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앱 서비스를 둘러싼 서울시, 카풀업계, 택시업계 등의 갈등이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럭시 제공 |
[더팩트 | 김소희 기자] "한 번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 번만 이용한 사람은 없을 걸요."
직장생활 3년 만에 '지옥철'과 '만원 버스'에서 해방된 직장인 김모(29) 씨는 카풀 서비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김 씨는 출퇴근 고통에서 허덕이던 중 직장 동료로부터 소개 받은 카풀앱 서비스 혜택을 톡톡히 받고 있다고 했다.
'카풀(carpool)'은 목적지가 비슷한 운전자의 승용차에 동승하는 서비스다. 타는 사람은 '라이더', 태워주는 사람은 '드라이버'로 지칭된다. 국내에서는 풀러스·럭시·우버엑스 등의 카풀앱 서비스가 운영 중이다. 2016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풀러스의 경우 75만 대가 카풀 차량으로 등록돼 있다. 누적 이용 고객만 지난해 9월 기준 370만 명이다.
김 씨는 "처음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차를 탄다는 게 불안하고 신뢰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자타공인 카풀앱 찬양자가 됐다"며 "타는 사람은 택시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해서 좋고, 태워주는 사람은 출퇴근길 기름 값을 벌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카풀앱 서비스의 가격은 택시요금의 70~80% 수준이다. 여기에 카풀앱 업체들이 수시로 '30% 할인쿠폰','1만 원 쿠폰' 등 이벤트를 제공하는 등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어 실제 이용자들은 택시 요금의 30~40%만 부담하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 논란 원인된 '출퇴근 시간'…"유상운송 행위" vs "과도한 제재"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8일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자가용 불법 유상운송 알선'을 하고 있다며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앞서 같은 달 6일 풀러스는 운전자가 하루 24시간 중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 카풀 서비스를 하는 '출·퇴근 시간 선택제'를 선보였다. 드라이버가 기존 이용시간이었던 출근시간(오전 5~11시)과 퇴근시간(오후 5시~오전2시) 제한에서 벗어나, 하루 24시간 중 출·퇴근 시간 각각 4시간씩 하루 8시간을 자유롭게 골라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주 5일 카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 법의 도입 취지를 봤을 때 카풀은 월~금요일 이른 오전과 늦은 오후 출·퇴근 시간에 운영해야 한다"며 "차가 막히지도 않는 낮 시간과 주말까지 범위를 넓혀 드라이버가 시간을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은 법의 카풀 도입 취지를 확대 해석한 것"이라고 했다.
차량 공유 매칭 서비스 풀러스는 지난해 11월 6일부터 '출·퇴근 시간선택제' 서비스를 시작했다. 개인별 근로 환경에 맞춰 출·퇴근 시간을 선택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풀러스 홈페이지 갈무리 |
풀러스 측도 서울시 고발에 대응했다. 풀러스는 "풀러스의 '출·퇴근 시간 선택제'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에서 허용한 출·퇴근 카풀 범위에 해당하는 서비스"라며 "이번 고발 조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비와 ICT 산업 육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와 풀러스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제81조'를 각각 주장의 근거로 대고 있다. 해당 법은 사업용자동차가 아닌 자동차(자가용자동차)를 유상으로 제공·임대·알선하는 것을 금지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출·퇴근 시간 때 승용자동차를 함게 타는 경우는 허용한다.
즉, "통상적인 아침 출근 시간과 저녁 퇴근 시간이 아닌 하루 24시간 중 드라이버가 자유롭게 시간을 선택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서울시의 주장과 "유연근무제로 출퇴근 시간이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로, 법에 출퇴근에 대한 상세한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는 풀러스의 주장이 맞붙은 상황이다.
◆ 뿔난 '택시업계'…눈치만 보는 정부·관계기관
택시 관련 단체들도 풀러스의 24시간 서비스에 반기를 들었다. 60여 명의 택시 기사들은 지난해 11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 회의장을 일찌감치 점거하고, 토론회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 자리는 정부·택시와 스타트업 업계의 '카풀앱'에 대한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마련됐다.
전국택시연합회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은 "풀러스 때문에 밥그릇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장에서도 택시 기사들은 "토론회는 정부가 풀러스를 허가해 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택시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인 21일 서울시도 22일 예정된 카풀앱 관련 '범사회적 토론회'를 잠정 연기했다. 택시 업계가 강력히 반발하고 관계 기관들도 토론회 참석을 거부한 까닭이다.
현재 정부는 카풀앱 논란의 쟁점과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대화의 장도 제대로 열지 못한 채 택시 업계와 스타트업계의 눈치만 보고 있다. 서울시는 급기야 "카풀앱 논란은 관련 법령의 소관 부서인 국토교통부 등의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며 국토부에 책임을 전가했다. 앞서 국토부는 "풀러스를 고발한 건 우리가 아닌 서울시"라며 서울시에 책임 소재를 돌린 바 있다.
지난해 11월 20일 열린 모빌리티 관련 토론회는 택시업계 반대로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잠정 연기됐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 |
◆ '탈법 독박'은 이용자 몫?…빠져나갈 구멍 있는 카풀앱?
지난해 5월 서울 노원경찰서는 L 카풀앱 업체를 압수수색해 이 업체를 통해 하루 2회 이상 돈을 받고 차량을 운행한 드라이버 중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가 큰 80여 명을 무더기 입건했다. 경찰과 서울시에 따르면 신고포상금을 노린 '카파라치' 신고자가 카풀 드라이버의 출·퇴근 목적지가 다르거나 하루 두 차례 이상 동승자를 태웠다는 정황 증거를 모아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카풀앱 업체는 내부 데이터를 압수 당한 것 외에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된 드라이버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졌다. 지난해 3월 비슷한 내용으로 신고돼 수 백만 원의 벌금을 부과 받은 드라이버 사례도 있다.
이처럼 엄연히 카풀앱 고객이기도 한 드라이버들이 위법 사례로 대거 적발됐지만, 카풀앱 업체들은 가입자 모집 경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나아가 카풀 취지에서 벗어나 영업용처럼 운행하는 드라이버들이 다수 있지만 카풀앱 업체들은 모른 척 눈감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제가 생기면 카풀앱 업체는 처벌에서 벗어날 구멍이 생긴다. 카풀앱 사업자는 플랫폼 운영자로 전자상거래법상 통신판매중개인에 해당한다. 카풀앱 업체들도 스스로를 단순 중개일 뿐 통신판매업자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드라이버는 사업자 등록이나 통신판매업 등록, 유상운송 면허가 필요 없고 신고의무도 없어 전자상거래법에서 규정하는 통신판매업자 지위도 아니지만, 행위 당사자이기 때문에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내 1·2위 카풀앱 업체와 면담을 갖고, 카풀앱 업체에 자율 규제를 통해 관련 법규를 준수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위법 상황이 발견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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