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점령한 중국 유학생②] '큰손' 중국 유학생엔 '쩔쩔', 韓대학생은 '뒷전'
입력: 2017.12.20 08:08 / 수정: 2017.12.20 08:44

국내 대학들은 매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생들의 불만은 늘어나고 있다. /더팩트DB
국내 대학들은 매년 외국인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는 반면, 국내 대학생들의 불만은 늘어나고 있다. /더팩트DB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의 수가 6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학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대학 인근에는 중국 간판이 넘쳐나고, 중국 유학생만을 위한 식당, 식음료점, 환전상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미니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가 인근이 '중국화(中國化)'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팩트>는 중국 유학생들이 점령한 대학가의 변화와 이에 따른 명암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신촌=김소희 기자] "조별과제를 할 때 중국인 유학생과 한 조가 되지 않기를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에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 재학 중인 박지은(23·가명) 씨는 중국인 유학생들과의 생활을 묻는 질문에 대뜸 이렇게 답했다. 박 씨는 "수업에 빠지는 날도 허다한 중국 유학생들이 조별과제에 성실할리 만무하지 않냐"라고 반문하며 "어차피 중국 유학생들은 졸업장만 받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중국인들을 상대로 '학위 장사'를 하는 대학들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이 '외국인 유학생 10만 명 시대'에 이어 '중국인 유학생 6만 명 시대'를 맞이했다. 특히 중국인 유학생은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에 육박한다. 2017년 4월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중국인 유학생은 6만7993명에 달한다. 전체 외국인 유학생 12만3462명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중국 유학생 수는 넘쳐나지만, 중국 유학생의 한국 생활이 국내 대학생들 눈에 '거저 먹는 식'으로 비치면서 중국 유학생 '기피현상'이 만연하고 있다. 학점 역차별을 비롯해 장학금, 기숙사 입실까지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고 국내 대학생들은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 대학 측은 '큰손'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국내 학생들의 하소연을 외면하고 있다. <더팩트>가 만난 국내 대학생들은 "학교가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역차별을 받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대학들은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점점 더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의 자격만 보유하면 된다. 입학 후 유학생들은 학교로부터 각종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더팩트DB
외국인 유학생이 국내 대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 2급 이상의 자격만 보유하면 된다. 입학 후 유학생들은 학교로부터 각종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더팩트DB

◆ 유학생 수 1000명 넘는 대학 17곳 넘어…혜택은 유학생 몫?

대학 정보 공시 사이트 알리미의 대학별 외국인 유학생 현황을 분석한 결과 따르면, 2016학년 기준 4년제 대학 중 가장 많은 유학생 수를 기록한 대학교는 고려대(4333명)로 나타났다. 경희대의 유학생 수는 3665명으로 2위, 연세대는 3223명으로 3위를 차지했다.

4년제 대학 중 유학생 수가 1000명이 넘는 대학은 세 대학을 포함해 ▲성균관대(2783명) ▲중앙대(2033명) ▲한양대(1997명) ▲건국대(1914명) ▲동국대(1784명) ▲국민대(1748명) ▲서울대(1596명) ▲상명대(1555명) ▲한국외국어대(1546명) ▲이화여대(1423명) ▲우송대(1359명) ▲서강대(1167명) ▲계명대(1133명) ▲선문대(1043명) 이상 총 17개교이다. 이 중 중국 유학생의 수가 절반이 넘는 셈이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다수의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을 상대로 등록금을 깎아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학교는 기숙사 입실 자격도 외국인 학생에게 먼저 제공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평균 학점이 'C+'만 넘으면 외국인 유학생들은 '장학금'을 받는 학교도 있었다.

가천대학교는 모든 유학생의 입학금을 전액 면제하고 있다. 등록금은 학기마다 40%씩 감면하고, 기숙사 비용도 월 5만 원씩 지원한다. 아주대는 한국어능력시험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30~100%까지 지원하는 제도를 운용 중이다. 기숙사 비용 혜택은 없지만, 외국인 유학생에 우선 배정 자격이 주어진다.

외국인 유학생에게 생활비를 주는 대학도 있다. 고려대는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을 A,B,C 등급으로 나눠 운영한다. A 등급 대상자는 학비 전액 면제에 매달 생활비로 50만 원씩 받는다. B 등급은 학비 전액 면제, C 등급은 학비의 50%를 감면 받는다. 단국대는 성적에 따라 등록금과 기숙사 비용을 최대 100%까지 지원하는데, 공간 부족으로 기숙사에 배정받지 못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생활 지원비 명목으로 6개월 기숙사비의 80%를 제공한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중국 유학생이다.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 유학생들과 조별 과제조차 함께 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 무관함.) /더팩트DB
국내 외국인 유학생의 절반 이상이 중국 유학생이다. 한국 유학생들은 중국 유학생들과 '조별 과제'조차 함께 하기 힘들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사진과 기사 내용 무관함.) /더팩트DB

