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구 주안8동 주민자치위원회는 <더팩트> 취재진에 "동장의 '갑질'과 직무유기 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빗고 있다"고 주장했다./김경진 기자 |
[더팩트 | 인천 남구=김경진 기자] 인천시 남구 주안8동 주민자치위원회(이하 위원회)가 동장의 '갑질'로 운영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임명되어야 할 위원들이 동장의 거부로 임명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위원회 측은 "동장의 갑질과 직무유기로 위원회가 정상 운영은커녕 와해될 처지"라며 조속한 위원 임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주안8동장은 "위원 임명은 동장 권한"이라며 추가 위원 임명을 거부하고 있다.
<더팩트>가 취재한 결과, 주안8동 위원회는 현재 총 8명의 위원(위원장·부위원장 포함)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해 8월 유재열(57) 위원장 임명 당시 위원수는 18명이었지만, 그동안 임기 만료 등의 이유로 10명 정도 줄어들었다. 통상 25인 이내로 구성되는 다른 동의 위원회에 비해 위원수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현재 인천 남구 21개 동의 위원회 중 위원수가 10명 미만인 곳은 주안8동이 유일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유 위원장은 임명 직후부터 원활한 위원회 운영을 위해 모집공고와 지역의 각 단체 추천 등의 절차를 거쳐 10명의 후보를 동장에게 추천, 승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안8동장은 "현재 근무중인 간사가 위원회 소속 자격이 되지 않는다"며 위원회의 위원 충원 요청을 거부했다. 이 간사가 과거 시민단체 대표 자격으로 위원회에 들어왔지만, 현재는 대표가 아니어서 위원회 자격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조례를 살펴봐도 현 간사가 그만둬야 할 이유는 없다"며 "동장이 개인적 감정으로 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는 '갑질'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내열 주안8동 주민자치위원장이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한 민원 내용. /김경진 기자 |
◆주민자치위 "동장, 개인 감정으로 위원 임명 거부"
누구의 주장이 사실일까. 인천 남구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는 "위원회는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25명 이내로 구성하도록 하며, 위원의 위·해촉 권한은 동장이 갖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조례 제17조 제2항은 "통장자율회, 주민자치위원회 및 교육·언론·문화·예술, 그 밖의 시민·사회단체의 대표자나 추천된 사람 중 봉사정신이 투철하거나 자치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람을 위원으로 위촉한다"고 되어 있다.
유 위원장의 주장처럼 시민·사회단체 대표자격이 상실된 경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동장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셈이다. 동장의 주장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해촉권'이다. 조례에 의하면 동장은 위·해촉 권한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동장이 문제의 간사를 해촉하면 될 일인 것이다.
해당 조례에 의하면 해촉 사유는 ▲해당 동의 관할구역을 떠날 경우 ▲질병 혹은 해외여행 등으로 6개월 이상 임무 수행이 어려운 경우 ▲위원의 자진사퇴 ▲자치센터의 운영취지, 목적, 기능 등에 반하여 행위를 하였을 경우 ▲그 밖의 위원으로서 직무 소홀 혹은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으로, 동장이 위원을 해촉 할 수 있다.
유 위원장은 "조례를 살펴봐도 현 간사가 그만둬야 할 이유는 없다"며 "다만, 조례 상에서 '직무 소홀 혹은 직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해당 간사의 해촉 사유에 해당될 순 있다. 하지만 그 경우는 다분히 동장 개인의 의견이 들어가는 경우다. 동장이 사적 감정으로 자신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한 갑질을 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동장에게) 직접 (해촉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도 했다. 하지만 거부했다. 직접 (해촉을) 하지 못하는 것이 (간사에 대한) 부적격 사유가 없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이런 행위는 동장이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제17조를 위반과 동시에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동장이 위법을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해당 조례에는 '위원수 25명 이내'라고 적혀있기 때문이다. 주안8동은 위원 8명으로 인천 남구 주민센터 가운데 가장 적은 위원수이지만, 조례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인천 남국 각동 주민자치위원 수. 주안8동을 제외한 평균 위원 수는 23명으로 주안8동 8명은 타 동에 비해 현저히 적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료=인천 남구 |
◆양 측 갈등으로 인한 불편,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문제는 양 측의 갈등으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주민들이 불편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자치위원회는 주민편의 및 복리증진 도모, 주민자치기능 강화를 통해 지역공동체 형성 기여를 위한 무보수 단체다.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편익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공무원이 아닌 각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주민들이 참여한다. 통상 주민센터에 있는 평생교육 또는 교양강좌 등이 위원회 회의 및 의결로 결정되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위원수가 적으면 지원금과 예산도 줄어들게 돼 위원회 운영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실제 다수의 타 동 위원장들은 <더팩트>에 "경제적·비용적 요인, 의견 개진, 동 의견 수렴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위원수가 적으면 위원회 운영에 큰 차질이 있다"고 했다.
인천 남구에 따르면 현재 위원회에 지급되는 지원금과 예산은 정족 수에 따라 달라진다. 정족수에 따른 위원회 운영비는 한 명당 월 5만원이다. 위원회 활동과 관련된 실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돈이지만, 위원 대부분이 해당 금액을 포함해 월 5~9만원 정도의 위원회비를 지불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위원장은 "위원들이 내는 금액까지 합치면 어림잡아도 연 1000만원 이상 예산이 달라진다"며 "이 정도 금액이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다"고 말했다. 이어 "위원수가 많을 수록 다양한 분야, 연령층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며 "8명이면 아무래도 25명 동네보단 차이가 있지 않겠냐. 수가 적으니 의결하긴 쉬울지 언정 여러 의견을 모으긴 힘들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주민자치위원회 행정업무 등을 통괄하는 인천 남구 지혜로운시민실은 "현재 인천 남구 총 21개동 주민자치위원 평균수는 23명"이라며 "(주안8동 제외한) 25명 미만인 위원회는 임기만료,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잠시 결원이 생긴 것이고 항상 충원을 통해 정족수 25명을 채우고 있다"고 했다.
<더팩트>는 해당 동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지만 동장은 "더 이야기 하고 싶지 않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한편 유 위원장은 '직무유기'를 골자로 주안8동 동장을 검찰 혹은 경찰에 고발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단순히 우리 동의 문제만이 아니다. 동·구·시 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동장들의 '갑질'로 주민자치위원회 운영에 어려움이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면서 고발 배경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