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김정숙 여사 재킷' 정영환 작가 "엄청난 떨림이었다"
입력: 2017.08.06 04:00 / 수정: 2017.08.06 04:00

정영환 작가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마포=이새롬 기자
정영환 작가는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했다. /마포=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마포=윤소희 기자] "처음엔 영부인이 입을 줄은 몰랐어요. 방미 일정에서 입을 줄도 몰랐죠. 엄청난 떨림이었습니다."

지난 6월 말 첫 한·미 정상회담 차 미국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전용기에서 내리자 많은 이들이 감탄했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화사한 의상 때문이었다. 백색의 재킷에 프린팅 된 그림 '푸른숲'을 품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와 상견례 자리서 김 여사의 패션은 모델 출신의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견줘도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의상 속 '푸른숲'도 화제가 됐다. 그림을 그린 주인공은 바로 정영환(47) 작가다.

뜨거운 햇볕이 따갑게 느껴질 정도로 무더운 여름날, 그를 만났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벽과나사이(Sai) 문을 열고 들어가자, '푸른 세상'이 펼쳐졌다. 정 작가는 개인전 '그저 바라보기_저스트 루킹(Just Looking)'를 통해 지난 2015년부터 그려온 파란 작품들을 보여줬다. 그는 이번 개인전에 대해 "관람객들이 파란 풍경 속으로 들어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영환 작가는 푸른숲 파란색 파랑 등으로 유명하다. /이새롬 기자
정영환 작가는 '푸른숲' '파란색' '파랑' 등으로 유명하다. /이새롬 기자

정 작가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파랑'이다. 파란색의 채도를 조절해 푸른 세상을 창조해낸다. 그는 지난 2007년부터 꾸준히 파란색을 고집해왔다. 정 작가는 파란색이 주는 다양한 이미지의 스펙트럼을 그 이유로 들었다. 우람한 메타세쿼이아와 작은 향나무들이 가지런히 배열된 '푸른 숲'도 그 중 하나다.

"녹색의 자연이 파란색으로 변조될 때 생경함이 작품의 포인트예요. 파란색이 주는 상징적인 감성이 있잖아요. 성공과 신뢰 믿음, 우울, 순수, 야만적 등……. 파란색의 넓은 스펙트럼으로 관객들은 다양한 걸 느낄 수 있어요. 소담스럽기도 하고, 소소하기도 하고."

정 작가의 푸른 작품들은 산과 강, 나무, 풀 등 자연의 풍경을 담고 있다. 그가 풍경을 그리게 된 이유도 있다. 가족 때문이었다.

"아버지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지, 어머니께서 그를 간호한 지 15년 됐습니다. 몇 번 고비가 있었는데 우리 삼형제가 양평으로 모셨어요. 새로운 삶이라고 할까요? 삶과 들, 물을 보고. 그런 게 곁에 있으면 당신께서 힘을 받고 소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을 했어요. 그런 와중에 작업을 하면서 그런 느낌을 대변하게 됐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와 같은 상황의 사람들이 위안을 받았으면 해요."

문재인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월 28일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 정영환 작가와 양해일 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새롬 기자, 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는 지난 5월 28일 미국에 방문했을 당시 정영환 작가와 양해일 디자이너의 컬래버레이션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 /이새롬 기자, 청와대 페이스북

갤러리 한쪽에는 김 여사의 방미 일정을 빛나게 해준 작품 '휴식'이 있다. 지난 2015년 10월에 그려진 '휴식'은 양해일 패션 디자이너를 만나 김 여사의 품에 안겼다.

정 작가와 김 여사 사이의 특별한 인연이 있는 건 아니다. 양해일 디자이너가 정 작가의 작품으로 패션쇼를 진행했고, 이후 대선쯤에 다시 한 번 정 작가에게 컬래버레이션을 요청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 작가는 '휴식'과 컬래버레이션될 의상이 영부인에게 갈 줄 몰랐다고 했다.

김 여사가 입을 옷이라는 걸 알게 된 건 5월 10일, 문 대통령이 당선된 다음 날이었다. 정 작가는 "영부인이 입을 거라는 연락이 와서 정말 놀랐다. 그리고 기대를 했다. 취임식 때 입는 건가 싶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어느 날 뉴스를 보는데 (영부인께서) 미국 비행기에서 내릴 때 입고 계시더라고요. 정말 엄청난 떨림이었습니다. 누군가 제 작품이 들어간 옷을 입었다는 자체가 좋았어요. 더군다나 영부인이라니……. 새롭게 미술이 확장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작가분들에게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정영환 작가의 개인전 그저 바라보기_저스트 루킹은 다음 달 5일까지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새롬 기자
정영환 작가의 개인전 '그저 바라보기_저스트 루킹'은 다음 달 5일까지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이새롬 기자

뛸 듯이 기뻤지만 정 작가는 조심스럽기도 했다. 그는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무관하고 예술의 한 작품일 뿐인데 달리 보는 시선이 있을까 조심스러웠다"며 "이름도 안 밝히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김 여사의 착복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정 작가의 인생에 큰 전환점이 됐다.

"아무리 아트페어에 나가고 개인전을 해도 만나는 분들은 한정적이에요. 공간과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번 이후로 '푸른숲'이라는 작가 명칭으로 저를 연관 지어줄 수 있는 게 생겼어요. '파란색 풍경을 그리는 작가로 이런 사람이 있더라'라는 인식이요. 그리고 제 작업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정 작가는 앞으로도 '푸른 그림'을 그릴 계획이다. 그는 꾸준히 풍경을 관찰하고 재구성해 푸른숲을 그린다. 직접 관찰을 통해서, 아내의 조언을 통해서, 작품을 감상해준 관객의 방명록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

"세 번째 개인전에서 한 소녀가 '파란방'이라고 방명록을 남겼어요. 그럴싸하더라고요. 그에 대한 콘셉트의 전시도 생각하고 있어요. 벽면 전체를 푸른 그림으로 채우는 거예요. 갤러리에 푸른 풍경이 가득차 있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영감을 툭 주고 가는 게 있어요. 사실 푸른 작품 말고 빨간 것도 있어요. 공개 시기는 미정이지만 언젠간 도전하려고 합니다."

정 작가의 개인전 '그저 바라보기_저스트 루킹(Just Looking)'은 다음 달 5일까지 벽과나사이 갤러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heeee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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