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프리즘] '꿈의 수영장' 부곡하와이, 38년 만에 문닫은 이유
입력: 2017.05.28 17:15 / 수정: 2017.05.28 17:15
부곡하와이가 28일 영업을 끝으로 38년 영업을 마무리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부곡하와이가 28일 영업을 끝으로 38년 영업을 마무리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더팩트ㅣ박대웅 기자] '38년 추억을 간직하겠습니다.'

50대에게는 가난했던 청춘시절 신혼여행 내지는 가족과 여행지로, 30~40대에게는 어린시절 부모를 조르고 졸라 찾았던 추억의 장소인 부곡하와이가 28일 마지막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1976년 재일교포 기업인의 모국 진출이 잇따르면서 부곡하와이는 경남 창녕군 도천면 출신 고 배종성 씨가 설립했다. 이후 1급 관광호텔을 비롯해 78도씨의 온천수를 자랑하는 대정글탕 등 각종 스파시설과 실내·외수영장, 파도풀, 놀이동산, 식물원, 조각공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췄다. 여기에 국내에서 보기 드문 극장식 공연장과 워터파크 시설로 신혼여행 및 수학여행의 필수코스로 자리했다. 1980년 부곡하와이는 연간 200만 명이 찾는 '국민 관광지'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부곡하와이의 연간 입장객수는 24만 명으로 전성기의 10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결국 큰 적자폭을 줄이지 못했고, 새로운 투자처 물색에도 실패해 최종 폐업을 결정하게 됐다.

부곡하와이 폐업, 무엇이 문제였을까.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안일함과 도덕적해이가 꼽힌다.

부곡하와이를 다녀온 여행어드바이저가 한 여행사이트에 올린 부곡하와이 평가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면 부곡하와이에 가지말라고 혹평을 남겼다. /온라인커뮤니티
부곡하와이를 다녀온 여행어드바이저가 한 여행사이트에 올린 부곡하와이 평가에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싶다면 부곡하와이에 가지말라고 혹평을 남겼다. /온라인커뮤니티

부곡하와이를 다녀온 드립어드바이저 루더거(Ruderger) 씨는 2011년 여행관련 사이트에 이같이 남겼다.

"부곡하와이에는 가지 마세요. 인터넷 광고와 너무 달라요. 우리들이 쓴 욕조와 세면대는 애나멜이 벗겨져 있고, 샤워기는 범죄현장처럼 보여요. 여름에는 이곳이 성수기이겠지만 지금은 겨울이라서 그런지 테마공원의 B급 공포 영화를 촬영하는 곳처럼 보여요. 이곳은 오래됐고, 낡았어요. 결혼 생활을 계속하고 싶으면 아내와 함께 이곳에 가지 마세요!"

할아버지에서 아들 그리고 손주 3대가 즐길 수 있는 추억의 장소라고 했지만 외국인의 시각에서는 결혼 생활의 위기를 맞을 만큼 을씨년스러운 워터파크에 불과했다. 그만큼 변화가 없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부곡하와이 내부 물놀이장에는 오래된 치킨과 햄버거 상표를 내 건 점포와 식당 등이 옛 모습 그대로 있다. 또 1980년대 화려한 공연이 펼쳐졌던 공연장도 바뀌지 않았다. 공연 관람석도 돌로 만든 계단식 좌석이다.

부곡하와이가 고객 니즈 변화와 노후화된 시설 그리고 새로운 놀이문화 적응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38년간 이어오던 영업을 종료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부곡하와이가 고객 니즈 변화와 노후화된 시설 그리고 새로운 놀이문화 적응실패 등 다양한 이유로 38년간 이어오던 영업을 종료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반면 지난 30여년 간 경쟁 업체들은 빠르게 변화했다. 인근의 통도환타지아는 끊임없이 시설과 설비 최신화에 투자했고, 관람객의 발길도 계속되고 있다. 또한 경남 김해에는 국내 최대규모를 자랑하는 파도풀과 종합놀이시설 등을 갖춘 김해 롯데워터파크가 생겼다. 경쟁은 치열해져만 갔지만 부곡하와이는 변화보다 안주를 선택했다. 부곡하와이를 찾는 발걸음이 뜸해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여기에 경영진의 부도덕한 경영도 폐업을 앞당겼다. 부곡하와이의 경영을 맡았던 이사 2명은 비리 의혹으로 스스로 사퇴했다. 노조는 "창업주 정신을 외면하고 이들 경영진이 방만한 경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지금 남아 있는 일본인 대표이사도 경영의자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노조는 덧붙였다.

종합하면, 부곡하와이가 몰락한 건 시설노후와 새로운 놀이문화,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 점과 경영진의 도덕적해이와 방만한 경영 때문이다.

부곡하와이는 28일 영업을 끝으로 38년간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부곡하와이는 28일 영업을 끝으로 38년간의 영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부곡하와이 홈페이지

현재 부곡하와이에 남은 근로자들은 부곡하와이의 공개매각과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부곡하와이는 퇴직금과 몇 달치 위로금 일부 지금을 제시하고 있다. 경영진이 볼 땐 적자투성이 부곡하와이를 털고 나가고 싶겠지만 남아 있는 근로자들 주변 상가의 자영업자들에게는 생계가 달린 문제다. 또 '관광 명소'를 잃은 창령군도 타격이다.

경영진의 안일함과 위기관리 실패가 결국 근로자는 물론 인근 자영업자들에게 피해를 안겼다. 또한 많은 이들이 가지고 있는 '꿈의 수영장' 부곡하와이에 대한 추억을 앗아가고 말았다.

bdu@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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