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유죄? 뮤죄?' 최근 법원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하는 이른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해 엇갈린 판단을 내놓고 있다./남윤호 기자 |
사법부가 양심적 병역 거부를 두고 오락가락 판결을 내놔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항소 2부(이종채 부장판사)는 지난 12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A(22) 씨 등 3명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병역의무는 국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기본 의무로, 양심의 자유가 헌법상 병역의무보다 우월한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반면 수원지법 형사2단독 황재호 판사는 지난 13일 병역법 위반으로 기소된 B(24)씨 등 '여호와의 증인' 신자 2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2004년 5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판결이 나온 이후 다섯 번째이며 하루 사이에 같은 법원에서 다른 판결이 나온 것이다.
황 판사는 "피고인이 병역을 거부할 경우 실형을 사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병역을 거부하는 것을 고려해 볼 때 종교적 신념에 근거해 병역을 거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법원의 엇갈린 판결은 11년 전에도 있었다. 당시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한 혐의(병역법위반)로 기소된 피의자에게 춘천지법 이철의 판사는 유죄, 서울남부지법 이정열 판사는 무죄를 각각 선고했다. 법원의 다른 판결로 인해 사회적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대법원은 지난 2004년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기에 피고인의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더팩트 DB |
대법원은 지난 2004년 "병역의무는 궁극적으로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기에 양심의 자유가 헌법적 법익보다 우월한 가치라고는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법적 법익을 위해 양심의 자유를 제한한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허용된 정당한 제한이라 할 것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근거로 2007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난 2004년 병역법 88조 제1항 제1호의 위헌제청 심판에서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하여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고 했다.
양심상의 결정이 법익교량 과정에서 공익에 부합하는 상태로 축소되거나 그 내용에서 왜곡·굴절된다면 이는 이미 '양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재는 2011년에도 양심에 따른 병역 거부자를 처벌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10년이 넘은 지금 현재도 하급심 판결은 여전히 다르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판단 이유와 헌법상 위헌 소지가 없다는 헌재의 판단에도 법조계 내에서 다른 판결이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법관의 가치관과 법리 해석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한별의 전세준 변호사는 "단독 판사일 경우는 독립된 법관의 양심과 판단에 따라 법리를 해석·적용할 수 있다"며 "이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사건 외에도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교적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하는 행위는 아직까지 국민 정서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법조계 안팎에서도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확고한 판단 정립은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헌재는 이르면 올해 안에 병역법 조항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yaho1017@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