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 10대 범죄 해법 '처벌보다 공감'
입력: 2017.09.19 00:00 / 수정: 2017.09.19 00:00

천안 여중생 폭행 일파만파. 천안에서 14세 여중생이 또래 여중생을 집단 폭행한 가운데 경찰은 가해 여중생에 대해 폭력과 상해 공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천안 여중생 폭행 일파만파. 천안에서 14세 여중생이 또래 여중생을 집단 폭행한 가운데 경찰은 가해 여중생에 대해 폭력과 상해 공갈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하하, 재밌다."

최근 천안에 사는 14살 소녀가 동갑내기 여중생을 폭행하며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듯 내뱉은 말이다. 충격적이다.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 가해 소녀에게 피해 소녀의 고통이나 아픔, 두려움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건 자신을 험담했다는 피해 소녀의 자백(?)과 절대적 사과 뿐이었다. 그래야 자신의 폭력이 정당성을 얻기 때문일까. 부산, 아산, 강릉을 찍고 고개를 든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 커다란 물음표가 붙은 10대 범죄의 해법이 사회적 숙제로 떠올랐다. 강력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인 '공감'이 근본적인 대책으로 비친다.

'내가 때리는 건, 네가 맞는 건 다 네 잘못이다.' 비단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자들만 생각한 부분이 아니다. 피투성이가 될 때까지 또래 학생을 집단으로 폭행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도 그렇고, 얼굴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맞아 보는 사람이 차마 고개를 돌릴 정도였던 강릉 여중생 폭행 사건도 마찬가지다. 부산과 강릉에 이어 서울과 인천, 부천에서도 쉬이 이해하기 힘든 10대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10대 초반의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아이들의 일'이라고 치부했던 어른들도 여중생들의 잔혹함과 생각하기 힘든 폭력성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폭력 청소년들에게 더 무서운 처벌을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여론은 비행 청소년들의 최후의 보루였던 소년법의 폐지로 모였다. 강력한 처벌로 범죄를 억제해야 하는데 소년법이 이를 막고 있다는 주장이 등장했다.

그렇다면, 정말 강력한 처벌을 내리면 잔혹한 10대 폭력 범죄가 줄어들까. 기대와 달리 소년범들이 정말로 처벌이 무서워 범죄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처벌 강화와 범죄 예방은 현재로서 그리 상관관계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낙인 효과'를 불러 자포자기하게 하고 재범의 늪에 빠지게 할 우려가 높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소년원에 다녀 온 후 범죄자로 낙인 찍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결국 더 큰 흉악 범죄의 굴레를 쓰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시대의 살인마 유영철이 그랬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구타하고 있다. /사상경찰서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가해 학생들이 피해 학생을 구타하고 있다. /사상경찰서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더 도드라진 10대 범죄 숙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단어는 '공감(共感)'이다. 학교 폭력은 물론이고 늘어나는 10대 자살을 포함한 극단적 현실의 이면에는 근본적으로 경쟁을 부추기는 교육시스템이 있다. 10대들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좌절을 경험하지만 이를 나누거나 위로받을 소통 채널이 턱없이 부족하다. '공감'의 길이 막혀 있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함께'보다는 '이겨야 산다' 내지는 '대학가면 다 보상받는다'며 등 떠미는 가정도 학교 폭력의 원인이다. 최근의 10대 폭력 사건의 가해자들을 살펴보면 학교와 가족으로부터 제대로 된 이해와 돌봄, 존중과 배려를 받아본 적이 없는 청소년들이 많았다. 이들의 분노와 원망은 또래에 대한 분노와 원망으로 변질됐다. '누군가 나를 미워한다'는 막연한 감정이 자신보다 약하고 힘없는 또래에게 잘못 전달되며 끔찍한 폭행 사건이 벌어졌다.

그동안 학교 폭력, 집단 따돌림, 10대 자살, 그리고 10대 폭력 사건 등 굵직한 청소년 범죄 관련 사건이 있을 때마다 정부는 다양한 '학교폭력 따돌림 근절 대책'을 내왔다. 그 많은 대책이 있었지만 효과가 없었고, 결국 부산과 강릉, 천안 여중생 폭행 사건을 막지 못했다. 이쯤되면 처벌 강화를 통한 범죄 예방보다 10대 청소년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공감의 장을 열고 확실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우선이지 않을까.

bdu@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