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공자의 제자 중에 유자가 있다. 유자의 이야기 중에 '본립도생(本立道生)'이란 말이 있다. 법과 원칙, 기본을 세워서 길을 만든다는 뜻이다. 이번 환수팀의 업무가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길을 만드는 업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했다."
대한민국의 한 검사가 3년 전 국회 국정감사에 나와 전두환 전 대통령 재산환수 업무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이 검사는 '전두환 추징금' 특별환수팀장이었다. 자기 업무에 대한 사명감과 법과 원칙을 지키려는 이 검사의 모습에서 우리 검찰의 장래는 밝다고까지 생각하게 됐다.
3년 전 '본립도생'을 말한 이 검사는 현재 어떻게 됐을까. 법과 원칙을 세우겠다고 말했던 이 검사는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 호기롭던 검사가 바로 최근 논란이 된 이른바 '스폰서 검사' 당사자인 김형준 부장검사다.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은 지난 8월,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도주했다 붙잡힌 동창 김모(46·구속) 씨가 폭로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다.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SNS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했다. 그뿐만 아니라 김 부장검사는 김 씨에게 허위 진술 등 검찰 수사 대응 요령을 알려주고 휴대폰 등 증거를 없애라고 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여기에 김 부장검사와 김 씨의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녹취록을 보면 검찰이라는 조직이 법과 원칙을 세우는 곳인지, 아니면 선후배 사이의 부탁과 청탁으로 법과 원칙을 흔드는 곳인지 의심케 된다.
"그건(고양지청 고소 건) OOO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낸 거잖아. 그리고 내가 말 안 했지만 금요일(6월 25일)에 XXX (수사검사) 만나고 왔다." "오죽하면 △△△(고양지청 간부) 만나고 어떡하든 해보려고 하고. XXX 위에 있는 부장도 점심 먹으면서 친분 만들고 하고 있어."
"왜 내가 서부 부장들 다 여의도 메리어트 식당에 다 불러서, 1부장부터 공안부장만 빼고, 다 자연스레 친해지고…." "내 손발을 묶어 놨잖아. 만약 영장이 청구돼도, 기각이 되든 아니든 최소 집행유예라도 나오려면 손발이 풀려 있어야 하는데.. □□□가 완전 사람을 바보로 만들어. 고교 동창끼리 술 한잔 한 걸 거기에 써놓아."
공개된 녹취록은 기가 찰 정도다.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검찰은 서울서부지검,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검사 외에 서울남부지검 검사 등 10명 이상을 대거 조사 대상에 올려 사실관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진경준 검사장의 비위부터 김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까지 드러나면서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 물론 일선 검사 모두가 이들과 같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김 부장검사의 녹취록으로 검찰 조직의 치부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우리 사회의 법과 질서를 바로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이다. 이래야 할 검찰이 법과 질서를 무너뜨리고 법 위에 선다면 어떤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을까. 검찰은 진경준 검사장이나 김 부장검사만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제 식구 감싸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이다. 따라서 이번 김 부장검사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 검찰이 국민에게 다시 신뢰받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검찰이 내세우고 있는 '검찰의 사명'은 '검찰은 사회의 불법과 부정을 발본색원하고, 거악을 척결하여 맑고 투명한 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부패를 척결합니다' '검찰은 수사과정에 대한 사법적 통제, 적법절차 준수, 승복하는 수사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장합니다'라고 했다. 지금 검찰에게 필요한 것은 국민의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임시변통'을 찾는 것이 아니라 검찰 스스로 내건 '검찰의 사명'과 같은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 이메일: jebo@tf.co.kr
-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