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소년법 폐지 딜레마 '엄벌 vs 온정'
입력: 2017.09.05 08:31 / 수정: 2017.09.05 09:03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소년법 폐지 여론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여파, 소년법 폐지 청원 봇물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소년법을 폐지하라 vs. 소년범을 사회로 환원하는 건 우리 사회의 숙제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과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등 미성년자들의 강력범죄가 계속되면서 소년법 폐지 여론이 들끓고 있다. 청와대 청원페이지에 4일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소년법 폐지를 주장하는 청원에 5일 오전 7시 현재 7만5000여 명이 참여했다. 해당 청원은 3일 '청소년이란 이유로 보호법을 악용하는 잔인무도한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반드시 청소년보호법(소년법을 잘못 표현함)은 폐지해야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다.

청원인은 대전 여중생 자살사건과 김해 여고생 살인사건, 울산 남중생 자살사건, 전주 여중생 자살사건을 사례로 언급하며 "더는 청소년을 어리다는 이유로 보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소년법의 본래 취지와 다르게 청소년들이 자신이 미성년자인 걸 악용해 일반적 사고 방식을 가진 성인보다 더 잔인무도한 행동을 일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소년법 폐지 청원 글은 이후 온라인과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졌고, 4일 국내 4대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 등 상위권을 휩쓸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소년법 폐지 여론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자리잡은 셈이다.

현행 형법은 만 14세 미만을 형사미성년자로 정의하고 형사처벌을 금지하고 있으며 소년법은 만 10세이상 만 14세 미만을 촉법소년, 만 14세 이상 만 19세 미만을 범죄소년으로 정의해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하지만 우리 법은 한 번 전과자가 되면 사회에 적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미성년자에게 엄중한 법적 책임을 묻기보다는 소년법의 특례를 적용해 소년보호기관에 수용하고 이 곳에서 범죄에 대한 책임의식을 느끼고 또 직업 훈련 및 학업 교육을 통해 보통의 사회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게재된 소년법 폐지 청원에 5일 오전 7시 현재 7만5000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소년법 폐지에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 알려진 직후인 3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게재된 소년법 폐지 청원에 5일 오전 7시 현재 7만5000여명이 넘는 국민들이 소년법 폐지에 동의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우리 법이 내포하고 있는 이런 '온정'을 소년법을 통해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이나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 같은 파장이 큰 소년 범죄는 전체 소년 범죄 중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이런 일부 사건으로 형성된 여론에 따라 소년법이 개정되거나 폐지되면 결국 경미한 소년 범죄자까지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경미한 소년범의 경우 지금의 보호기관을 통한 반성과 사회 복귀 기회 제공으로 교화가 가능함에도 소년법 개정 내지는 폐지로 형사처벌 가능성을 높여 소년 범죄 전과자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소년 범죄자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얼마나 심각한지 모르는 경우가 많으며 처벌 받는다는 생각을 못 하고 우발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 만큼 행위에 따른 책임과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내세운다.

이런 온정주의자들의 주장에 엄벌주의자들은소년 범죄자의 살인과 강간, 강도, 방화 등 흉악 범죄 증가율이 성인보다 높다는 점과 재범율 또한 30% 이상을 웃도는 점을 강조하며 엄중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 범죄 행위에 따른 책임을 생물학적 나이가 아닌 죄의 경중에 따라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처럼 무거운 죄에는 무거운 형벌이라는 응보적 성격이 강해야 소년 범죄자들의 범죄 의욕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소년범들이 온라인과 SNS 등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범죄가 어떤 범죄며 어떤 처벌을 받는지 정보를 수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꼽으며 '소년범들이 어떤 처벌이 따를지 모르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온정주의자들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엄벌주의자들은 소년범을 강하게 처벌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소년 범죄가 줄어들고 범죄 억지력이 생긴다고 목소리를 드높인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 여중생이 온 몸에 피를 흘린 채 무릎을 꿇은 상태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의 피해 여중생이 온 몸에 피를 흘린 채 무릎을 꿇은 상태로 폭행을 당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현행 소년법의 특례규정을 살펴 보면, 18세 미만의 소년 범죄자가 사형, 무기징역에 처할 범죄를 저지른 경우 15년의 유기징역이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될 경우 20년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부정기형으로 단기는 5년, 장기는 10년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소년범이라는 이유로 형량을 낮춰준 셈이다. 실제로 인천 초등생 살인 사건의 주범 김모 양은 소년법 특례규정을 적용 받아 검찰로부터 징역 20년을 구형 받았다. 아울러 소년법 특례규정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더라도 완화된 가석방 규정을 적용해 무기형의 경우 5년, 15년 유기형의 경우 3년, 부정기형의 경우 단기형의 3분의 1이 경과하면 가석방 대상자가 된다.

엄벌주의자는 느슨한 소년법 특례규정으로 소년 범죄 억지력을 가지기 힘들다고 강조한다. 반면 온정주의자는 처벌도 중요하지만 소년범이 성인범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범죄로부터 단절하고 보통의 사회인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 사회의 숙제라며 소년법 개정 및 폐지에 반대하고 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또 한번 고개를 든 소년법 폐지 논란. 엄벌과 온정 사이에서 소년법의 존재 이유와 앞으로 방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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