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부서진 홍대 '일베' 조형물, 찬반 '갑론을박'
입력: 2016.06.01 14:18 / 수정: 2016.06.01 17:10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세워져 논란이 불거졌던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조형물이 1일 오전 부서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세워져 논란이 불거졌던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조형물이 1일 오전 부서진 채 발견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서울 홍익대학교 정문 근처에 세워졌던 이른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조형물이 1일 오전 부서진 채 발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온라인에서는 이를 놓고 찬반으로 갈리며 격렬한 논쟁 중이다.

이 조형물은 이 학교 조소과 학생이 만든 작품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20일까지 전시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형물이 부서진 채 발견되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책임질 각오하고 벌인 일" vs "마녀사냥식 비난"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홍대 석상 파괴의 전말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오른 '홍대 석상 파괴의 전말' 내용.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가운데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홍대 석상 파괴의 전말'이란 제목의 글과 함께 자신이 조형물을 파괴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도 등장했다.

이 누리꾼은 "그 행동은 충분히 계산되고 의도된 행동이었고, 행인들의 안전을 생각해서 쓰러뜨릴 방향이라든지 방식도 충분히 고려된 상황이다. 뒤처리를 위해 대형 비닐 백도 준비하는 등 우발적이 아닌 계획된 행동이었다"며 "작가 측이나 학교 측이 법적인 책임을 묻는다면 제가 한 일에 대해 떳떳하게 책임을 질 각오까지 하고 벌인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겠다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타인의 예술작품을 파괴한 것의 당위성까지 이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논란이 된 조형물을 만든 학생은 "이 작품의 이름은 '어디에나 있고, 아무 데도 없다'이다. 사회에 만연하지만, 실체가 없는 일베를 보여줌으로써 논란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작품 의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베를 옹호하느냐 비판하느냐 같은 이분법적 의도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공공성이 생명이다. 외부인들도 많이 볼 수 있게 설치한 건 의도한바"라며 "나와 내 작품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 작품 훼손을 한다면 이것이 일베의 온라인 폭력과 다를 바가 무엇인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고 작품을 둘러싼 논란을 꼬집었다.

◆"표현의 자유" vs "하켄크로이츠보다 일베 혐오 더 커"

진중권 교수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선 누리꾼들./ 진중권 교수 트위터
진중권 교수의 주장에 반박하고 나선 누리꾼들./ 진중권 교수 트위터

온라인에서도 '홍대 일베 조형물'을 놓고 찬반으로 갈려 언쟁 중이다. 심지어 일베를 나치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 역시 표현의 자유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진 교수의 주장에 반박하는 이들은 독일의 나치 등과 비교하며 예술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진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작품에 '일베 옹호'라는 딱지를 붙이는 해석적 폭력에 물리력을 동원한 실력 행사까지. 어떤 대의를 위해서 남의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으로 짓밟아도 된다고 믿는 자들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적들입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만약 어떤 예술가가 다른 작가의 조형물을 부수는 것으로 자신의 예술 활동이 완성된다고 주장을 하고, 실제로 행했을 때, 이 행위가 예술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나요?"

이에 진 교수는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어요. 서울에서. 어느 작가가 서대문 형무소 자리에서 열린 조그만 굴속에 비둘기를 가둬놨는데, 다른 작가가 동물 학대라며 그걸 풀어줬거든요. 또 가둬놓으면 또 풀어주고"라고 답했다.

진 교수는 일베가 나치 수준이나 되나요?라며 히틀러 경례 퍼포먼스로 고소당했던 독일 예술가, 무죄 선고받았죠. 그때 판사님 말씀이 요나단 메세의 작품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였다고 일축했다. /진중권 교수 트위터
진 교수는 "일베가 나치 수준이나 되나요?"라며 "히틀러 경례 퍼포먼스로 고소당했던 독일 예술가, 무죄 선고받았죠. 그때 판사님 말씀이 '요나단 메세의 작품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였다"고 일축했다. /진중권 교수 트위터

그러면서 진 교수는 "미적 평가로 끝낼 일을, 도덕적 단죄에 사법적 처벌까지 들어가야 성이 차니. 어휴"라며 "저 작품이 마음에 안 들 때 할 수 있는 최대의 것은 그냥 '몰 취향하다'고 말하며 지나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진 교수의 주장에 "만일 하켄크로이츠에 대해 작가가 이것에 대한 찬양이 아닌 의도로 전시해 놓은 경우에도 그냥 그렇게 '몰 취향하다'라는 말로 넘어가야 할까요? 한국에서는 유대인 대량 학살사건보다 일베 사건에 더한 혐오를 가진 게 현재 상황인데 말이죠"라고 반박했다.

진 교수도 이에 물러서지 않고 "일베가 나치 수준이나 되나요?"라며 "히틀러 경례 퍼포먼스로 고소당했던 독일 예술가, 무죄 선고받았죠. 그때 판사님 말씀이 '요나단 메세의 작품을 좋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것을 심판해서는 안 된다'였다"고 일축했다.

한편 홍익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31일 "환경미술에서 작품이 놓이는 장소는 작품과 결부돼 공간과 상징적으로 결합한다"며 "그러나 현재 작가가 밝힌 입장은 왜 전시 장소가 홍대 정문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답변이 되지 않는다. 조각물이 설치되는 공간이 공공성과 특정집단을 상징하는 곳이라면 표현의 자유의 범위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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