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영상] '여성우선주차공간' 실효성 논란, "불필요" vs "범죄예방"
입력: 2018.01.02 05:00 / 수정: 2018.01.02 05:00
여성우선 주차공간, 실효성 논란. 여성우선주차공간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여성우선 주차공간, 실효성 논란. 여성우선주차공간에 대한 의견이 나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여성우선주차공간, 과연 필요한가?

[더팩트|이진하 기자] 여성운전자의 차량이나 여성을 동반한 운전자의 차량을 주차할 수 있는 '여성우선주차공간'이 실효성 논란에 휩싸였다. 여성우선주차공간은 장애인전용주차장처럼 법적인 제재가 없기 때문에 다수의 운전자가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차장 내 여성우선주차공간이 시행된 지 2018년 해가 밝으면서 9년째가 됐다. 여기에 시범운영까지 합치면 10년째. 그러나 아직도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부터 장애인전용주차장에 대한 제재가 강해지고, 임산부전용주차공간의 의무화도 확장되는 등의 변화가 있을 예정이다.

우선 여성우선주차공간이란 무엇인지 서울시 주차계획과에 물어 봤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더팩트>에 "정확한 명칭이 '여성우선주차장'이 맞다. '전용'하고 '우선'의 차이는 크다"며 "'전용'이라 칭하면 강제성이 있고, '우선'은 강제성이 없다"고 답했다.

때문에 '여성우선주차공간'에 남성 혼자 타는 차량이 주차를 해도 법적인 제재가 없다. 이런 점 때문에 많은 시민들은 실효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또한, 여성들이 비교적 많이 있기 때문에 여성을 노리는 범죄에 대해 예방보단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 여성우선주차공간은 서울시의 경우 '주차 조례 25조 2'에 의하면 30대 이상 주차공간에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체 주차공간에는 10%를 차지하며, 서울시의 경우 민간 건축물 허가를 내릴 때 확인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곳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의 의견은 어떤지 <더팩트>가 직접 현장에 나가 시민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취재 장소는 대형 마트와 백화점이 함께 있는 공간으로 가장 첫 번째 층에 있는 주차장을 찾아갔다. 이곳에는 파란색 선과 분홍색 선으로 주차공간이 표시돼 있는 장애인전용주차공간과 여성우선주차공간이 함께 있는 곳이었다.

시민들은 여성우선주차공간을 어떻게 생각할까?/이진하 기자
시민들은 여성우선주차공간을 어떻게 생각할까?/이진하 기자

◆ "여성이라고 다 운전 못하냐" vs "범죄예방 때문에 필요"

평일 오후 3시쯤 만난 김영미(40대·가명) 씨는 "여성우선주차공간을 만드는 것에 찬성이다. 일단 일반 주차장은 불편하기도 하고, 좁기 때문에 있어야 한다"며 "여성끼리 사용한다면 범죄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운전자 박현정(40대·가명) 씨는 "우선 여성우선주차장이라고 해서 여성만 쓰는 것이 아니며, 남성 입장에서 피해본다고 생각될 것 같다"며 "여성우선주차공간이 생긴 것이 '여자는 운전 못한다'는 인식' 때문 아닌가. 또한 범죄예방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오히려 전체적인 보완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소신을 밝혔다.

새로운 의견을 보인 사람도 있었다. 김미선(50)씨는 "여성우선주차공간이 왜 생겼는지 일단 모르겠다"며 "여성우선주차공간이 여성을 '배려', '우대'를 해주는 것인데, 남자가 주차를 해도 제재가 없으니 실효성이 없다. 오히려 장애인, 노약자, 임산부를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유미(49)씨는 "여성 우대라는 게 양성평등 개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남성 운전자들은 억울할 것 같다"며 "더불어 다른 공간에 차를 대는 여성은 어떻게 해야 하나 요즘은 여성 운전자도 많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여성을 배려할 수 없다. 그러나 임산부는 배려해줘야 하지 않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장이라도 보려고 왔는데, 먼 곳에 차를 세운다면 힘들 것 같다"고 주장했다.

◆ "여성만 육아하는 시대 아냐, 남성도 우대가 필요"

여성우선주차공간에서 취재를 했으나, 간혹 남성 운전자도 보였다. 익명의 남성 운전자는 홀로 차에서 내렸다. 이를 본 취재진이 다가가서 여성우선주차공간에 대해 의견을 물으려 하자 "급히 볼 일을 보고 가는 길이라 주차를 했다"며 "원래 이곳에 주차를 잘 하지 않는다"고 변을 늘어놨다.

또 다른 남성은 김광인(37)씨는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아내가 운전해서 왔기 때문에 이곳에 주차했다"며 여성우선주차공간에 대한 의견은 반대 의견을 보였다. 그는 "여성우선주차장이 생긴 이유가 육아 관련이라면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육아를 여성만 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요즘은 남성들도 육아휴직을 내는 마당에 이런 편견이 오히려 남성평등을 해치는 것"이라며 "아이를 데리고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왔을 때 주차공간이 멀면 힘든 것은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여성 중에도 임산부의 주차공간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 서울시 기준, 내년부터 여성우선주차공간 안에 임산부전용주차공간 마련

지난 20일 서울시는 '임산부전용주차공간'에 대한 조례가 통과됐다. 서울시보다 앞서 시행됐던 광역시가 9개, 기초가 61개. 여기에 내년부터 시행되는 서울시까지 포함하면 총 71개가 된다.

하지만, 임산부전용주차공간 역시 '전용'이란 단어는 붙지만 처벌 근거가 없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다. 서울시 주차계획과 관계자는 "같은 '전용 주차구역'이란 이름으로 불리기는 하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법적인 근거가 있어 벌금을 내게 된다"며 "그러나 임산부 전용 주차구역은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없어서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때문에 역시 여성우선주차공간과 같이 실효성 논란에 빠질 수도 있다. 또한, 여성우선주차장 안에 적은 비중으로 설치되는 것이라 얼마나 많은 임산부들이 사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jh311@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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