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연제경찰서는 2일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헐값에 구매한 뒤 원금 잔액을 부풀려 대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5)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법무사 서모(43) 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부산경찰청 제공 |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 절차를 악용해 서민 돈 뜯어낸 '악성 사기단'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악용해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브로커 등으로부터 헐값에 대량으로 사들여 303억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신청한 불법채권 추심업자들이 무더기로 검거됐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일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헐값에 구매한 뒤 원금 잔액을 부풀려 대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5)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법무사 서모(43) 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2년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원금의 2~6%의 헐값에 사들인 채권을 부풀려 2만6851명의 채무자를 상대로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을 이용해 303억6000만 원 상당의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16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합법을 가장하기 위해 법무사에게 매월 자문료 명목으로 100~130만 원을 주고 명의를 대여받아 법무사 명의로 소송에 임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자문료 외에도 건당 5000원 상당의 수수료를 내고 채무자에게 법무사들이 소송행위를 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채무자들이 물건을 사들인 뒤 오랜 기간이 지나면 남은 금액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과 대법원 전자소송시스템은 원금 등 진위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는다는 사실, 채무자가 소송 관련 서류를 송달받은 후 2주 이내에 이의신청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임의대로 부풀린 금액이 지급명령으로 확정된다는 허점을 악용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신용정보회사와 정상적인 채권을 받아내는 것처럼 계약을 체결한 뒤 4만 명 상당의 무차별적인 신용조회를 했다. 그 중 비교적 신용상태가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우선하여 지급명령을 신청했다.
부산 연제경찰서는 2일 소멸시효가 지난 채권을 헐값에 구매한 뒤 원금 잔액을 부풀려 대금을 갚지 못한 서민들을 상대로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최모(35) 씨 등 9명을 구속하고 법무사 서모(43) 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부산경찰청 제공 |
채권추심과정에서 이미 사망한 사람에 대해서도 무차별적으로 전자소송을 제기해 그 가족들을 괴롭히고 채무자의 이의신청으로 각하 처리된 사안에 대해서는 업체 명의를 바꿔 재차 지급명령을 신청하는 등 지속해서 채무자들을 압박했다.
지급명령이 확정되면 전화를 이용해 마치 집행관이나 법무팀으로 속여 주거지나 직장, 유체동산 등을 압류하겠다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등 채권확보를 시도했다.
또한 채무자가 거래하는 금융기관으로부터 빠르고 쉽게 채권을 압류하기 위해 거래은행을 몰래 알아내려는 방편으로 속칭 '은행따기'도 저질렀다. 이들은 채무자의 개인정보로 채무자가 직접 금융기관에 전화하는 것처럼 가장해 거래 은행을 알아내고 해당 은행을 제3채무자로 특정해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했다.
이들은 15명 이상의 직원들을 고용하고 수사기관의 단속을 피하려고 사무실을 수시로 옮기면서 불법 채권추심업체를 운영했다.
고용한 직원들에게는 채무자를 다루는 기술과 집행관을 사칭하는 방법 등 업무 매뉴얼을 만들어 직원 1명당 월 900만 원 이상의 돈을 받아내도록 하고 성과급을 주는 조건을 내걸었다.
경찰은 "피해자들이 대부분 10년 또는 20년 전에 물건을 할부로 사들였다 이를 제대로 갚지 못한 서민들"이라며 "자신의 채무를 까마득히 잊고 있다가 봉변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불법채권추심업체 피해 추가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불법 혐의가 확인된 20여 개 업체 대표자를 소환해 수사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더불어 금융채권이나 대부채권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