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물꼬는 텄지만…'정규직 전환' 앞에 놓여진 과제들
입력: 2017.12.28 04:00 / 수정: 2017.12.28 04:00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을 주제로 노사 관계자들을 만나 노사정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24일 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들의 만찬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상생·연대를 실천하는 노사와의 만남'을 주제로 노사 관계자들을 만나 노사정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0월 24일 문 대통령과 노동계 인사들의 만찬 모습. /청와대 제공

[더팩트 | 김소희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화' 공약 실천에 속도를 내면서 지자체들과 공공기관들도 잇따라 정규직 전환 방안을 내놓고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후 첫 현장방문을 통해 임기 내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곳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6일 연내 1만 명에 달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노·사·정' 내 의견 충돌이 여전하다. 기업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과 경쟁력 상실을 지적하고 있고, 노조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더라도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며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정규직 전환에 일부 반대하는 기존 정규직 노조와 이른바 '노노(勞勞) 갈등'도 아직 과제로 남아 있다.

◆ 인천공항 정규직화로 촉발된 '노노 갈등'들…정규직 노조 vs 비정규직 노조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노사 합의에 따라 인천공항 비정규직 1만 명 중 국민의 생명·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소방대와 보안검색 관련 분야 등 3000명이 공사 직접고용 대상으로 결정됐다. 공항운영분야와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약 7000명은 별도법인인 자회사 소속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노노 갈등'이 촉발됐다. 비정규직 노조인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와 정규직 노조인 한국노총 인천공항공사 노조 사이에서 정규직화는 물론, 대상자 선정에 대한 충분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노총은 "일방적인 직접고용 대상 범위 확정을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사장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 박대성 지부장이 서명한 정규직 전환 방안 합의문에 대한 불수용 의사 표명했다.

'직접고용 대상' 선정이 갈등 배경이 됐다. 그간 전문기관 등에서 직고용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던 보안검색이 이번 직접고용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인천공항공사 의뢰로 '인천공항 좋은 일자리 창출 전략 및 실행방안 수립 용역'을 수행한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은 생명·안전 분야에 해당하는 공항소방대, 야생동물통제관리, 항공등화시설유지관리 등 운항 및 항행시설, 시스템 안전관리 업무 854명이 직고용되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함께 용역을 수행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공동)도 보안경비·검색을 제외한 4504명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

이와 관련, 정일영 사장은 "컨설팅은 컨설팅일 뿐이다. 노사전문가협의회에서 충분히 협의해 전환 대상을 정한 것"이라며 "지난해 1월 밀입국 사태, 수하물 대란 사태 때 검색 분야 직원들이 전문성이 없고 이직률이 높고 비정규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또 다른 '노노 갈등'도 있다. 정규직 노조에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밥그릇을 빼앗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최근 파리바게트에서는 제빵사 직접 고용을 두고 '노노 갈등'이 있었다.

또 지난 7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교사 및 강사 중 특성상 전환이 어려운'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약 7만 명이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건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대 여론 때문이었다.

한국노총은 지난 8월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10만 서명운동을 벌였다. 또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전교조가 기간제 교사 정규직화에 반대하는 입장을 내지 않으면 노조를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노노 갈등 해결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직접 고용 사태를 두고 노노 갈등을 벌였다. /더팩트DB
'노노 갈등' 해결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직접 고용 사태를 두고 '노노 갈등'을 벌였다. /더팩트DB

◆ 비정규직 보는 시각 차…진짜 문제는 기간제법이나 파견법?

비정규직의 범위가 넓고 계약직, 임시직, 파견직 등을 통칭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와 노동계, 재계가 해석하는 비정규직 개념과 범위도 상이해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추산도 상당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고용노동부 및 통계청은 비정규직의 범위를 ▲한시적 근로자 또는 기간제 근로자 ▲단시간 근로자 ▲파견·용역·호출 등의 형태의 근로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기준으로 통계청은 지난해 비정규직 근로자 수를 644만4000명으로 집계했다. 전체 근로자 중 32.8%에 달한다.

반면 노동계는 노사정이 합의한 부분에 더해 임시·일용직이나 마찬가지인 정규직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르면 비정규직 비중은 지난해 기준 55.1%로 정부가 추산한 비정규직 통계 비중 보다 무려 22.3%포인트 높은 수치를 보이게 된다.

근로계약을 체결한 무기계약직에 대해 정부와 재계는 정규직으로 보고 있지만, 노동계는 비정규직으로 간주하고 있다. 하청·협력업체 정규직에 대해서도 노동계와 사측은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기간제법·파견법 해결이 비정규직 남용을 방지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일 당시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한 만큼 이번 정부 내 해결될 가능성도 언급된다. 민주노총은 "더이상 비정규직이 생기지 않도록 사용사유제한을 법제화하고 비정규직 보호 명분으로 제정한 기간제·파견법을 폐기해 비정규직 양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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