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학(사진) 사건에서 미흡한 초동수사로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 실종사건 수사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은 여중생 딸 친구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영학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랑구 사건 현장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 범행을 재연하는 모습. /더팩트DB |
[더팩트|박대웅 기자] '어금니 아빠' 이영학 사건에서 부실한 초동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경찰이 실종사건의 초동수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앞으로 실종발생 초기부터 '실종자 수색'과 '범죄수사'의 동시 진행이 가능해져 실종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2일 경찰청은 실종사건 발생 초기부터 범죄 관련성을 염두에 두고, 실종자 수색과 범죄 수사를 동시에 진행하도록 수사체계를 개편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내놨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18세 미만 아동이나 여성의 실종신고가 접수되면 관할 경찰서 여성청소년 수사팀과 형사, 지구대·파출소가 현장에 동시에 출동한다. 현장에 공동 출동한 경찰은 실종자 수색과 범죄 혐의점 수사도 동시 진행한다.
또한 모든 실종사건은 관할 경찰서 여청과장에게 보고하고, 범죄로 의심될 경우 경찰서장에게 즉시 보고가 올라간다. 실종자의 생명·신체에 위해가 가해질 우려가 있으면 '긴급출입권'을 활용해 적극 수색하기로 했다.
아울러 4~6시간 안에 실종자를 찾지 못하면 합동심의위원회를 열어 부서별 초동조치 내용을 공유하고 수사 방향을 다시 설정한다. 그럼에도 수색에 진척이 없으면 실종수사조정위를 열어 범죄 가능성을 판단한다. 실종수사조정위를 개최한 사건은 지방경찰청장에게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와 동시에 경찰서 여청과 교대근무에 따른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근무체계 개선안도 마련할 방침이다.
김기출 경찰청 생활안전국장은 "전문가 의견과 현장 여론 등을 참고해 수사체계 개선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하고 관련부처 협의를 통해 실종자 등의 발견·구호를 위한 법령 개정도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실종수사 개편을 통해 앞으로는 실종발생 초기부터 '실종자 수색'과 '범죄수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돼 실종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더팩트DB |
그동안 경찰은 실종·가출신고 접수 시 실종자 발견을 위한 수색을 위주로 초동대응을 해왔다. 이 과정에서 범죄 의심점이 있는 경우 '실종수사조정위원회'를 열어 강력사건 전환 여부를 결정했다. 이 때문에 이영학 사건처럼 범죄 혐의점 발견이 늦어지거나 초기 수사가 형식적인 수색에 그친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뒷북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사건 초기 서울경찰청 차원의 전담팀이 마련돼 수사에 나섰다면 사건의 실체가 좀 더 일찍 드러났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경찰이 피해자 실종신고를 받고 단순가출로 판단하는 바람에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과 함께 사건 초기인 실종 수색 당시 이영학의 집까지 찾아가놓고 집안 수색을 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흡한 초동 대처가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지난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서울지방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도 이영학 사건에 대한 경찰의 부실한 초동수사를 두고 질타했다.
당시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초동수사 부실, 인수인계 미흡 등 부실로 이런 결과가 발생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정확한 진상조사로 책임을 가리고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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