건, 다수의 행인들 앞에서 성기를 내놓고 걸어 다닌 60대가 무죄를 선고 받은 판결,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허위 보증서를 이용한 집단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자결제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판결이 주목을 끌었다.
O…모발이식술 환자 식물인간 만든 의사 반성한 점 고려해 2심서 벌금형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부장판사 오성우)는 6일 모발이식 시술을 하다가 마취사고를 내 환자를 식물인간 상태로 만든 혐의(업무상 과실 치상 등)로 기소된 A 성형외과 원장 이모(50) 씨에게 집행유예형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2000만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의 과실행위가 무겁고 피해자의 상태도 중하다"면서도 "항소심에서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하며 합의한 점과 사건 발생 당시 상태 회복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난 2013년 1월 병원을 찾은 김모(41·여) 씨에게 프로포폴을 주입해 모발이식술을 하면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해 저산소증에 빠지게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상)로 기소됐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였던 김 씨는 머리숱이 적어 고민하다가 이씨의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고 모발이식 시술을 받았다. 이 씨는 이 과정에서 프로포폴 등을 김씨에게 주입해 수면마취를 했다. 이 씨는 마취제를 쓸 때 환자의 산소포화도와 혈압 등 활력징후를 계속 살펴야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았고 김씨는 제때 산소공급을 받지 못해 식물인간이 됐다. 또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김씨의 손가락에서 빠지거나 접촉불량이 됐음에도 경고음이 울리지 않는 부실한 감시장비를 쓴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김 씨를 시술하면서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고 나중에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자 거짓으로 진료기록부를 쓴 혐의(위료법위반)도 있다.
1심은 2016년 12월 이씨에게 "프로포폴이 간편한 마취술로 부작용이 적다고 생각해 피해자의 상태 변화를 인식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며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대전지법이 바지를 내리고 다닌 60대에게 평소 질병과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 pixabay |
O…대전지법, 바지 내리고 다닌 60대에 '무죄' 선고 내려
대전지법 형사11단독 계훈영 판사는 다수의 행인들 앞에서 성기를 내놓고 걸어 다닌 혐의(공연음란)로 기소된 A(68)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4월 24일 오전 10시 55분경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 조성된 길에서 그곳을 통행하던 B(60) 씨 등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성기를 꺼내 놓고 걸어 다닌 혐의로 기소됐다. A 씨는 사건 당시 아파트 뒷산에 운동을 갔다가 요의감을 이기지 못하고 소변을 본 후 깜박하고 바지 지퍼를 올리지 않은 채 다시 길을 걷은 것으로 고의로 노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고령으로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고 오랜 기간 전립선 질환, 만성 신장병 등을 앓아 왔으며, 이러한 질환으로 소변을 잘 누지 못하고 요의감에 시달려 왔다고 강조했다.
계 판사는 "이 사건이 발생한 시간, 장소, 목격자들의 거주지 및 연령, 피고인의 평소 질병, 이 사건 당시 피고인의 행동 등 당시 존재했던 사실 및 사정 등을 종합해 볼 때 피고인이 일부러 지퍼를 내린 채 성기를 깨낸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이를 인정하기 부족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허위 보증서를 이용해 집단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코스닥 상장업체 관계자들에 대해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pixabay |
O…서울보증 가짜계약 집단사기 전자결제업체 직원들 1심 유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김태업)는 6일 서울보증보험을 상대로 허위 보증서를 이용해 집단 사기를 벌인 혐의(사기 등)로 기소된 전자결제업체 A사의 마케팅팀 팀장 서모(40) 씨와 부장 우모(45) 씨에게 각각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또 마케팅 담당 직원 김모(43) 씨에게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지역사업소 영업이사 김모(48) 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서 씨 등은 허위의 물품계약을 체결하고 서울보증을 속여 보증보험을 발급받은 뒤 이를 근거로 보험금을 편취했다"며 "실질적으로 보증보험을 이용한 대부업을 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질타했다. 이어 "서울보증은 자금이 부족한 개인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도우려고 공적 자금이 투입된 보증기관"이라며 "서 씨 등이 편취한 금액이 거액이란 점 등을 비춰보면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재판부는 일부 혐의에는 물품계약이 실제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접촉해 가짜 물품계약서를 꾸며 서울보증으로부터 보험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업체인 A사는 금융기관 보증을 기반으로 기업 간 신용거래를 연결하는 전자결제·구매대행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금융기관 보증을 토대로 판매 중소기업에 먼저 대금을 지급하고, 구매업체로부터 추후 대금을 받는 과정에서 신용카드사처럼 수수료를 챙겼다. 이들은 9개 기업과 짜고 허위 계약서를 작성한 뒤 서울보증의 보증을 받아 업체에 돈을 빌려주고, 업체가 돈을 갚지 못하자 서울보증으로부터 20억 원 상당의 보험금을 받아낸 것으로 조사됐다.
hinomad@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