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헤드윅: 뉴 메이크업' 손지은 연출, 무엇이 어떻게 왜 변화했나①
입력: 2016.05.11 05:00 / 수정: 2016.05.10 16:47

헤드윅: 뉴 메이크업 손지은 연출 인터뷰.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을 이끄는 손지은 연출을 만나 새로운 시즌의 차별화 된 매력을 들었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 손지은 연출 인터뷰. 뮤지컬 '헤드윅: 뉴 메이크업'을 이끄는 손지은 연출을 만나 새로운 시즌의 차별화 된 매력을 들었다. /쇼노트 제공

손지은 연출이 밝힌 '헤드윅: 뉴 메이크업' 앞과 뒤-위와 아래

[더팩트 | 김경민 기자] 뮤지컬 '헤드윅'이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를 달고 익숙한 듯 새롭게 돌아왔다. 2005년 4월 국내 초연 이후 11주년을 맞이하기까지 매 시즌 조금씩 색다른 변화는 있었지만 이번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더욱 특별하게 다르다.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기존 소극장 무대를 벗어나 브로드웨이 극장으로 설정을 바꿨다. 뉴욕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헤드윅'이 지난 2014년 3월부터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시작한 것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헤드윅'의 새로운 버전을 기획했다.

헤드윅은 록스타 토미가 공연하는 뉴욕의 중심부인 타임스퀘어 건너편 브로드웨이의 한 극장을 빌린다. 흥행 참패로 막을 내린 뮤지컬 '정크 야드'(Junk Yard) 무대 철수 전날, 단 하루만 극장 사용을 허락받은 헤드윅은 이제 내일이면 사라질 한 뮤지컬의 세트 위에서 일생일대의 공연을 하게 된다.

'헤드윅: 뉴 메이크업'에서 헤드윅의 의상과 분장은 물론 무대 구성부터 미술, 세트, 편곡까지 변화가 곧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더팩트> 취재진은 최근 '헤드윅: 뉴 메이크업'의 전체적인 그림을 기획하고 연출한 손지은(32) 감독을 만나 이번 시즌만의 '새로운' 매력과 헤드윅에 녹아 있는 희로애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눈과 귀가 즐거운 헤드윅.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화려한 볼거리를 심고자 했다. /쇼노트 제공
눈과 귀가 즐거운 '헤드윅'.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화려한 볼거리를 심고자 했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벌써 열 번째 시즌이다. 재연은 초연보다 준비 기간이 길지 않지만 새로운 걸 보여주겠다고 나선 '헤드윅: 뉴 메이크업'은 크리에이브팀(연출 작가 작곡가 등)은 지난해 봄부터 회의를 시작하며 가열차게 달렸다.

뉴욕의 후미진 거리에 있는 허름한 모텔에서 무려 뉴욕의 브로드웨이로 입성한 헤드윅은 보다 화려해졌다. 드라마가 바뀐 건 없지만 '보여주는 것'에 조금 더 힘을 실어 들리는 이야기와 보이는 이야기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다.

"'뉴 메이크업'이라는 부제가 정말 좋았다. 소극장에서 대극장으로 옮기면서 '드라마를 어떻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기본적으로 극장 크기가 커졌으니 '보여줘야 한다'는 게 있어서 시각적인 서비스에 더 초점을 맞췄다. 무대 조명 음악감독 제작감독 등 다 모여서 매일 같이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김태영 무대 디자이너가 그린 스케치만 수백장이다. '이건 어떨까, 저건 어떨까'하며 각자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공유하려면 그림으로 표현해야 했다. '헤드윅'은 관객과 소통하고 그의 이야기를 들려줘야 하는 뮤지컬인데 극장이 커지면서 분산될까 봐 부담스러웠다. 그 부분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지만 이야기의 힘을 믿고 가능성을 봤다."

헤드윅: 뉴 메이크업 크레인 활용. 헤드윅: 뉴 메이크업에서 폐차장을 배경으로 크레인 장치가 위협적인 분위기를 낸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 크레인 활용. '헤드윅: 뉴 메이크업'에서 폐차장을 배경으로 크레인 장치가 위협적인 분위기를 낸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뉴 메이크업' 세트에는 실제 폐차장에서 공수한 다수의 차량이 배치돼 있다. 서로 엉켜서 쌓여 있는 폐차들은 무대 중앙에 선 헤드윅을 둘러싼 모양새다. 폐차장이라는 배경 자체가 헤드윅의 인생사와 오묘하게 어우러져 쓸쓸한 정적을 배가하기도 하고 위태로운 흔들림을 강조하기도 한다. 특히 헤드윅이 여성의 몸이 되고자 성전환 수술을 받을 때 무대 왼편에서 헤드윅을 집어삼킬 듯 등장하는 크레인은 공포 영화 못지않은 분위기를 조성한다.

손지은 감독은 "폐차장을 배경으로 자동차, 부속품, 천막, 수리 공간 등을 생각하면서 큼직한 게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크레인이 미관상 임팩트 있겠다고 떠올렸다"고 무대 장치에 대해 설명했다.

