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수능 연기 D+7' 논란의 1주일! '응원한다 1999'(영상)
입력: 2017.11.18 05:00 / 수정: 2017.11.18 05:00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만만한 게 1999년생이냐!"

15일 교육부는 경북 포항 지진의 후속 조치로 16일 예정됐던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을 1주일 연기한 23일 목요일에 치른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자연재해로 인한 수능 연기에 일부 수험생들은 "왜 포항 때문에 내가 피해를 봐야하나", "일주일 뒤에 지진 안 난다는 보장 있나", "기껏 짠 플랜 다 꼬였다" 등 수능 연기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견해를 밝혔다.

15일 교육부는 포항 지진의 후속 조치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종전 16일에서 1주일 연기한 23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15일 교육부는 포항 지진의 후속 조치로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종전 16일에서 1주일 연기한 23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임영무 기자

올해 수능을 치르는 1999년생의 삶을 되돌아 보면, 수험생의 불만 섞인 주장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나라가 IMF 경제 위기로 '금 모으기'가 한창일 때 세상의 빛을 봤다. 그 여파로 1999년생 중 많은 수가 백일 및 돌반지가 없다. 초등학교 때는 신종 플루가 유행했고, 중학교 3학년 때는 세월호 참사가 불거졌다. 또 고등학교 1학년 때는 메르스 사태가 터져 제대로 된 수학여행도 못 간 세대다. 여기에 이번 수능까지 연기되자 스스로를 비하하는 학생이 있다고 한다. 어른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1999년생의 불운이 미안하고 안타깝다.

그렇다고 불공평한 상황에서 인생이 걸린 중요한 시험을 감행하자는 일부의 주장은 수긍하기 힘들다. 수능의 생명은 단연 형평성이다. 지진 피해가 큰 지역의 수험생은 다른 지역 수험생보다 심리적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포항지역 시험장 14곳과 예비시험장 1곳 등 15곳에서 심각한 파손과 균열이 확인됐다. 예정대로 수능 시험이 진행됐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기상청은 16일 오전 9시2분쯤 경북 포항시 북구지역에 규모 3.4의 여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수능이 연기되지 않았다면 이 시각 1교시 언어영역이 치러졌다.

정부의 수능 연기 발표에 일부 수험생과 누리꾼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 및 국민들은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을 지지했다. /임영무 기자
정부의 수능 연기 발표에 일부 수험생과 누리꾼은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지만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 및 국민들은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을 지지했다. /임영무 기자

이런 수험생을 배려한 정부의 수능 연기 조치는 합당하다는 게 중론이다. 비록 59만4000여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미뤄진 수능과 입시 일정으로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타인의 불행을 발판 삼아 '내 점수'만 생각하고 본 수능 결과가 과연 떳떳할 수 있을지 묻는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 "우리 때문에 수능이 연기됐다고 욕하는 댓글을 보며 슬펐어요"라고 말한 포항지역 수험생의 울먹이는 목소리는 개인보다 공동체의 의미를 먼저 생각해 보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수험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국민들은 정부의 수능 시험 연기를 우리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에 "정부의 수능 연기 결정을 흔쾌히 수용하고 동의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우리 아이들의 안전과 수능의 공정성을 위해 불가피했다. 이후 입시 일정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대비하겠다"고 소신을 전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애초 16일에서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늘어난 1주일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영무 기자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애초 16일에서 23일로 연기된 가운데 늘어난 1주일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영무 기자

이 글에 자신을 '고3 수험생 부모'라고 밝힌 누리꾼 이 모 씨는 "수능 연기가 조금 불편하지만 제 아이에게 인생의 추억거리가 되면서도 공동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해당 글은 이날 '좋아요' 개수 300개를 넘기며 가장 많은 공감을 얻었다. 공정하고 안전한 수능을 위한 정부의 조치를 존중하는 학부모와 국민들의 화답인 셈이다.

역대로 수능이 연기된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05년 부산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면서 그 해 수능이 11월 17일에서 23일로 늦춰졌다. 2010년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으로 11월11일에서 18일로 수능이 미뤄졌다. 물론 두 경우 모두 사전에 수능 연기를 확정하고 공지해 수험생들의 혼란은 없었다.

자연재해는 아니지만 올해 수능 연기와 닮은 사례는 수능 이전인 학력고사 시절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92년 당시 후기 학력고사를 하루 앞두고 서울신학대학교에 보관중인 문제지 포장 박스 겉면이 뜯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경찰 조사결과 각 교시별로 문제지 한부씩이 사라졌다. 교육부는 그해 1월21일로 예정됐던 후기 대입 학력고사를 20일 뒤인 2월10일로 연기했고, 전국 대학에 보관중이던 문제지를 긴급 회수해 파기했다. 혼란의 1992년 후기 대입에 응시했던 한 <더팩트> 독자는 그때를 돌아 보며 "지나고 나니 추억이고, 돌이켜 보니 선물과 같았던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D+7.' 짜증나고 불안한 1주일이 아닌 덤으로 주어진 선물같은 1주일이길 희망하며 59만4000여 수험생들의 선전을 기원한다. '응원한다 1999.'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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