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 탐방, 1시간 기다림 끝에 얻은 깨달음과 행복
입력: 2017.07.21 15:47 / 수정: 2017.07.21 18:28

스타벅스 해피아워 행사가 진행 중인 20일 오후 3시(왼쪽) 스타벅스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선 반면 이벤트 전인 오후 1시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백윤호 인턴기자

스타벅스 '해피아워' 행사가 진행 중인 20일 오후 3시(왼쪽) 스타벅스 매장에 긴 줄이 늘어선 반면 이벤트 전인 오후 1시에는 한산한 모습이다. /백윤호 인턴기자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A45번 고객님, 음료 나왔습니다."

호리호리한 체격의 남자 점원이 건넨 음료를 받으며 제일 먼저 아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연애 기간 3년, 결혼 생활 4년여 동안 단 한번도 무려 줄까지 서가면서 기다려야하는 맛집에 아내를 데려간 적 없다. 간혹 아내가 줄을 서야하는 맛집에 가자고 할 경우 '배 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 '더운데(혹은 추운데) 뭘 기다리면서 먹냐', '다른 거 먹자' 등등 숱한 핑계를 댔다. 때로는 핀잔까지 줘가며 긴 인파의 행렬 속에 끼지 않았다. 그런 필자가 무려 1시간을 꼬박 서서 기다렸다. 아이스아메리카노 6잔을 사기 위해서.

20일 후배 인턴기자와 함께 <더팩트> 사옥 건물 1층에 자리한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스타벅스 매장을 찾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 기간이었다. 스타벅스는 이날부터 사흘간 전국 스타벅스(일부 매장 제외)에서 제조음료를 반값에 먹을 수 있는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를 개최했다. 개점 18주년을 기념한 이벤트로 오후 3시부터 오후 5시까지 2시간 동안 모든 제조음료가 50% 할인된다.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를 미리 알고 있던 기자는 점심을 먹으러가는 길 스타벅스 매장 안을 살폈다. 평소와 달리 조금 한산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는 오후 1시쯤에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오후 2시와 오후 2시30분 두 차례에 걸쳐 후배 인턴기자에게 스타벅스를 염탐(?)하라는 지령을 내렸다. 결과는 마찬가지로 평소보다는 조금 '썰렁하다'였다.

드디어 오후 3시. 속으로 '그럼 그렇지 아무리 반값이라도 줄까지 서서 먹겠어'라고 생각했다. 또 '줄서서 먹지 않는다'라는 나만의 철칙(?)이 이번에도 깨지지 않겠거니 생각하며 호기롭게 스타벅스 매장으로 향했다.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6잔을 사러. 해피아워 이벤트의 1인당 구매한도가 3잔인 만큼 후배 인턴기자까지 위풍당당하게 데려갔다. 이후에 벌어질 긴 기다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해피아워 이벤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백윤호 인턴기자
20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 '해피아워' 이벤트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고 있다. /백윤호 인턴기자

'아뿔싸!' 후배의 보고를 받고 잠시 뭉그적거린 나 자신을 원망했다. 채 30여 분도 안 지난 사이 줄이 돌고 돌아 매장 밖까지 이어져 행인들의 통행을 방해할 정도로 길어졌다. 순간 허위보고(?)한 후배를 향한 분노가 치솟았지만, '지금이라도 빨리 줄을 서야한다'는 일념으로 재빨리 긴 행렬 속에 끼어들었다. 까칫발까지 들며 줄의 길이를 가늠하며 좌절하려던 찰나 뒤를 돌아보니 기자 뒤로 더 긴 줄이 금세 이어졌다.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이라고 했던가, 더 길어진 줄을 보며 좌절한 것도 잠시, '아싸, 그래도 나쁘지 않아'라며 안도했다.

문제는 기다리는 게 너무 지루하다는 점이었다. 기자 뒤의 남녀 커플은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짜는 듯 쉴 사이 없이 의견을 주고 받았고, 앞에 있던 여성들 역시 박수까지 쳐가며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기다림의 지루함을 달래며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했다. 반면 필자와 후배 인턴기자, 우리 '남남커플'은 그저 우직하게 이 줄이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새삼 스마트폰의 존재에 감사했다.

기다림은 쉽게 끝날 기미가 안 보였다. 대신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덥고 습한 날씨에 차오르는 짜증을 못내 스마트폰으로 식히며 조금씩 조금씩 걸음을 옮기던 순간 갑자기 새로운 세계가 열렸다. 매장 안의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두 뺨과 살갗을 스쳤다. '고맙습니다'. 스마트폰에 이어 에어컨을 만든 이에게 감사했다.