"크레인이 배경으로만 있으면 재미가 없으니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앵그리 인치'(Angry Inch) '위키드 리틀 타운'(Wicked Little Town) '익스퀴짓 콥스'(Exquisite Corpse) 등 세 장면에서 사용할까 고민하다가 가장 큰 임팩트를 주기 위해서 '앵그리 인치'에서 한 번 쓰기로 했다. 실제로 운용되는 걸 보니 구현이 잘 돼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더라. 크레인 안에 있는 조명은 수술대 조명 느낌이고 헤드윅을 따라다닐 때마다 위압감을 주더라. 조승우가 '앵그리 인치' 넘버에서 헤드윅이 트레일러를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타이밍에 크레인을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헤드윅 퇴장 쓸쓸한 이유. 헤드윅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하고 동시에 쓸쓸한 마음을 떠안은 채 퇴장한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 퇴장 쓸쓸한 이유. 헤드윅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발견하고 동시에 쓸쓸한 마음을 떠안은 채 퇴장한다. /쇼노트 제공

대극장 무대로 옮기면서 헤드윅의 퇴장도 달라진다. 소극장에서는 헤드윅이 객석을 지나 퇴장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트레일러 뒤 무대 벽면이 갈라진 틈으로 떠난다. 절박하게 붙잡고 있던 가발을 벗고 관객에게 등을 돌린 채 유유히 발걸음을 옮기는 헤드윅의 뒷모습은 깊은 여운을 남기는 '열린 결말'과 같은 효과를 가져온다.

손지은 감독은 "헤드윅이 그 문을 나가면 어떻게 됐을지 배우들도 생각이 다르더라"고 웃었다. 그는 "자신을 인정하고 그 삶을 살았을 수도 있고 자살했을 수도 있고 그건 아무도 모른다. 나를 발견한다는 게 행복한 일인 것만은 아니다"라며 "헤드윅은 역경과 고난의 시간이 많았으니 한순간에 녹여서 흘려보내기엔 아플 것이다. 그래서 뒷모습이 쓸쓸하고 슬프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남겨진 우리도 마찬가지지 않나"라고 해석했다.

"'헤드윅' 원작자 존 캐머런 미첼이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성소수자들에게 관대한 사회가 아닌데 왜 헤드윅을 좋아하는지 의아했다'면서 '분단국가라는 상황이 헤드윅 안의 베를린 분단 이야기와 공통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 아닐까'라고 이야기했더라.

한국인 특유의 한도 작용하는 것 같다. 괴로운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존재가 갖고 있는 그 사람의 한. 살풀이를 보면 뭔가 해소되면서도 되게 슬프지 않나. 헤드윅 퇴장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아주 시원하게 떠나보내는 게 아니라 애절하고 쓸쓸하고 눈물이 나고 아프면서도 한편으로 시원한, 그런 면에 공감하는 게 아닐까."

헤드윅의 메시지. 손지은 연출은 헤드윅을 통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쇼노트 제공
'헤드윅'의 메시지. 손지은 연출은 헤드윅을 통해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쇼노트 제공

손지은 감독은 누구보다 인간 헤드윅을 사랑하며 오랫동안 깊이 생각했을 터였다. 그가 생각하는 '헤드윅'의 메시지와 헤드윅의 본질이 궁금했다. 그는 "관객이 받아들이기 나름"이라며 "내가 이해하고 있는 헤드윅이 그의 삶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관객이 헤드윅을 보면서 이런 부분은 이해가 가고 이럴 땐 왜 그랬을까 생각하는 그 자체가 해석이 된다"고 말을 꺼내기 조심스러워했다. 그래도 재차 묻자 그는 "나만의 생각"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으며 입을 열었다.

"헤드윅은 자기가 만든 굴레에 갇혀 있는 사람이다. 여러 핍박을 받고 많은 일을 겪었지만 사실 자신이 가진 틀 안에서 스스로 계속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운명의 굴레 안에서 어딘가 있을 반쪽을 찾아야 하지만 사람들이 날 버렸다는 틀 말이다. 토미 노시스가 '위키드 리틀 타운'에서 헤드윅에게 '넌 존재만으로 소중한 사람이다. 스스로 사랑해라'는 말은 헤드윅의 틀을 깨는 것이다. 헤드윅이 자신을 인정하지 않다가 깨닫는 순간에 이츠학에게도 '너를 사랑해야 해'라고 한다. 이성이나 성별 문제가 아니라 사랑의 문제다.

'헤드윅'에서 제일 중요한 건 스스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랑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미드나잇 라디오'(Midnight Radio)를 부르면서 나가는 헤드윅은 행복했을 수도 있고 불행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사람이 얻은 깨달음은 있을 것이다. 남탓을 하거나 환경이 나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니라 나를 인정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싶었다."

shine@tf.co.kr
[연예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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