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과 문화센터에 이어 노량진 학원가에서 지난달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 /이덕인 기자 |
교육기관 결핵 심각, 2013년 71건에서 지난해 114건
[더팩트ㅣ변동진 기자] 어린이집과 문화센터에 이어 학원가에서도 결핵 사태가 터지면서 사회 곳곳이 불안에 떨고 있다. 게다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상태여서 결핵에 대한 공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8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수험·고시생 수만 명이 상주하는 서울 노량진 학원가에서 지난달 결핵 확진 환자가 발생해 긴급 조사에 나섰다.
◆노량진 결핵, 조사 대상자 500여 명
서울 노량진 대형 공무원 학원에 다녔던 A(23) 씨는 지난달 29일 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는 지난달 중순까지 100명 이상 듣는 대형 강의를 포함한 다양한 강의를 수강했다. 이에 당장 감염 여부를 조사해야 할 대상자만 무려 5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해당 학원 측이 일부 수강생에게 검사를 받으라는 문자 한 통을 보낸 게 전부여서 제대로 된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수험생도 있다.
앞서 영유아도 결핵에 노출된 바 있다. 문화센터 강사 B씨는 지난 6~9월까지 이마트, 롯데마트, 2001아울렛 등 6곳의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 정서와 감각 발달을 촉진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당초 그는 결핵에 감염된 사실을 몰랐다. 그런데 몸이 좋지 않아 10월 초 병원을 방문,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핵환자 B씨는 지난 6~10월까지 서울과 경기, 인천지역 이마트, 롯데마트, 2001아울렛 문화센터 등에서 영유아를 대상으로 정서와 감각 발달을 촉진하는 강의를 했다. /더팩트DB |
◆결핵, 공기로 전염…예방 어렵다?
결핵은 공기를 통해서도 순식간에 전염되는 질병이다. 주로 환자로부터 나온 미세한 침방울 혹은 비말핵(기침이나 재채기를 하면 결핵균이 들어 있는 입자가 공기 중에 나와 수분이 적어지면서 날아다니기 쉬운 형태로 된 것)에 의해 직접 감염된다. 이같은 이유에서 에이즈(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와 함께 국가 차원에서 관리한다.
하지만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접촉자의 30% 정도가 감염되고, 이 가운데 10%가량이 결핵 환자가 된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문제는 이렇다 할 예방법이 없고, 잠복기간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잠복결핵은 면역력이 감소했을 때 발병하기 때문에 영유아 등 면역력이 약한 이들에게는 발병률이 높다.
◆한국, 결핵 발병 대비 사망률 높아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는 지적이다. 실제 질병관리본부는 2007~2016년까지 10년간 국내에서 35만4150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했고, 매년 3만 명 이상의 환자가 신규 보고된다고 발표했다.
또한 서울시의 조사에서 지난해 기준으로 결핵 환자가 5769명 발생했으며, 이중 323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통계 자료와 비교하면 신규환자는 2015년 6011명에서 지난해 5769명으로 300여 명 정도 줄었으나, 사망자는 오히려 315명에서 323명으로 8명 증가했다.
교육기관 내에서 결핵 문제는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이후 교육기관 내 결핵환자 역학조사'에 따르면, 유치원·초·중·고교 교직원 결핵 환자 발생 건수는 2013년 71건에서 지난해 114건으로 3년 새 1.6배 증가했다.
특히 초등학교 교직원의 결핵 발생 건수는 21건에서 60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더불어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직원 결핵 감염자는 2012년 90명에서 지난해 209명으로 2.3배 증가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보고도 나온 바 있다.
물론 결핵 예방 가운데 'BCG(비씨지)' 접종하는 방법도 있다. BCG란 우형 결핵균의 독성을 약하게 해 만든 것으로 사람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결핵에 대한 면역을 갖게 하는 백신이다. 결핵균에 감염되기 전 BCG 접종을 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발병률이 1/5로 줄어드는 데, 이 효과는 10년 이상 지속된다.
오범조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결핵 예방과 관련해 "사실상 사람이 밀집되는 곳을 피하는 방법 외에 없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임세준 기자 |
오범조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결핵 예방과 관련해 "결핵균이 창궐하는 나라는 영양 상태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곳인 데, 우리나라의 경우 먹을 게 부족한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며 "사실상 사람이 밀집되는 곳을 피하는 방법 외에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BCG를 접종하면 결핵 감염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완벽한 퇴치 방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9월 결핵후진국 오명을 탈피하고, 질병 대물림을 차단하기 위해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혔다. 2020년까지 결핵발생률을 2011년 대비 절반 수준인 10만 명당 50명까지 줄이겠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올해 말까지 정부 내 협의 등을 거쳐 '제2기 종합계획(안)' 수립을 마무리하고, 결핵퇴치를 위해 국가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