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이대 논란' 총장 vs 학생, '감금 46시간' 안에서 무슨 일이?
입력: 2016.08.01 22:37 / 수정: 2016.08.02 09:03
1일 오후 5시 조미숙 총무처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서혁 교무총장(위·왼쪽부터 차례대로)을 비롯한 학교 측은 서울 서대문구 이 대학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학생 측 대표가 학교 본관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대=서민지 기자
1일 오후 5시 조미숙 총무처장,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 서혁 교무총장(위·왼쪽부터 차례대로)을 비롯한 학교 측은 서울 서대문구 이 대학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같은 날 오후 7시께 학생 측 대표가 학교 본관 정문 앞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이대=서민지 기자

[더팩트 | 이대=서민지 기자]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을 설립하려는 이화여자대학교의 방침에 반발한 재학생들의 본관 점거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양측의 첨예한 대립 속에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1일 오후 5시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서울 서대문구 이 대학 ECC 이삼봉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과 관련한 대학평의원회 등 앞으로 일정을 중단하고 널리 의견수렴을 한 뒤 결정하겠다"면서 "학생들은 본관 점거농성, 행정 마비 행위, 왜곡된 언론 대응 등을 끝내고 바로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최 총장과 서혁 교무총장, 조미숙 총무처장 등 학교 측 6명은 약 1시간 30분 동안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최 총장은 논란이 이어질 경우 "(안에서) 교수가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하겠다. 낱낱이 밝힐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 측은 오후 7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학교 측과 원활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할 것이다. 다만, 총장이 대화창구 열어줄 때까지 저희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도리어 학생 측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우리 학생들이다. 최 총장에게 '보고 싶다'고 외쳤지만, 기자회견에서도 똑같은 방침만 되풀이했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학교 측과 학생 측의 갑론을박 속 논란의 최대 쟁점은 지난달 28일 학생들이 회의에 참석했던 평의원 교수와 교직원 5명을 46시간 동안 본관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한 것을 '감금으로 보느냐, 아니냐'였다.

◆ 학교 측 "화장실도 잘 못 가…기저귀 던지기도"

ECC 이삼봉홀 앞, 최 총장의 발언을 지켜보는 이대 학생들./이대=서민지 기자
ECC 이삼봉홀 앞, 최 총장의 발언을 지켜보는 이대 학생들./이대=서민지 기자

우선 내부에 있었던 5명의 교수와 직원들은 "화장실 등 생리적 문제를 조용히 해결할 수 있는 인격을 존중해주지 않았다. 감금이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최 총장은 "거기 계신 선생님들에게 각서를 쓰라고 했고, 쓰지 않으니 총장으로부터 1억 원씩 받았냐는 모욕적인 말도 했다고 한다"면서 "남교수가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했더니, 기저귀를 던져 줬다더라. 제가 이렇게까지 안 하고 싶어도 그간 조용히 있었던 건데 참는 것이 교육의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8일부터 갇혀 있던 서 교무처장은 "학생들은 SNS에 유리한 장면만 담아서 올린다. 우리는 46시간 동안 '화장실 가겠습니다'라고 허락받았고, 그러면 200~300명의 학생이 '화장실 가신답니다~'라며 환호하면서 박수쳤다. 풍물패가 왔는데, 연주까지 해줬다"면서 "심리적 압박감 속에서 선생님은 물론이고 여자 교직원들은 화장실 가기가 두려워 물을 마시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또한, 학생 측이 '무슨 감금이냐. 쾌적한 환경이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나이트클럽 능가하는 고성능 앰프를 틀고 귀가 찢어지게 노래하고 춤을 췄다. 24시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50명이 동시에 뛰어서 먼지가 나서 입을 가리자, '호흡이 곤란하십니까, 인공호흡해드릴까요?'라고 하더라. 우산이 반 토막 날 때까지 우산으로 쳤으며, 틀어준 공기청정기는 우리 쪽이 아니라 학생들 쪽으로 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 학생 측 "불법 NO! 대화 요구하는 평화적 자리"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일부 이대 학생들이 본관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이대=이덕인 기자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낀 일부 이대 학생들이 본관에서 피켓을 들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이대=이덕인 기자

그러나 학생 측은 "저희는 인권침해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았다. 당시 교수님들은 학생들에게 '3박 4일 해보자'는 농담을 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회의실 내부는 쾌적한 온도가 유지됐고, 평의원들은 외부연락도 할 수 있었으며 식사할 수 있게 최대한 요청을 들어줬다. 병원 치료 요청한 사람들은 순조롭게 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그분들은 대화 의지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학생 측은 "어떤 불법 행위가 있었다면 경찰이 가만히 뒀겠나. 신체적·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학생들이었다. 학교 측은 회의실 냉방가동을 중단해 학생들이 지쳐서 물러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달 31일에는 실제로 폭염에 쓰려지는 학생들도 생겼다. 학교에 의견을 낼 소통의 창구가 없었던 학생들이 졸속 진행을 막기 위해 평의원회의가 열리지 못하도록 하고 총장과 대화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감금된 사람들 구출에 주안점을 두고 최소한 경찰력을 투입했다"면서 "채증자료를 바탕으로 감금 행위 주동자들을 이른 시일 안에 엄정하게 사법처리 하겠다"고 강조했다.

학생 측은 도리어 "학교와 학생의 평화적 대화를 방해하는 행위를 강 총장은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현장에서 학생들을 연행하지 않은 것은 어떤 불법활동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는 것 아니냐. 지난달 30일 경찰들이 이화인들에게 행한 일은 명백한 과잉 진압이다.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이화인들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모인 것으로 모두가 주동자다. 우리 모임엔 경찰이 찾고자 하는 주동자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시위 세력, 재학생 외 외부세력 있었나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이 직장인 단과대 설립(미래라이프 대학)에 반대하며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이대=이덕인 기자
이화여자대학교 재학생·졸업생들이 '직장인 단과대 설립(미래라이프 대학)'에 반대하며 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본관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이대=이덕인 기자

또 하나의 쟁점은 이번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가담했는지다. 학교 측은 시민단체, 용역경비 직원 등 다수 외부세력이 투입됐다고 보고 있지만, 학생 측은 "소통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이화인들이 자유롭고 자발적으로 모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 교무처장은 "재학생, 졸업생, 본인이 시민단체 소속이라고 밝힌 사람이 있었고, 졸업생인지 아닌지 분명치 않은데 지방 교육 관련 일을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조 총무처장은 "안에 계신 분(갇힌 5명의 교수 및 교직원)이 한계 상황에 다다랐다고 해서 살펴보러 갔다. 그때 맨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졸업생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그만 아이를 안고 있었다"면서 재학생 신분이 아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총장은 "용역경비직원 사진이 있다. 총무처는 덩치가 어마어마한 사람들 20명이 있었다고 했다"면서 "또한 왜 학내 문제에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들어오냐. 도대체 대학을 뭐로 아는 거냐. 이제 막 들어온 1학년이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총학은 필요 없다. 정말 순수한 우리 학생들만 남고, 학생들도 판단을 현명하게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학생 측은 "우리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돼 있고, 저희끼리도 소속 신원을 공유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의 자발적 평화 시위다. 때문에 재학생, 졸업생인지도 서로 모르고 발언하시는 분들도 어떤 입장이 있거나 대표성이 있는 분들이 아니다. 모든 학우가 참여하고 있으며 총학과도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mj7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