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현장] 추석 기차표 '예매 전쟁'…엇갈린 '희비'
입력: 2015.09.01 11:41 / 수정: 2015.09.01 11:46

예매하러 왔어요 1일 오전 추석 연휴 기차표 현장 예매를 위해 많은 인파가 서울역에 몰렸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예매하러 왔어요' 1일 오전 추석 연휴 기차표 '현장 예매'를 위해 많은 인파가 서울역에 몰렸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잠도 안 자고 왔는데,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1일 이른 아침 서울역에는 기차표 예매를 놓고 한바탕 '전쟁' 벌어졌다. 코레일이 이날 오전 9시부터 경부선을 비롯해 경전·대구·충북·경의·동해 남부선 추석 기차표 '현장 예매'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새벽부터 빼곡히 늘어선 '예매 행렬'에 시민들은 혀를 내둘렀다. 그들은 꼭두새벽 잠을 설쳐 고역이 따로 없다고 토로했다. 맨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시민, 미리 챙겨 온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시민, 이들 모두 다가올 추석에 고향으로 가는 기차표를 끊기 위해 서울역에 모였다.

언제가 좋을까? 추석 연휴 기차 시간표를 보면서 예매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시민. /서울역=이성락 기자
'언제가 좋을까?' 추석 연휴 기차 시간표를 보면서 예매 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 시민. /서울역=이성락 기자

"뭔 사람이 이렇게 많아."

'현장 예매'가 시작되기 세 시간 전인 오전 6시 서울역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장사진을 이뤘다. 기차표를 구매하려는 시민들로 대기실은 가득 찼다. 시민들은 '현장 예매'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곳곳에 들리는 하품 소리, 밤을 꼴딱 새운 시민들도 다수였다. 그들은 치열한 '예매 경쟁' 탓에 스스로 노숙을 자처했다. 밤사이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얼굴엔 피곤함이 역력했다.

맨 앞줄에 자리를 잡은 정 모(54) 씨는 "전날 오후 10시부터 줄을 섰다"고 말하며 멋쩍은 듯 뒷머리를 긁었다. 옆에 있던 김 모(70대) 할아버지 역시 "이게 뭐하는 건지 참"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다행이다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에 성공한 시민이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역=박수민 인턴기자
'다행이다' 추석 연휴 기차표 예매에 성공한 시민이 미소를 짓고 있다. /서울역=박수민 인턴기자

"추석 기차표 예매 시작합니다."

오전 8시 58분 본격적인 '예매 전쟁'에 돌입하기 위한 시민들의 마음속 초읽기가 시작됐다. 시계추가 9시를 가리키자 오랜 시간 기다린 맨 앞줄 시민들이 일어나며 추석 기차표 현장 예매가 시작됐다.

기차표를 예매하고 나오는 시민들의 표정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원하는 시간에 기차표를 예매한 시민들은 오랜 인내 끝에 얻은 결실(?)을 가족들에게 전하기 위해 휴대전화를 들었다.

김 모(70대) 할아버지는 매표소를 나서며 연신 흡족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 할아버지는 "아까 일부 시간대 부산 표 매진이 전광판에 나와서 걱정이 많았다"며 "두 시간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했다.

예매 시작 이날 추석 연휴 기차 현장 예매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됐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예매 시작' 이날 추석 연휴 기차 '현장 예매'는 오전 9시부터 11시까지 진행됐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15분쯤 지났을까. 서울역 안내 방송을 통해 25일 오후 시간대 여러 하행선 기차표가 매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비교적 뒷줄에 대기하던 시민들은 발을 동동댔다.

포항행 기차표를 예매한 이 모(30대·여) 씨는 "그래도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그는 "7시부터 기다렸지만 원하는 시간대는 구하지 못했다"며 "하지만 일단 다른 시간대 표를 구해서 한시름 놓았다"고 말했다.

오래 기다렸어 서울역을 찾은 한 시민이 예매한 기차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역=박수민 인턴기자
'오래 기다렸어' 서울역을 찾은 한 시민이 예매한 기차표를 살펴보고 있다. /서울역=박수민 인턴기자

하지만 예매를 하지 못한 이들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 오전 10시를 기해 25일과 29일의 KTX 하행선 기차표가 매진되자, 시민들의 탄식이 이어졌고, 일부는 서울역 직원에게 항의했다. 이들은 "전석이 매진되었습니다"라는 안내 방송이 나오자 고개를 떨궜다.

뒷좌석에서 만난 김(51·여) 모 씨는 "희망이 거의 없어 보인다"며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내 차례는 언제 이날 오전 10시 24분께 25일·29일 하행선 열차 대부분이 매진됐지만, 잔여석을 예매하기 위한 시민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내 차례는 언제' 이날 오전 10시 24분께 25일·29일 하행선 열차 대부분이 매진됐지만, 잔여석을 예매하기 위한 시민들은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서울역=이성락 기자

현장 예매는 11시까지 진행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시민들은 아쉬운 마음에 쉽사리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치러진 '예매 전쟁' 말미에는 기차표를 구한 이들과 구하지 못한 이들의 '희비'가 분명하게 갈렸다. 다음날인 2일에는 호남·전라·장항·중앙·태백·영동·경춘선 노선 예매가 진행된다. 또 한 번 한바탕 '예매 전쟁'이 예고된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차표 예매에 실패하더라도 낙심할 필요 없다. 기차표가 매진되더라도, 일정이 맞지 않거나 잘못 예약해 취소하게 되는 잔여 좌석이 분명히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는 3일 온라인과 역·대리점에서 잔여석 예매가 있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일부 구간은 좌석, 일부 구간은 입석으로 구성된 '병합승차권' 예매가 23일 진행될 예정이다.

[더팩트ㅣ서울역=이성락 기자·박수민 인턴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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