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공연리뷰] 당신은 정말 바라나요? '바람직한 청소년'
입력: 2015.12.09 08:27 / 수정: 2015.12.09 08:27

바람직한 청소년은 무엇인가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의 출연진이 이 같은 질문으로 극의 시작을 열고 있다. /벨라뮤즈 제공
'바람직한 청소년'은 무엇인가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의 출연진이 이 같은 질문으로 극의 시작을 열고 있다. /벨라뮤즈 제공

'바람직한 청소년'이 보여주는 학교의 민낯

[더팩트ㅣ정진영 기자] 학교는 정글이다. 신체적, 지적, 정신적 능력으로 끊임없이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어떤 부문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 하는 아이들은 쉽게 낙오된다. 사회에 나오기도 전에 그들은 '실패자' '낙오자' '반항아'란 딱지를 받는다.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바로 이런 학교의 민낯을 담은 작품이다.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 속에서 살아남고 자신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다.

극은 아웃팅으로부터 시작된다. 학교 친구와 남몰래 연인 관계로 지내던 전교 1등 모범생 이레(김대현, 정동화 분)는 누군가가 찍은 키스 사진 때문에 성적 취향이 전교생 앞에서 공개된다. 이 일로 그는 징계실에 갇혀 하루종일 반성문만 쓰는 신세가 된다.

이 징계실에는 오토바이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현신(오인하, 조풍래, 김보강 분)이 있다. 학교에서 극과 극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던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이해에 따라 동맹을 맺게 된다.

극은 전반적으로 가볍게 흘러간다. 동성애와 왕따, 청소년 범죄 등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위트 있는 장면과 대사로 웃음 포인트를 살렸다. 현신의 두 친구 재범(구도균, 류경환 분)과 종철(양경원, 차용학 분)은 적재적소에 등장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가도 순식간에 팽팽한 분위기를 풀어놓기도 한다. 실제 청소년들이 쓸법한 적나라한 욕설과 은어는 관객들에게 재미로, 때론 충격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모바일 메신저가 어떻게 괴롭힘의 수단으로 활용되냐고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심각한 괴롭힘과 따돌림을 겪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벨라뮤즈 제공
모바일 메신저가 어떻게 괴롭힘의 수단으로 활용되냐고요?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은 청소년들이 학교에서 얼마나 심각한 괴롭힘과 따돌림을 겪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한다. /벨라뮤즈 제공

특히 '현대판 감옥'이라고도 불리는 모바일 메신저가 어떻게 왕따와 괴롭힘에 활용되는가를 보여주는 장면은 청소년 문제에 관심이 없던 관객들의 눈을 충분히 사로잡고도 남을 듯하다. 이 신은 어른들의 약육강식 문화를 그대로 이어받은 아이들의 현실을 잔인할 정도로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모범생과 문제아, 괴롭히는 자와 괴롭힘당하는 자, 먹이사슬의 위로 올라가려는 아이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끌어내려지는 아이는 마지막까지 대비되며 관객들의 마음에 파장을 만든다. 특히 친구의 성적 취향을 함부로 공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찾지 않고 동성애를 했다는 이유로 한 명에게는 퇴학, 한 명에게는 30일 간 징계실 행이라는 벌을 내린 학교와 교사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바람직한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른다.

30일이 지나고 이레와 현신은 징계실을 나선다. 한 달 동안 두 사람은 학교가 바라던대로 정말 바람직한 청소년이 됐을까. 아마 어른들의 세상과 너무 닮은 10대들의 권력관계와 치열한 생존기는 이레와 현신 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관객들 모두를 성장시킬 것이다.

러닝타임 100분. 만 13세 이상 관람가. 오는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잘못했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레(왼쪽)와 현신(오른쪽)이 30일 동안 작성한 반성문을 체육 선생님 앞에서 읽고 있다. /벨라뮤즈 제공
'잘못했습니다.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이레(왼쪽)와 현신(오른쪽)이 30일 동안 작성한 반성문을 체육 선생님 앞에서 읽고 있다. /벨라뮤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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