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점령한 중국 유학생③] 대학가 부동산, 6만 중국 유학생 '실종'
입력: 2017.12.21 11:15 / 수정: 2017.12.23 10:13

대학가 부동산 관계자들은 중국인 유학생은 주고객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대현동=김소희 기자
대학가 부동산 관계자들은 "중국인 유학생은 주고객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대현동=김소희 기자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의 수가 6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학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대학 인근에는 중국 간판이 넘쳐나고, 중국 유학생만을 위한 식당, 식음료점, 환전상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미니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가 인근이 '중국화(中國化)'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팩트>는 중국 유학생들이 점령한 대학가의 변화와 이에 따른 명암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신촌·혜화=김소희 기자] "중국인 유학생이 늘어나도 이 근처 원룸 가격은 변동 없어요. 중국 유학생과 원룸 계약하는 경우요? 10명 중 한 명은 될까요."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입구역 6번 출구에 위치한 E부동산 대표 김영철(가명·61) 씨는 '중국 유학생 유입으로 대학가 원룸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꺼내자 손사레를 치며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김 씨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연세대와 이화여대가 위치한 신촌 일대 원룸과 오피스텔 가격의 변화는 없다"면서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곳은 원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부동산 옆 건물인 P오피스텔 1층 T부동산 대표 박수혜(여) 씨 역시 "중국 유학생들로 인해 신촌 지역의 월세에 변동이 있지 않다"며 "중국 유학생들은 애초에 원룸을 찾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쩌다 부동산을 찾는 중국인들이 찾는 건 투룸, 쓰리룸의 큰 집"이라며 "중국 유학생들은 큰 평수의 빌라나 아파트에서 중국인들끼리 모여사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촌 일대에 새로 지어지는 오피스텔 입주 예정자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신촌 원룸은 대학생들의 수요가 꾸준하고, 시청과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직장인들도 일대의 원룸을 찾고 있지만 중국 유학생은 '주 고객'은 아니라는 게 부동산업자들의 설명이다.

건대입구 K부동산 대표는 건대 앞에만 4만 개의 원룸이 있다며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방 캡처
건대입구 K부동산 대표는 "건대 앞에만 4만 개의 원룸이 있다"며 "중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고 했다. /직방 캡처

건국대와 성균관대 앞 부동산업자들도 "중국 유학생을 보기 힘들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건대입구 역에 위치한 K부동산 대표 김상진(47) 씨는 "이 근방에 원룸만 4만 개가 있는데 영향이 있겠느냐"며 "열 명 중 몇 명도 아니다. 백 명 중 몇 명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대학원 등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10만 4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서는 국내 체류 중인 중국 유학생은 6만6614명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업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한국행을 선택한 6만 명이 넘는 중국 유학생은 국내 부동산에 도통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이유가 궁금하던 찰나, 성균관대 앞 K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 박모 씨는 뜻밖의 설명을 내놨다. "처음엔 사드 여파나 각종 사회적 이슈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주변 부동산중개업자 설명을 들으니 중국 유학생들은 애초에 한국 부동산 자체를 선호하지 않는다더라"면서 "중국 유학생들이나 중국인들은 그들의 커뮤니티에서 자기들끼리 방을 구하고 계약하는 식"이라고 했다.

박 씨는 이어 "중국 중개인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다"며 "정식 허가도 받지 않은 이들을 통해 중국 유학생들의 주거 계약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 제기를 하기도 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방을 거래하고 있었다. 사진은 중국 동포들이 거주 공간과 관련된 정보를 나눈 글들. /커뮤니티 캡처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 유학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방을 거래하고 있었다. 사진은 중국 동포들이 거주 공간과 관련된 정보를 나눈 글들. /커뮤니티 캡처

18일 <더팩트>는 중국 동포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M(가칭)'에 들어가봤다. 박 씨의 설명처럼 실제로 이 곳에서는 국내 지역의 부동산과 관련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중국 내 부동산 홍보 외에도 '대림역', '평택시' 등 중국인 밀집 지역에 위치한 거주 공간을 사고 파는 식이었다.

이들은 부동산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물론, 가전제품을 사고 파는 등 한국 생활에 정착하기 위해 요구되는 각종 필요사항을 서로를 통해 충족하고 있었다. 수단은 중국 SNS 채널인 '위챗'이다. 자신의 '위챗' 계정 주소를 남기며, 연락을 주고 받으며 거래를 했다. 나아가 중국 유학생들은 중국어로 이뤄진 중국 내 커뮤니티를 이용해 한국 주거 공간을 찾고 거래하기 때문에 비밀스럽기까지 했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가입된 협회들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알음알음 주거 공간을 거래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상을 지적했다. 주한외국인유학생협회 이종길(39) 회장은 "외국인 친구들 입장에선 마음에 맞는 집주인을 만나는 것 자체가 힘들다"며 "기존에 살던 친구가 나가면서 새롭게 입주할 친구들을 커뮤니티 등을 통해 구하는 게 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회장은 중국 유학생들이 특히 개별 커뮤니티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것에 대해서는 "중국 유학생들이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활동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워낙 인원이 많기 때문에 하나의 커뮤니티에 모이지 않고 학교 단위, 과 단위로 활동한다"며 "학교별로 회장단을 두고 활발히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대 앞에 들어서고 있는 신축 오피스텔들. 이 근처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주자들은 한국인 학생들과 직장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이대 앞에 들어서고 있는 신축 오피스텔들. 이 근처 부동산 관계자들은 "입주자들은 한국인 학생들과 직장인들"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희 기자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진행 중인 중국인 유학생 문지혜(32·가명) 씨도 "유학원이나 한국에 나와 있는 다른 유학생 친구, 유학생 협회 같은 곳을 통해 방을 구하는 게 일반적이다"면서 "한국인도 외국으로 유학갈 때 외국 부동산보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구하지 않나. 후기도 잘 나와 있고, 말도 잘 통하는 커뮤니티를 통해 구하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대학가 부동산에 중국 유학생 '실종 현상'에 대해 부동산 중개업자들은 예상과 달리'이상 무(無)'를 외쳤다.

신촌역 C부동산 대표는 "신촌 일대 원룸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라고 한다면, 중국인들은 두세 명이 같이 쓸 수 있는 낡은 곳을 선호한다"며 "국내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들을 중국인들이 커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대 앞 부동산 대표 김 씨도 "중국 유학생들은 넓은 곳을 선호한다"며 "오피스텔은 6평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방을 찾는 중국 유학생들을 다세대주택으로 안내한다"고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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