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의 눈] 이우환 화백 '위작 논란' 미스터리…진실은 오리무중?
입력: 2016.07.01 11:41 / 수정: 2016.07.01 11:41
이우환 화백의 그림 13점이 위작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원작자와 경찰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위작 판정을 내린 13점 모두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는 입장을 재차 주장하고 있는 이 화백./서울신문
이우환 화백의 그림 13점이 위작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원작자와 경찰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며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에서 경찰이 위작 판정을 내린 13점 모두 자신이 그린 진품이라는 입장을 재차 주장하고 있는 이 화백./서울신문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어느 날 여자 두 명이 솔로몬(이스라엘 3대 왕)의 판결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한 여자가 매우 억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제가 출산한 지 3일째 되는 날 이 여자도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이 여자는 자신의 실수로 갓난아기를 압사시킨 후, 제 아기와 죽은 아기를 바꿔놓고 잠든 척했습니다." "아닙니다. 살아 있는 아기가 제 아이입니다." 또 한 여자가 소리쳤다.

두 여자는 모두 살아 있는 아기가 자신이 낳은 아이라고 주장했다. 솔로몬은 검을 가져와 두 여자 앞에 놓은 후 "그럼 평결을 내리겠다. 이 검으로 아이를 두 동강 내서 반씩 갖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자 처음에 발언한 여자가 깜짝 놀란 얼굴로 "폐하, 제발 아이를 살려주십시오. 차라리 저 여자에게 이 아이를 주겠습니다"고 아이를 양보했다.

이에 솔로몬은 아이를 양보하려는 여자가 진짜 어머니임을 밝혀냈다고 한다. 이처럼 명쾌한 답을 내놓은 솔로몬 왕의 일화를 모르는 이는 별로 없다. 풀기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마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말할 정도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우환(80) 화백 그림을 둘러싼 위작 논란이다. 이 화백은 지난달 27일, 29일 등 두 차례나 경찰에서 위작 논란의 작품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미 위작이라고 판단했지만, 원작자의 감정을 듣고자 한 것이다.

이 화백은 경찰에서 1, 2차 감정 후 호흡이나 리듬, 채색이 다 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이우환 화백이 취재진에게 참고하라며 자신의 도록을 보여 주고 있다. /서울신문
이 화백은 경찰에서 1, 2차 감정 후 "호흡이나 리듬, 채색이 다 내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이우환 화백이 취재진에게 참고하라며 자신의 도록을 보여 주고 있다. /서울신문

이 화백은 1, 2차 감정 후 "경찰에서 그림 13점을 보여줄 때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내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2차 조사 때는 경찰서에 내 화집을 가져왔다"면서 "위작이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본 것 중에는 없다"고 말했다.

원작자는 위작이 아니라고 했지만, 경찰은 과학·안목 감정 결과와 정면 배치되는 것으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과학검증과 미술 감정전문기관의 안목감정 결과 위작으로 판명 났고, 위조범 역시 범행을 시인했다"고 밝혔다.

원작자인 이 화백은 자신의 작품이 맞다 하고, 경찰과 위조범은 위작이라는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이 화백의 말을 믿어야 할지, 경찰의 말을 믿어야 할지 미스터리다.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갈 경우 법원의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미술계의 위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미술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위작 논란은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사건이다. 천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은 1991년 작가가 생존해 있을 때 불거졌지만, 지난해 작가 작고 이후 다시 논란이 이어지며 25년째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미술 작품의 위작 논란이 천 화백의 '미인도' 사건처럼 수십 년 동안 미스터리로 남는 이유는 작가가 생존했을 경우 최종 판단이 작가에 달려 있는 미술계의 관례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번 위작 논란을 작가의 판단으로 넘기기도 모호하다. 경찰은 과학적 근거를 제기했지만, 이 화백은 설득력 있는 근거보다는 "호흡이나 리듬, 채색이 다 내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화백의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천 화백의 '미인도' 사건처럼 미스터리로 남을지, 아니면 명쾌하게 어떤 결론을 도출할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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