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희 서기관 김종 차관 압박 이겨내 정준희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이 김종 전 차관의 예산 지원 준비 과정에서 끝까지 반대한 사실이 알려졌다./배정한 기자

동아일보 따르면 정준희 문화체육관광부 서기관은 최순실 씨(61·구속 기소)의 사주를 받은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6·구속 기소)의 압력에 맞서 정부 예산이 새나가는 것을 막은 것으로 9일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종 전 차관은 정준희 서기관에게 "인사에서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까지 했지만 통하지 않자 당초 내렸던 지시를 수정해 재차 정 서기관을 압박했다. 하지만 정 서기관은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차관은 지난해 2월 문체부 체육진흥과 소속 정준희 서기관에게 "K-스포츠클럽 운영에 문제가 있으니 이 클럽들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개선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김 전 차관의 속내는 K-스포츠클럽 운영권을 최순실 씨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던 K스포츠재단에 넘겨 연 13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주무르려는 것이었다. 김 전 차관은 "국민생활체육회(현 대한체육회와 통합)가 아닌 별도의 종합지원센터가 필요하다는 내용을 강조하라"고 정 서기관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정 서기관은 "컨트롤타워가 새로 생기면 사업 전체가 특정 민간단체에 넘어가게 된다"며 지시를 거부했다. 김 전 차관은 정 서기관이 지시를 따르지 않자 수차례 불러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라" 고 강요했다. 또한 "문체부를 나가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고 밝혀지고 있다. 정 서기관은 "당시 받은 충격과 스트레스로 안면 마비가 오고, 원형탈모 증상까지 생기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말했다. 정 서시관의 거부로 지원계획에 차질을 느낀 김 전 차관은 이후 전략을 바꿔 3년간 24억 원을 지원받도록 계획을 세우고, 클럽 사업자를 수의계약으로 선정할 수 있게 절차를 만들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이 계획에도 정 서기관은 "사업자는 공모로 선정해야 한다"며 또다시 거부했다. 이런 과정에서 소위'미운털'이 박힌 정 서기관은 청와대도 곱지 않게 보았던 정황이 밝혀졌다.

김 전 차관은 검찰 수사에서 "돌이켜 보면 정 서기관이 (내 지시에) 반대해 준 게 정말 고맙다"면서 "우리 계획이 그대로 됐다면 나는 죽을 뻔했다"며 마음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