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개와 인간, 영원히 사랑할 수 없나요(영상)
입력: 2017.11.25 11:05 / 수정: 2017.11.25 11:05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개한테 짓밟힌 인생이네." "개 팔자가 상팔자네." "개만도 못한 삶이네"

최근 SNS 유머 관련 콘텐츠에 올라온 영상을 두고 누리꾼들은 이같이 촌평했다. 10여초 분량의 영상을 두고 한 사람의 인생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유독 이 영상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영상은 하얀 개탈을 쓴 남성이 시베리안 허스키 십여 마리에 둘러 싸인 모습을 담고 있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놀아달라는 듯 개탈을 쓴 남성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대형견인 시베리안 허스키 십여 마리가 달려들자 남성은 버거운 듯 팔로 밀어내며 버티고 있다. 유머게시판에 게재된 '재미있는 영상(?)'이지만 영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최근 불거진 '도그 포비아(Dogphobia)'와 맞물려 마냥 웃기게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불거진 도그 포비아와 함께 개 목줄과 개 입막개 착용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덕인 기자
최근 불거진 '도그 포비아'와 함께 개 목줄과 개 입막개 착용 등이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이덕인 기자

개와 인간, 인간과 개는 영원히 사랑할 수 없는걸까. 조금은 거창하지만 개의 기원부터 살펴보자. 미국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개의 기원을 약 4만년 전으로 보고 있다. 연구진은 시베리아에서 약 3만5000년 전의 늑대 뼈를 발견했다. 이 뼈의 DNA를 검사한 연구진은 놀라운 결과를 얻었다. 이 뼈의 주인이 오늘날 시베리안 허스키와 유사성이 많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근거로 연구진은 2015년 5월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인간이 개를 길들이기 시작한 것은 "4만년~2만7000년 전"이라고 발표했다. 최초 늑대가 사냥꾼을 따라다니다 동물 부산물을 얻어먹으면서 길들여진 것으로 추정했다. 개의 조상과 점점 친숙해진 인간은 새끼 늑대를 데려다 길렀고, 사람 손에서 자란 늑대는 집을 지키고 사냥감을 추격했다.

이 과정에서 개는 사람과 같이 사는 데 필요한 특성으로 진화했다. 개는 다른 동물에 비해 군집생활과 기억 관련 유전자가 특히 발전했는데 이는 사람과 같이 살리면 군집을 선호해야 하고, 사람 말을 기억하려면 기억력이 더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년 여성이 건물 문 앞에 버티고 있는 개를 보며 경계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중년 여성이 건물 문 앞에 버티고 있는 개를 보며 경계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인간과 개는 어떻게 서로에게 콩깍지가 씌었을까. 재미있는 연구가 있다. 2015년 4월 일본 아자부대학교 연구진은 30명에게 애완견을 쓰다듬으며 눈을 맞추게 했다. 늑대를 키우는 사람도 실험에 참가했다. 실험 전후 사람과 동물의 소변을 채취했고, 분석한 결과는 놀라웠다.

사람과 눈을 맞춘 시간이 길면 길 수록 개의 혈중 옥시토신 농도가 130% 증가했다. 사람 역시 300% 증가했다. 옥시토신은 원래 아기를 잘 낳도록 분비되는 자궁 수축 호르몬으로 아기가 젖을 빨 때도 분비돼 아기와 엄마의 유대감과 친밀감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한 마디로 '사랑' 호르몬이다.

이런 호르몬이 인간과 개가 눈을 맞추는 시간이 길 수록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결국 인간이 개를 사랑하고, 개가 인간을 따르는 건 호르몬 작용인 셈이다. 반면 눈을 응시하는 걸 적의(敵意)로 받아들이는 늑대는 호르몬 변화가 없었다.

길게는 4만년을 거쳐 인간과 개, 개와 인간은 공존의 길을 모색했다. 이런 유대가 유명인의 개가 유명 식당 주인을 죽여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다. 이어 '사람을 물어 죽인 개를 안락사하라'는 주장부터 '모든 개에게 입막개를 채우라'는 요구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도그 포비아'가 일상의 화두로 떠올랐다.

목줄을 한 개와 견주가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목줄을 한 개와 견주가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이덕인 기자

4만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인간과 개는 서로를 완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완전히 사랑하려면 앞으로 4만년, 아니 그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많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변하지 않을 사실이 있다. '모든 개는 문다'라는 점이다. 4만년 후라도 모든 사람이 숨을 쉬는 게 당연한 것처럼 말이다.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최근의 '도그 포비아'가 정말 개때문인지, 아니면 사람때문인지. 인간과 개가 서로를 오롯히 이해하고 사랑할 수 없다면 자격을 제한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독일이 하듯 반려견 자격증 제도 도입은 현실적 대안이다.

인간과 개, 개와 인간. 우리 사랑할 수 있게 해주세요.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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