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이슈] '흉악범' 61명, 그들의 이름은 '사형수'
입력: 2015.09.05 05:00 / 수정: 2015.09.05 18:02

61명의 사형수 지난달 27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장 모(25)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현재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모두 61명으로 늘었다. /더팩트DB
61명의 사형수 지난달 27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가 옛 여자친구의 부모를 살해하고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장 모(25)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하면서 현재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모두 61명으로 늘었다. /더팩트DB

61명의 사형수, 그들은 누구인가

#. 2014년 5월 19일 대구 달서구 한 아파트. 장모(당시 24) 씨는 배관수리공으로 위장한 채 옛 여자 친구 A 씨가 부모와 함께 사는 아파트에 침입해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장 씨는 범행 후 아파트에서 기다리다 밤늦게 귀가한 A 씨를 방에 가두고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A 씨는 아파트 밖으로 뛰어내렸다가 중상을 입었다.

재판에 넘겨진 장 씨는 "우리 딸과 헤어지라”고 다그치는 A 씨 부모에게 앙심을 품고 무참히 살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7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 장 씨에게 사형을 선고한 항소심 판결을 확정했다.

법원이 장 씨에게 사형 판결을 내린 것은 꼭 2년 7개월 만이다. 지난 2013년 1월 강화도 해병부대 총기난사 사건의 주범 김모(23) 상병에게 군사법원은 사형을 선고 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0일 이후 단 한 번도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사실상 '사형폐지국'이다. 사실상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음에도 대법원이 사형을 선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사형제 폐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유인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7월 6일 동료의원 172명의 이름으로 사형제 폐지법안을 발의했다. 국회가 사형제 폐지법안을 발의한 것은 15대 국회부터 총 7번이다.

그러나 그동안 사형제 폐지법안은 반대의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며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사형제 폐지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장 씨의 사건이 도마에 오르며 사형제를 폐지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며 찬반 논란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사형제를 폐지할 경우 흉악범죄자들이 더 대담한 생각의 길을 터놓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장 씨를 포함해 현재 생존해 있는 사형수는 모두 61명. <더팩트>는 '사형제 존폐'라는 '난제'에 앞서 현재 복역 중인 국내 사형수 현황을 내용별로 정리해봤다.

◆ 1997년 이후 사형 집행 '정지'…'실질적 사형폐지국'

최고령 사형수는 2010년 형이 확정된 77세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이른바 보성 어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전남 보성에서 20대 여대생 등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다. /더팩트DB
최고령 사형수는 2010년 형이 확정된 77세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이른바 '보성 어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전남 보성에서 20대 여대생 등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다. /더팩트DB

국내에서 사형이 마지막으로 집행된건 1997년 '지존파' 살인사건 피의자들이다. 이후로 18년째 사형 집행은 멈춰 있다. 국내 사형 집행의 시작은 1949년 7월 14일이며 이후 집행된 사람은 모두 920명이다.

그렇다면 사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죄수는 누가 있을까. 먼저 최장기 복역 사형수는 원언식이다. 그는 1993년 사형이 확정된 이후 24년째 광주교도소에 구금 중이다. 원언식은 아내가 종교에 빠져 가정에 소홀하다는 이유로 1992년 10월 원주 여호와의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15명을 살해했다.

최고령 사형수는 2010년 형이 확정된 77세 오종근이다. 오종근은 이른바 '보성 어부' 사건을 일으킨 장본인으로 전남 보성에서 20대 여대생 등 4명을 바다에 빠뜨려 살해했다.

최연소 사형수는 '강화도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김민찬이다. 당시 23세였던 그는 해병대 2사단 초소에서 선임병의 가혹 행위와 기수 열외 등을 이유로 총기를 난사해 상관 등 4명을 살해했다.

김민찬과 같이 군에서 범죄를 저질러 사형을 선고받은 '군 사형수'는 3명이다.

1996년 사형이 확정된 김용식은 그해 강원도 철원군 육군 모 부대에서 상관의 욕설을 듣고 격분해 사병 3명을 살해했다. 2005년 경기도 연천군 최전방초소(GP)에서 내무반에 수류탄을 투척하고 총기를 난사해 8명의 목숨을 앗은 김동민도 있다.

◆ 연쇄살인에서 패륜범죄까지…

최악의 패륜아, 최악의 연쇄살인범 부모를 난자 살해한 패륜아 박한상(왼쪽)과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각각 1994년, 2005년에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MBC 뉴스영상 캡처, KBS뉴스영상 캡처
최악의 패륜아, 최악의 연쇄살인범 부모를 난자 살해한 '패륜아' 박한상(왼쪽)과 21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각각 1994년, 2005년에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MBC 뉴스영상 캡처, KBS뉴스영상 캡처

우리에게 '최악의 살인마'로 기억되고 있는 사형수는 정두영, 강호순, 유영철이 있다. 그들은 엽기적인 연쇄살인을 저질러 '사이코패스'로 분류된다. 즉 살인을 저지르는 데 있어 '감정'이 없을 정도로 잔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두영은 2001년 부산과 대전에서 강도 행각을 벌이며 총 9명을 죽였다. 강호순은 보험금을 타내려고 아내와 장모를 죽인 뒤 자신의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부녀자 8명을 납치·성폭행하고 살해했다.

특히 2005년 사형 선고를 받고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유영철은 '연쇄 살인마'라고 말하면 가장 먼저 떠오를 법한 사형수다. 그는 2003년 9월부터 2004년 7월까지 21명을 쇠망치로 때려 살해했다.

'최악의 살인마'로 분류해도 아깝지 않을 인면수심의 사형수도 많다.

'패륜아의 대명사'로 불리는 박한상은 100억 원대 유산을 노리고 25cm 등산용 칼로 부모를 난자해 살해한 뒤 집에 불을 질렀다. 그는 1994년 사형 확정판결을 받았다. 자신의 카드빚을 갚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어머니와 할머니를 살해한 '패륜범' 김근우도 있다.

이외에도 동료 조직원을 살해한 뒤 사체의 장기 일부를 꺼내 공범들과 나눠 먹은 폭력조직 '영웅파' 두목 이순철, 재혼한 아내의 딸을 상습적으로 성추행해 구속된 뒤 '더는 그러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아내가 고소를 취하하자 곧바로 아내, 의붓딸 등을 망치와 가위로 살해한 김중호 등 파렴치한 사형수들도 많다.

현재 생존 사형수 61명 2015년 현재까지 생존하는 사형수를 포함한 전체 사형수 명단 및 범죄 내용이다. /그래픽=안지민 인턴 기자
현재 생존 사형수 61명 2015년 현재까지 생존하는 사형수를 포함한 전체 사형수 명단 및 범죄 내용이다. /그래픽=안지민 인턴 기자

현재 생존 사형수는 61명. 이들로 인해 희생 당한 피해자는 210명이다.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다면 그 수는 210명을 훌쩍 뛰어 넘는다.

한편 세계적으로 사형제는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현재 98개국이 사형제를 폐지했다. 하지만 한국갤럽이 발표한 사형제 폐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3%가 '사형제를 존속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사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견해는 27%에 그쳤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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