◆ 유학생 유치는 곧 생존…'능력 미달' 유학생 받아들이는 대학들

지방대의 경우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곧 '생존'이다. 교육부가 내놓은 국내 대학교(전문대학·4년제) 입학정원 현황을 보면 국내 대학생 입학 정원은 2014년 54만9000여 명에서 2015년 52만9000여 명, 2016년 51만6000여 명으로 매년 감소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대학 입학 정원이 4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입생 감소로 직격탄을 맞는 건 서울 및 수도권 대학이 아닌 지역 대학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전라남도에 위치한 한 사립대 관계자는 "신입생 감소는 물론이고 재학생의 자퇴율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난을 메우기 위해 외국 유학생들의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라며 "접근성이 좋은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대학교보다 지역 대학이 외국인 유학생 입학 홍보에 열중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만 몰입한 나머지 '능력 미달'의 외국인 유학생을 받아들이면서 국내 재학생들의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이 나온다. 특히 교육부의 제도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교육부는 올해 초 외국인 유학생 입학기준을 기준 한국어능력시험(TOPIK) 3급에서 2급으로 낮췄다. 대신 1년간 300시간 이상 한국어 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한국어능력시험은 총 6등급으로 나뉜다. 2급은 어휘 약 1500~2000개를 활용해 간단한 문장을 겨우 구사하는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전화하기', '공공시설 이용하기', '부탁하기' 정도를 수행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학 교과과정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5000단어 이상을 숙지해야 한다. 즉, 2급 수준의 한국어 능력으로는 대학 교과과정을 이수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에 중국 유학생들은 부족한 어학 능력 탓에 국내 대학생을 대상으로 '리포트 만들기' 아르바이트까지 구하고 있다.

◆ "한국어 못해도 졸업장 드립니다"…촉발되는 문제는 대학 몫? 정부 몫?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김모(24) 씨는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다"며 "어떻게 국내 대학교에 입학할 생각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유학생들 입장에선 큰 노력 없이 입학하고, 'C+' 이상의 학점만 받으면 장학금도 받으면서 졸업까지 할 수 있는 한국 대학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또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해도 대학 졸업도 문제 없다. 대학 정보 포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연세대와 고려대의 2015년 외국인 유학생 중도탈락률은 1.5%에 그쳤다. 성균관대(2.4%), 서강대(1.1%), 한양대(4.4%)도 마찬가지다.

대학 입장에서 중국 유학생을 비롯한 외국인 유학생은 '효자'다. 지난해 전국 4년제대 연간 평균 등록금은 667만 원(국·공립대 포함)이었다.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2015년)를 기준으로 등록금 수입을 환산하면, 연세대 60억2300만 원, 고려대 79억1700만 원, 성균관대 112억1800만 원에 달한다. 입학 허가를 낮춤으로써 장기적인 수익을 늘린다는 전략이 나오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생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교육부가 유학생에 대한 입학 기준을 강화하는 등 학사 관리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 현재 입학 기준은 일방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닌 대학들의 소견을 토대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향후 한국어능력시험 기준을 높이는 등 제도 변경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국제교육협력담당관실 관계자는 "학생들 개개인의 불만은 있을 수 있으나 A학생, B학생을 의견만 듣고 대학교 내 유학생 제도를 평가할 수는 없다"며 "정부 차원의 대학유 유학생 유치를 평가하는 제도가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통해 국내 대학들의 외국인 유치 현황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 2018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전략설명회 당시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 인증제'를 통해 국내 대학들의 외국인 유치 현황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이화여자대학교 2018학년도 수시모집 지원전략설명회 당시 모습. (기사 내용과 무관.) /더팩트 DB

교육부는 '교육 국제화 역량(IEQAS) 인증제'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 외국인 유학생 출석 현황(출석일 미달시 불법체류자로 분류됨) ▲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 취득한 유학생 수 ▲ 의료보험 가입 여부 ▲ 기숙사 제공 여부 ▲ 등록금 지원 정도 등이 교육부가 제시한 규제 기준이다. 이 관계자는 "대학 입장에선 많은 학생을 유치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많이 받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에선 유학생 수는 관여하지 않고, 정부가 제시한 기준에 부합했는지 여부를 평가해 기준을 미달할 경우 외국인 유학생이 입학할 수 없는 기관으로 지정한다"고 말했다.

대학 측도 나름대로 유학생 질 관리에 힘쓰고 있다는 주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한국어능력시험 급수가 4급 이하인 유학생은 한국어로 진행되는 전공과목 수강을 듣는 데 제한을 받는다"며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언어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대안으로 '유학생 다변화'를 제시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만 치우친 유학생 유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국립국제교육원 글로벌인재양성부 유학생유치지원팀 관계자는 "현재 중국 유학생들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양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모로 노력하고 있다"며 "대학관계자들과 협의를 하고, 각 국의 정책·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유학생 유치를 지원할 나라를 선정하고 있다"고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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