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포커스] 구파발 총기사고 '의혹'…"경찰이 총 쏘고 장난이란다"
입력: 2015.08.29 05:00 / 수정: 2015.08.28 23:24

의혹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박 모(54)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자 숨진 박 모(21) 상경의 대학 동료를 중심으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철영 기자
'의혹'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와 관련해 경찰이 피의자 박 모(54)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자 숨진 박 모(21) 상경의 대학 동료를 중심으로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조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철영 기자

"경찰,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하고 있다" '의혹'

지난 25일 오후 5시 발생한 구파발 검문소 총기 사고를 놓고 '제 식구 감싸기' '27년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진술' 등 의혹이 일고 있다.

총기 사용에 엄격해야 할 경찰이 의무경찰(의경)을 향해 권총을 겨눴고, 이 과정에서 실탄이 발사돼 박 모(21) 상경이 숨졌다. 권총을 쏜 은평경찰서 박 모(54)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라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이 박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를 적용하자, 숨진 박 상경이 다니던 대학 동료들은 경찰의 '제 식구 감싸기식' 조사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들은 경찰이 피의자 박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사건이 그저 장난에 의한 '오발사고'로 매듭지어지는 것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장난이었다는 박 경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적용…"이해 안 돼"

장난이라기엔 짙은 의혹 박 상경의 학교 동료 측은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라는 박 경위의 진술에 대해 장난인데, 정확히 박 상경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철영 기자
장난이라기엔 짙은 의혹 박 상경의 학교 동료 측은 "장난으로 방아쇠를 당겼다"라는 박 경위의 진술에 대해 "장난인데, 정확히 박 상경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이철영 기자

28일 <더팩트>와 만난 박문수(24) 동국대 문과대학 학생회장은 박 경위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적용된 것을 가장 먼저 지적했다. 그는 2012년부터 박 상경과 인연이 있는 직속 선배이자 이번 총기 사고 '의혹'에 대해 적극적인 진상 규명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업무상 과실 치사 혐의'가 납득되지 않는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경찰이 경찰을 조사하는 '셀프조사'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런 혐의가 적용된 것"이라며 경찰의 '부실 수사'를 지적했다.

'장난이었다'는 박 경위의 진술에 대해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분노했다.

그는 "'총기는 장난으로도 겨누지 말라'는 건 누구나 안다"며 "장난으로 권총을 겨눴는데, 정확히 박 상경의 왼쪽 가슴을 관통했다는 점도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상경의 사인은 '좌측 흉부 손상(심장 및 폐 관통)'이며 박 상경은 사고가 발생한 지 1시간도 되지 않아 숨을 거뒀다.

그는 설령 '장난'이었더라도 경찰이 의경에게 실탄이 장전된 총기를 겨눈 것은 명백한 '가혹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게 장난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군 인권 수준을 말해주는 것으로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 측은 책임 있는 사람의 책임 있는 사과, 즉 강신명 경찰청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유감 표명과 사과를 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을 단지 '박 경위의 개인적인 문제'로 보지 않겠다는 의미다.

박 문과대 학생회장은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리고 박 상경과 같은 억울한 죽음이 없어지려면 경찰이 재발 방지를 위해 나서야 한다"며 "의경 인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여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의혹' 짙은 구파발 총기사고, "아직 수사 진행 중"

안녕 28일 오전 8시 박 상경의 발인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국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오전 10시 은평경찰서에서는 박 상경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성락 기자
'안녕' 28일 오전 8시 박 상경의 발인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국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오전 10시 은평경찰서에서는 박 상경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이성락 기자

이번 사고에 관한 의문이 이는 또 다른 이유는 박 경위가 쏜 첫발이 실탄이었다는 점이다. 이를 근거로 박 경위가 '고의'적으로 격발했다는 의혹이 짙다. 경찰 총기 규정에는 첫 발을 쏘면 공포탄이어야 한다. 그러나 사고 당시에는 실탄이 그대로 발사됐다.

박 경위는 경찰 조사에서 "첫발은 탄환이 들어있지 않은 '공격발'인 줄 알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7년 차 경찰인 박 경위가 총기 관련 규정을 잘 모르고 있었다는 점은 언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또, 박 경위가 권총에서 오발 방지 장치인 고무를 직접 제거한 것도 의심스러운 부분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경찰이 아닌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군인권센터는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6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이 직접 수사를 지휘해 사건의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면서 "장전 시 실수가 있었더라도 권총을 정확히 박 상경 급소를 향해 겨눈 것과 오발을 방지하는 고무를 제거한 것을 고려하면 '미필적 고의'를 의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수사 과정에서 '미필적 고의'가 밝혀지면 박 경위를 살인죄로 기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학생과 군인권센터 측의 의혹에 대해 경찰은 "아직 수사를 진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은평경찰서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봐주기식의 수사는 절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수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고의 부분이 인정될만한 내용이 발견되면 언제든지 죄명은 바뀔 수 있다. 아직 결론이 난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28일 오전 8시 박 상경의 발인이 서울 노원구에 있는 한국 원자력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자리에는 박 상경의 유족, 대학교 선·후배·동기들이 함께했다. 이후 박 상경의 시신을 실은 운구차는 은평경찰서로 향했고 오전 10시 은평경찰서에서 박 상경의 영결식이 치러졌다.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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