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점령한 중국 유학생①] "짜장면은 옛말" 달라진 대학가 중식당
입력: 2017.12.19 05:00 / 수정: 2017.12.19 16:43
중국 가정식 전문점으로 잘 알려진 저팔계 식당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후문에 자리하고 있다. /혜화=김소희 기자
중국 가정식 전문점으로 잘 알려진 '저팔계 식당'은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후문에 자리하고 있다. /혜화=김소희 기자

국내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의 수가 6만 명을 넘어서면서 대학가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일부 대학 인근에는 중국 간판이 넘쳐나고, 중국 유학생만을 위한 식당, 식음료점, 환전상 등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다. '미니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학가 인근이 '중국화(中國化)'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팩트>는 중국 유학생들이 점령한 대학가의 변화와 이에 따른 명암을 취재했다. <편집자주>

[더팩트 | 혜화·능동=김소희 기자] "성균관대가 국제화지수를 높이기 위해 엄청난 숫자의 중국 학생들을 받아들인 결과, 근처에 괜찮은 중국음식점이 여럿 생겼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에 2000여 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리트윗'하며 화제를 모은 글이다. 몇몇 누리꾼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저팔계식당', '천향록' 등 구체적인 상호명을 언급하며 성균관대 근처 중식당을 추천하기도 했다. 누리꾼들이 언급한 식당들은 실제로 성균관대에 재학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난 '로컬 식당'이었다.

18일 <더팩트> 취재진은 사실 확인을 위해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앞을 찾았다. 혜화역부터 성균관대로 이어진 길을 따라 올라가니 온라인에서 언급된 식당들의 간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누리꾼들이 언급한 식당 외에도 중국어로 된 간판들이 더러 있었다.

첫 번째로 먼저 찾은 곳은 가장 호평이 많았던 '저팔계 식당'. 면적은 그리 넓지 않지만 2층으로 구성된 가게 앞에는 중국어와 한국어가 섞인 메뉴판이 붙어 있다. 메뉴판 속 20개가 넘는 요리는 모두 중국 가정식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중국 동포들이다. 서툰 한국어로 손님들을 반기고 있었다.

'저팔계 식당'은 중국 유학생 씨에웨이웨이(여) 씨가 처음 열었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씨에 씨 남자친구 A씨는 "6년 전인 2011년에 문을 열게 됐다"며 "당시 중국인 유학생들이 성균관대로 많이 유입됐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가장 많이 찾는 손님 유형에 대해서는 "기름진 중국 가정식을 그리워하는 중국인 학생들과 중국 본토 음식이 궁금한 한국인 학생들"이라고 말했다.

천향록은 성균관대 정문 앞에 위치한 마라탕 전문점이다. 원하는 재료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중국인 유학생 세 명이 성균관대 과 점퍼를 입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혜화=김소희 기자
'천향록'은 성균관대 정문 앞에 위치한 마라탕 전문점이다. 원하는 재료를 입맛에 맞게 고를 수 있다. 중국인 유학생 세 명이 성균관대 과 점퍼를 입고 가게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혜화=김소희 기자

근처에 위치한 마라탕 전문점 '훈식당' 역시 같은 이유로 성균관대 앞에 들어서게 됐다. 마라탕은 중국 쓰촨 스타일의 샤브샤브에서 변화된 요리로 야채·두부·육고기(양·돼지·소 중 선택)를 양념과 함께 섞어 끓여 매콤한 국물이 특징이다. 흔히 중국집 하면 생각하는 짜장면과 달리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중국 요리이다.

'훈식당' 사장 B(여)씨는 "성균관대에 유학생이 많다고 해서 가게를 열게 됐다"며 "가게 손님 중 3분의 2가 중국 유학생들"이라고 말했다. B씨는 중국 출신이다. 그는 "이 근처에 마라탕 집이 몇 군데 있다"며 "(중국 출신으로서) 중국 본토의 맛을 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성균관대 정문 앞에 '천향록'이라는 간판의 식당을 두 군데 운영하고 있다는 원모 씨도 한국으로 귀화한 중국 동포다. 원 씨는 "2013년에 가게를 시작했다. 현재 '천향록'에는 160개가 넘는 중국 본토요리 메뉴가 있다. 모든 요리의 맛은 중국 본토의 맛"이라며 "중국 유학생들이 고향 음식을 먹고 싶어할 때 찾곤 한다"고 말했다.

'천향록'의 대표 메뉴는 마라탕이다. 원 씨는 "'천향록'은 성균관대 앞에 처음 만들어진 마라탕 전문점"이라며 "성균관대에 중국 유학생들이 많이 밀집하면서 가게를 차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더팩트>가 찾은 온라인 상에서 '중국의 맛'을 느꼈다고 평가 받는 중국 본토요리점들은 대체로 중국 동포가 운영하고 있었다. 이 식당들은 중국 유학생이 대거 한국으로 유입된 시기에 대학가에 터를 잡게 됐다.

건대 중국거리 인근에는 130개가 넘는 중국 본토요리점이 영업 중이다. /건대=김소희 기자
'건대 중국거리' 인근에는 130개가 넘는 중국 본토요리점이 영업 중이다. /건대=김소희 기자

'건대 중국거리' 역시 중국 본토요리점의 주요 상권은 대학가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대표 지역이다. <더팩트> 취재진은 이날 맛있는 중국 본토요리점이 즐비하다는 건대입구역에 인접해 있는 '건대 중국거리'도 찾았다. 소문처럼 한국어가 한 글자도 쓰여있지 않은 간판들도 많았다. '홍샤우로우 덮밥', '매운 돼지귀 덮밥', '마라샹궈' 등 중국인들이 평소 즐겨 먹는 요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성균관대와 건대로 위시한 대학가에 중국 본토요리점이 늘고 있는 현상은 중국 유학생이 국내 대학에 대거 유입되면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7'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문대학, 4년제 대학, 대학원 등에 등록한 외국인 유학생 수는 10만4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서는 국내 체류 중인 중국인 유학생은 6만6614명으로 나타났다.

대학가가 인천·대림을 잇는 새로운 차이나타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무색하지 않다. 소상공인 상권정보시스템 조사자료(9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건국대 양꼬치거리 인근에는 134개의 중국 본토요리점이 있다. 지난해 12월 103개에서 9개월 사이 31개나 늘었다. 서울대가 위치한 관악구 역시 91개 중국 본토요리점이 운영되고 있다.

중국 유학생 친구의 추천으로 마라샹궈를 처음 먹었다는 건국대에 재학 중인 박수영(24·여) 씨는 "다른 지역에선 학교 근처에서 먹은 맛이 안 나는 것 같다"며 "중국인 친구와 술 생각이 날 때 자주 찾는다"고 했다.

ks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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