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의료계 "신생아 시트로박터 유전자 동일…병원 책임 커"
입력: 2017.12.20 00:00 / 수정: 2017.12.20 00:00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이 숨진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선 병원 측 검역 관리 문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남윤호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이 숨진 가운데 의료계 안팎에선 병원 측 검역 관리 문제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남윤호 기자

중환자실, 일반병실보다 항생제 내성균 밀도 높아…원내 감염 가능성 커

[더팩트ㅣ목동=변동진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사망한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 프룬디(Citrobacter freundii)'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해당 균의 유전자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져 의료계는 신생아 사망 사고의 책임은 병원 측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았다. 환아들이 병원 내 같은 오염원에서 전파된 세균에 감염됐다는 이유에서다.

질병관리본부는 19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숨진 신생아 4명 중 3명의 혈액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균 프룬디'가 같은 유전자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에 질본은 사망 전에 채취한 검체(혈액)로 배양검사를 실시, 항생제 내성이 의심되는 시트로박터균을 검출했다고 전날인 17일 발표했다. 또한 오염원을 밝히기 위한 유전자 분석을 진행했다.

'시트로박터'는 건강한 사람 장에서 존재하는 균이다. 대표적인 장내 세균인 '대장균'과 사촌 관계로 볼 수 있다. 장에 있을 때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소화나 대변 등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당뇨병과 면역력 저하, 기타 다른 질환이 있는 경우 요로 감염이나 피부연조직감염, 균혈증(세균이 혈관 안으로 들어와 혈액을 통해 온몸으로 돌아다니는 상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해당 균이 원래 있어야 할 장에서 벗어나면서 염증이나 감염을 일으키는 셈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 의료계는 질본의 유전자 분석 결과를 주목했다. 사망 신생아 3명에게 검출된 균의 유전자가 같다는 것은 병원 내에서 시행된 동일한 의료과정을 거쳐 감염됐다고 밖에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즉, 병원 측의 검역 관리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아 4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명의 혈액에선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 /남윤호 기자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던 환아 4명이 연이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3명의 혈액에선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다. /남윤호 기자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시트로박터'가 실제 사망 원인 균이라는 게 밝혀지려면 부검 결과와 역학조사 등이 최종적으로 나와야 알 수 있다"면서도 "지금으로 봐서는 '해당 균이 (신생아 사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병원 측 (신생아 중환자실) 검역 관리의 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료계 전문가는 "항생제를 과다 투약해서 시트로박터 균에 감염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중환자실은 (병원 내 떠도는) 항생제 내성균의 밀도 자체가 일반 병실보다 높다. 즉 '병원내 균'으로 감염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고 설명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그렇다고 병원의 책임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다"며 "신생아 3명에게 검출된 시트로박터균의 유전자가 동일한 것으로 밝혀진다면, 이대목동병원의 감염 관리에 허점이 있었다는 게 드러난 것이다. 현재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침착하게 질본의 조사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본은 정확한 감염 원인과 경로를 밝히기 위해 역학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울러 퇴원·전원한 아기 12명의 감염 예방을 위해 하루 두 번씩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bdj@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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