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추적] '회사명 가린' 남양유업 커피, '속 보이는 꼼수' 눈살(영상)
입력: 2017.10.14 05:00 / 수정: 2017.10.16 07:58
더팩트 취재 결과 남양유업의 대표적인 냉장 커피 음료 프렌치카페 제품 대부분이 CI가 가려진 채 판매되고 있었다. /안양=이진하 기자
'더팩트' 취재 결과 남양유업의 대표적인 냉장 커피 음료 프렌치카페 제품 대부분이 CI가 가려진 채 판매되고 있었다. /안양=이진하 기자

[더팩트ㅣ박대웅·이진하 기자] 30대 직장인 박성철(가명) 씨는 점심식사 후 '편의점 커피'를 즐겨 마신다. 커피전문점에서 파는 것보다 저렴하고,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리지 않고 간편하게 마실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커피를 마시기 전 어느 회사 제품인지 보려고 했으나 쉽지가 않았다. 이리저리 한참을 뒤지다 빨대에 가려진 회사명을 발견했다. 우연인가? 호기심이 생겨 편의점 내 다른 커피들을 집어 보니 회사명이 잘 보이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었다. 여러 개를 관찰하니 공교롭게도 '회사명 찾기'가 어려운 제품이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10일 박성철 씨는 "일부러 회사명을 가리고 판매하는 것 같다. 속은 기분이 든다"며 <더팩트>에 관련 사진과 내용을 제보했다.

기업 이미지를 상징하는 CI(corporate identity)를 가린 채 제품을 판매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회사명이 들어간 CI를 더 돋보이고 잘 보이게 구성하는 게 보통인데 그 반대라면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더팩트> 취재진은 박성철 씨의 제보를 받은 뒤 남양유업 쪽에 전화를 걸어 사실 파악에 나섰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13일 <더팩트> 취재진과 통화에서 "공정상 빚어진 사소한 실수다"는 답을 내놓았다. CI를 가릴 이유가 전혀 없고, 제보자가 공정 과정에서 빨대가 잘못 붙여진 제품을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프렌치카페 제품에 빨대 부착 위치는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며 "공정 상 레일 위에 플라스틱 컵 커피 제품이 회전하며 이동하고 빨대가 임의적으로 부착된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 제품 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도 로고가 가려진 제품들이 많다"며 "일부러 회사 로고를 가리기 위해 빨대를 부착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제품 측면에 부착된 빨대가 회사 CI를 가리고 있다. /안양=이진하 기자
남양유업의 프렌치카페 제품 측면에 부착된 빨대가 회사 CI를 가리고 있다. /안양=이진하 기자

<더팩트> 취재진은 제보자 박성철 씨의 주장과 남양유업 측의 의견이 완전히 달라 판매되는 제품을 직접 살펴 봤다. 남양유업 프렌치카페를 쉽게 구할 수 있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찾았다. 경기도 안양시에 자리한 이마트, 롯데마트, 킴스클럽, CU, 세븐일레븐, GS25에서 판매하는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커피들을 체크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의 판매대에는 대략 20여 개의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시리즈가 진열돼 있었다. 단품은 물론 4개 묶음 번들 제품까지 대략 120~150여 개의 제품을 확인한 결과, 남양유업 회사명은 대체로 잘 보이지 않았다. 제보자의 말이 맞았고, 남양유업 측의 주장과 현실은 달랐다. 취재진이 일일이 살펴본 결과 10개 중 8개 이상의 빨대 위치가 CI를 가리는 곳에 위치했다. CI가 온전히 드러난 제품은 전체의 20%에도 못 미쳤다.

그렇다면, 프렌치카페 시리즈 경쟁사 제품은 어떨까. 프렌치카페 시리즈 외에 자사 CI를 가린 제품은 전혀 없었다. 제품을 집어 들면 회사명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CI가 잘 보였다. 제조사마다 공정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남양유업 제품에서 유독 많은 '실수'가 발견됐다. 또한 로고 위치도 확연히 달랐다. 경쟁사들은 소비자들의 식별이 용이하도록 자사 로고를 제품 가운데 상단에 배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반면에 남양유업은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왼쪽 상단에 로고를 박아두었다.

남양유업 프첸치카페 시리즈 중 빨대가 남양유업 로고를 가린 제품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이진하 기자
남양유업 프첸치카페 시리즈 중 빨대가 남양유업 로고를 가린 제품이 대다수인 것으로 확인됐다. /안양=이진하 기자

남양유업이 냉장 커피 제품군에서 왜 유일하게 자사 로고를 가린 것일까. 관계자들은 남양유업이 '밀어내기' 등으로 쌓인 부정적 이미지를 가려 매출을 올리려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속 보이는 꼼수'라는 이야기다.

경쟁업체에 근무 중인 A 씨는 "브랜드 인지도 못지않게 회사 인지도도 중요하다. 홍보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며 "상식적으로 회사 로고를 가려 제품을 출시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로고를 가려야 한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회사 로고를 가리는 게 매출 증대에 더 도움이 됐을 거라는 설명이다.

2013년 밀어내기 파문으로 추락했던 남양유업의 실적은 2년 사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갑질'과 '밀어내기' 파문 등이 있었던 2013년과 이듬해인 2014년 남양유업의 실적은 각각 175억 원과 261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실적이 떨어지자 남양유업은 특단의 조치에 나섰다. 밀어내기 파문으로 불거진 불매운동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남양'이라는 자사 로고에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거센 비판에 회사명을 가리는 황당한 조치를 취했다가 걸려 구설에 올랐다.

남양유업은 2013년 밀어내기 파문 당시 남양 로고에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다 구설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남양유업은 2013년 밀어내기 파문 당시 '남양' 로고에 스티커를 붙여 판매하다 구설에 올랐다. /온라인 커뮤니티

이번에는 또 다른 방법으로 '회사명 가리기'에 나선 남양유업이다. 자사 로고를 감춰 분위기를 바꾼 경험이 있어 '이유 있는 꼼수'로 비친다. 남양유업은 밀어내기 파문 후 '남양 지우기'에 나섰고 2015년 1월 1분기 영업이익 24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 해 201억 원, 지난해 418억 원 등 흑자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흑자행진이 예상된다. 지난달 CEO스코어 발표를 보면 남양유업의 올 2분기 매출은 5705억4600만 원이다.

유통 채널 관계자 B 씨는 "회사 이미지보다 고객의 선호에 따라 상품 배치 및 판매량 등을 고려한다"면서 "기업 이미지가 나쁘면 자연스럽게 그 기업 제품에 대한 수요도 줄어들겠지만, 프렌치카페 제품의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좋지 않은 기업 이미지를 '교묘하게' 가린 것이 남양유업에 도움이 됐다는 진단이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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