매장 안은 매장 밖과 또 다른 풍경이다. 주문을 하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과 주문한 음료를 기다리는 줄 그리고 매장 안에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 사람 등이 뒤섞여 더 정신이 없었다. 특히 음료 주문을 받고 제조하는 스태프들은 말 그대로 전쟁 중이었다. 매장 밖이 더위와 지루함의 싸움이었다면 매장 안은 '정신없음'의 연속이었다. 어서 빨리 이 순간이 지나길 바랄 뿐이었다. 이 글로 솔직히 고백하지만 커피 심부름을 시킨 팀장 욕도 했다. 물론 마음속으로 했다.

스타벅스 해피아워 행사가 진행 중인 21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이마트의 스타벅스 매장에 긴 줄이 섰다. /심재희 기자

스타벅스 '해피아워' 행사가 진행 중인 21일 오후 3시 경기도 성남시이마트의 스타벅스 매장에 긴 줄이 섰다. /심재희 기자

문득 다른 사람들은 이 기다림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여전히 뒤 쪽 커플은 여름휴가 계획을 잡으며 들떠 있었고, 앞쪽 한 무리의 여성들은 즐거운 대화 중이었다. 여전히 스마트폰을 보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일부는 스타벅스 매장 안을 둘러보거나 메뉴를 보며 무엇을 먹을지 궁리했다. 어떤 이는 이색적인 풍경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눌렀다. 또 긴 줄이 추억이라며 셀카를 찍고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이도 있었다. 짜증나고 지루할 수 있는 기다림이었지만 많은 이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기다림을 행복한 시간으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줄을 선 지 약 40분이 지나 드디어 주문대 앞에 섰다.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라고 상냥하게 말하는 점원이 이렇게 반가웠던 적은 없었다.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6잔요."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는 '차가운 아이스아메리카노'라는 명언을 남기고 멍 때리고 있는 사이 점원이 말했다. "손님, 1인당 주문은 3잔까지 가능합니다." 당당하게 후배 인턴기자를 내세우며 "이 친구 것까지해서 6잔 주세요"라고 했다. 그리고 카드를 내밀었다. "6잔 다 계산해주세요"라면서. 잠시 후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들렸다. "1인당 구매 한도가 3잔이라 카드 한 장으로 3잔까지만 계산됩니다" 친절한 점원의 목소리가 귀전을 때렸다. 팀장의 카드 한 장 달랑 받아들고 털레털레 나온 기자는 순간 당황했다. 결국 후배 인턴기자에게 1만원을 빌려 계산했다.

'아메리카노 6잔이면 금방 나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매장 한편에 자리잡고 섰다. 역시 예상과 기대 그리고 기록은 깨지라고 있는 법이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부터 10위의 기사를 다 봤는데도 커피는 응답하지 않았다. 그 때 "A45번 고객님 음료 나왔습니다"라는 남자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끝이구나, 가도 되겠구나'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A45번은 곧 아메리카노 3잔이다. 필자에게는 아직 받지 못한 A46번 아메리카노 3잔이 남아 있었다.

20일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 행사에서 장장 1시간여 동안 줄을 선 끝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6잔을 구매했다. /백윤호 인턴기자
20일 스타벅스 해피아워 이벤트 행사에서 장장 1시간여 동안 줄을 선 끝에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6잔을 구매했다. /백윤호 인턴기자

또 기다렸다. 지루했지만 스타벅스 봉지에 커피가 쏟아지는 걸 막기 위해 달걀판처럼 생긴 지지대를 능수능란하게 집어 넣는 남자 점원의 실사판 '생활의 달인'을 코 앞에서 관전한 건 남다른 재미였다. "A46번 고객님 주문한 음료나왔습니다." 드디어 나왔다. 음료를 받아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매장을 나섰다. 그리고 시계를 보니 무려 1시간 이상을 기다렸다. '군대 훈련병 시절 이후 이렇게 오래 서서 기다려 본 적이 있었던가'라며 미션을 완수한 나 자신이 뿌듯하기도 했다.

커피를 들고 사무실로 향하면서 아내에게 미안했다. 일이 아니었다면 결코 1시간을 기다려 커피를 사지 않았을 테지만 막상 기다려 보니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일상에 감사하게 됐고,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도 갖게 됐다. 여기에 스마트폰을 내려 놓는다면 소중한 사람을 좀 더 오롯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무엇보다 기다림이 좋은 건 그 기다림 끝에 꿀맛 같은 보상이 있다는 점이다. 1시간여를 기다려 마신 스타벅스의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맛은 훌륭했고, 1시간을 기다렸다는 무용담은 6잔의 커피를 선물 받은 6명의 사람들에게 추억이 됐다. 말 그대로 행복한 시간, '해피아워'인 셈이다.

이번 주말엔 줄 서서 먹어한다는 '그 놈의 맛집'에 아내와 가봐야 겠다. 스타벅스에서의 행복한 시간이 이번 주말 아내와 맛집 투어에서도 펼쳐지길 바란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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