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이재용 집행유예' 정형식 판사, 과거 판결 주목…왜?
입력: 2018.02.06 00:00 / 수정: 2018.02.06 01:08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5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의왕=이덕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부회장이 5일 서울구치소에서 나오고 있다./의왕=이덕인 기자

한명숙 불법 정치자금 유죄 선고…일부 정치권 '유전무죄' 비판 목소리

[더팩트 | 변지영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정 판사가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항소심에서 무죄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5일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이 부회장 재판의 핵심 쟁점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의 혐의 중 법정형이 가장 센 재산국외도피 혐의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이 코어스포츠에 용역비로 보낸 36억 원은 뇌물로 준 돈일 뿐 이 부회장이 차후 사용하기 위해 국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게 아니다"고 했다.

삼성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16억 원가량의 후원금은 '묵시적 청탁' 인정 여부가 관건이었다. 앞서 1심은 삼성 측이 승계 작업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청탁'을 한 점을 인정, 유죄로 판결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삼성의 승계 작업이라는 포괄적 현안이 존재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 원에 대해서도 1심처럼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다만, 재판부는 특검팀이 공소제기한 뇌물공여(약속액 포함) 액수 433억 원 중 삼성이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지원을 위해 독일 내 코어스포츠로 송금한 용역비 36억 원과 마필 및 차량 무상 이용 이익만큼만 유죄로 인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이어졌다./주진우·정청래 트위터 캡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한 정형식 판사에 대해 정치권 등에서 비판이 이어졌다./주진우·정청래 트위터 캡처

이날 정 판사의 판결과 관련, 정치권 등 일각에서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주진우 기자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이재용 2심 재판부 정형식 판사 '재산 국외 도피 의사 없어, 단지 장소가 외국'"이라며 "법인지? 밥인지?. 말인지? 막걸리인지?, 천재인지? 쓰레기인지?"라고 비난했다.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4년 선고에 강한 비난을 했다. 정 전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대한민국 사법부는 죽었다'는 제목의 글에서 "그가 건넨 돈은 뇌물이 아니었단다. 재판부 논지라면 이재용은 아무런 대가없이 나라에 독립자금을 댄 꼴"이라고 했다. 이어 "이재용은 자본주의체제 바보 경영인"이라며 "기업 이익에 도움되지 않는 수백억을 펑펑 썼다"고 덧붙였다.

정 전 의원은 또 '사법부는 죽었다 2, 3'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부회장 항소심은 인혁당 이후 최악의 판결" "정의는 죽었다" "이것은 판결이 아니라 반역이다" 등을 주장하며 비판했다.

정의당 역시 재판부를 향해 "'이재용 구조대'를 자처하며 대한민국 법 상식을 짓밟은 법원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이재용 부회장 3인이 뇌물을 주고 받았지만 이재용 한 사람만은 살려주겠다는 노골적인 러브콜"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정형식 판사는 2013년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의 항소심 재판을 맡았다. 정 판사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과 추징금 8억8000여만원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8년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서울민사지법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및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소속 변호사들을 상대로 조사한 '2015년 법관평가'에서 우수 법관으로 꼽히기도 했다.

hinoma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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