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폐지 논란-下] 소년법 폐지가 소년범죄 근절 해답일까
입력: 2018.01.11 04:00 / 수정: 2018.01.11 04:00

최근 인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또 다시 10대 범죄가 발생하면서 소년법 폐지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DB
최근 '인천 여고생 집단폭행' 사건으로 또 다시 10대 범죄가 발생하면서 소년법 폐지와 관련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더팩트DB

[더팩트 | 김소희 기자] 지난해 잇따른 청소년 폭력 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논란이 거세다. 찬성하는 측은 "소년법을 방패로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가만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에선 "판단력 등이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을 무조건 처벌하는 것만이 범죄 예방 방법이 아니다"고 맞서고 있다.

당초 소년법은 청소년들이 성인과 달리 자기 판단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고 교육시키기 위한 취지에서 입법됐다. 형법은 14세를 기준으로 그 미만 미성년자에게 형사처벌을 내리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 18세 미만 미성년자에게도 형법보다 소년법이 우선 적용된다.

소년법 59조(사형 및 무기형의 완화)에 따르면 죄를 범할 당시 18세 미만 청소년에 대해 사형 또는 무기형으로 처할 경우 15년의 유기징역으로 한다. 다만, 특정강력범죄처벌법 4조 1항에 따라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른 18세 미만 청소년을 사형 또는 무기형에 처해야 할 때는 형이 20년으로 늘어난다.

◆ 끊이지 않는 청소년 범죄…"소년법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만 이뤄진다"

지난해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 '부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등 청소년 범죄 사건이 계속되자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소년법이 가해자의 책임을 덜어줬다고 지적했다. 나이는 결코 면벌부가 될 수 없기에 미성년자도 엄벌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3월 8세 여아를 계획적으로 유괴 살해한 뒤 시신을 잔혹하게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의 주범 김모(16) 양은 1심에서 징역 20년형을 선고 받았지만, 공범 박모(18) 양은 소년법 미적용으로 무기징역형을 받았다.

또한 2015년 11월 서울 송파구 일대 편의점 등 11곳을 턴 14세 미만 청소년 4명은 처벌 없이 풀려났고, 같은 해 경기 용인시 아파트 옥상에서 벽돌을 던져 50대 여성을 사망케 한 9세 아동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 모두 소년법이 적용된 사례다.

지난해 9월 부산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다수의 소년법 개정 청원글이 올라왔다. 한달 동안 추천 의견만 총 39만여 건에 달했다. 소년법 개정 청원은 추천인 20만 건이 넘어 청와대 청원글 1호 답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더팩트>가 진행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에 대한 라이프폴 설문 조사에서 참여자 1057명 중 1053명이 소년법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더팩트 페이스북 캡처
지난해 9월 <더팩트>가 진행한 '부산 여중생 집단 폭행사건'에 대한 라이프폴 설문 조사에서 참여자 1057명 중 1053명이 '소년법 폐지'에 찬성한다고 밝혔다./더팩트 페이스북 캡처

누리꾼들은 "청소년 범죄가 점차 저연령화, 흉포화되는 상황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은 옳지 않다", "요즘 아이들은 매우 영악하기 때문에 만 14세 미만은 강력범죄를 저질러도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악용한다"고 주장했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년법 개정 요구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7월 표 의원은 살인과 같은 특정강력범죄의 경우 최대 형량을 제한한 소년법 적용을 받지 않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해 현재 계류 중이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 의원은 "'소년법'은 필요하지만 소년법이 강력범죄자들까지 미온적 처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청소년 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은데, 재범을 막는 효과도 전혀 없다. 피해자들은 방치되고 보복 범죄에 시달린다"고 주장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지난해 11월 'KBS 공감토론'에서 "나이 때문에 (범죄에) 상응하는 형벌을 부과하지 못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면벌부를 줘서는 안 되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성년자의제강간은 만 16세로 돼있는데, (소년보호사건 대상연령은) 14세로 돼있는 것은 법의 일관성 면에서 불균형적"이라고 지적했다.

◆ "5% 처벌하자고 95%까지 싸잡는 것…교화 중심의 제도 마련해야"

소년법 폐지만이 청소년 범죄의 해결책은 아니라는 전문가들도 많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5%를 엄벌하기 위해 선의의 95%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력범죄를 저지른 소년들을 형사 처벌하기 위해 소년법을 폐지하면 단순 절도 등의 생계형 범죄를 저지른 소년들도 징역형을 선고 받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지난해 대법원이 발간한 '2017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3만3738 건의 소년보호사건(1심 기준) 중 절도 사건은 1만3038건으로 전체의 38.6%에 달했다. 범행 원인으로 생활비 마련을 이유로 된 청소년은 11.0%에 달했다.

이 변호사는 "형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범죄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면서 "입법 취지 대로 처벌보다 교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소년법 개정 청원'에 대한 청와대 답변 영상에서 "범죄 예방이 훨씬 중요하다"며 "소년법과 관련해서 '형사 미성년자 나이를 한 칸 혹은 두 칸으로 낮추면 해결된다'는 것은 착오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소년법에 있는 보호처분을 활성화·실질화·다양화해서 실제 소년원에 있는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 제대로 복귀하게 만들어 주는 게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지난해 11월 한국범죄방지재단이 마련한 학술 강좌에서 "충격적인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즉흥적으로 형벌을 가중하는 것은 악습"이라며 "범죄 소년에 대해서는 더더욱 처벌보다 준법 교육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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