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건 햄버거뿐인데…맥도날드 "햄버거병 책임없다"
입력: 2017.06.21 11:11 / 수정: 2017.06.21 11:11
지난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후 신장장애 2등급 판정을 받은 시은이 가족에 대해 맥도날드가 원인 불상 등을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지난해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은 후 신장장애 2등급 판정을 받은 시은이 가족에 대해 맥도날드가 '원인 불상' 등을 이유로 책임이 없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맥도날드가 햄버거를 먹고 건강을 잃은 우리 딸에게 정성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어느 평범한 일요일, 딸에게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인 최은주 씨는 회한 가득한 목소리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9월25일. 최 씨는 당시 4살인 딸 시은(가명)이에게 늦은 점심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였다. 이후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놀이터에 들려 30여분 정도 놀다가 복통을 느낀 시은이가 엄마에게 달려왔다. 그로부터 24시간여 뒤 시은이는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중환자실로 옮겨지지까지 시은이가 먹은 건 맥도날드 햄버거 뿐이다.

KBS는 20일 안타까운 시은이의 사연을 보도했다. 시은이는 일명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출혈성장염(Hemolytic Uremic Syndrome·요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생소한 질병을 진단 받았다. HUS는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 미국에서는 1982년 햄버거에 의해 집단 발병한 사례가 있다.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가 원인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시은이의 상태는 악화됐고, 췌장염 증세에 이어 뇌까지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다행히 상태는 점차 호전되면서 2개월여 만인 지난해 12월 퇴원했다. 퇴원 후 시은이네 가족은 많은 변화를 맞이했다. 우선 격리 치료가 필요해 1인실을 이용해야 했던 시은이의 진료비는 3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돈도 돈이지만 시은이의 상태가 더 문제였다. 시은이의 신장은 90% 가까이 기능을 상실했다. 올해 5살 된 시은이는 어쩌면 평생 투석에 의존해 살아야 할지 모른다. 최근 건강보험공단은 신장장애 2등급 판정을 내렸다.

시은이 검사 결과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때문에 발병하는 HUS가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시은이 검사 결과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때문에 발병하는 HUS가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 게티이미지코리아 제공

시은이 부모는 발병 원인으로 햄버거를 지목했다. 햄버거 이외 딱히 의심가는 음식도 없었다. 드물게 HUS가 유전적으로 나타난다는 말에 시은이 부모는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지만 유전에 의한 HUS는 아니었다. 시은이 부모는 맥도날드에 'HUS'가 선명하게 적힌 진단서를 제출하며 보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맥도날드는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보험 접수를 거부했다. 맥도날드는 "시은이 부모의 상담 접수 후 곧바로 해당 지점에서 판매된 모든 제품에 대한 점검을 시행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일한 제품이 당일 300개 이상 판매됐지만 시은이와 같은 사례가 신고된 건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맥도날드는 "보험 접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진단서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난 뒤 HUS가 발병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원인이 적시돼 있어야 보험 접수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은이는 매일 8~10시간씩 투석을 받고 있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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