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되는 헛소문" 지방흡입이 기계 판매자에게 배워 하는 야매수술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역삼동=박수민 인턴기자 |
"말도 안 되는 소문…사실과 다르다"
최근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복부지방 흡입 수술을 받던 50대 여성이 사망했다. 부검 결과 수술 중 과다출혈과 저혈류성 쇼크로 숨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수술을 받은 브라질 여성 모델 역시 과다출혈로 사망했다. 이 같은 사고가 이어지자 '지방흡입은 기계 판매자가 가르치는 야매수술이다'는 소문이 돌았다. 또 마취전문의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더팩트> 취재진은 17일 서울 강남·서초구 일대 지방흡입 전문 병원 두 곳과 광주시 소재 병원 한 곳을 찾아 '지방흡입은 야매'라는 소문의 실체를 확인했다. 두 곳에서는 실제 지방흡입 상담을 받았고 한 곳은 관계자에 전화로 문의했다.
"마취 전문의는 필요하지 않다" 마취에 관련한 질문에 지방흡입 상담실장은 수술 시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전문의가 있을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역삼동=박수민 인턴기자 |
◆ "수면·부분마취한다…마취 전문의 필요치 않아"
이날 오후 2시께 취재진은 예약해 둔 역삼역 부근 지방흡입 전문 A 병원을 찾았다. 안내데스크 직원은 키와 몸무게, 원하는 지방흡입 부위, 수술 경험 여부 등을 묻는 서류 작성 후 체성분을 분석했다. 이후 곧바로 상담으로 이어졌다.
소문의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 마취 전문의가 있느냐는 질문에 상담실장은 "지방흡입은 수술 시 전신마취가 아닌 수면마취가 들어가기 때문에 전문의가 필요하지 않다"며 "지방흡입 부위가 더 작고 간단한 '미니 지방흡입'의 경우에는 부분마취를 한다"고 답변했다.
지방흡입 의료 사고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과다출혈에 관해서도 짤막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수술 전 혈관수축 주사를 필수적으로 놓고 빈혈 증세가 있는 환자에게는 철분제를 복용하게 한다"며 "지방을 많이 제거하는 경우 과다출혈 위험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떠도는 소문에 관해 이야기를 꺼내자 상담실장은 "말도 안 된다. 내가 뭐라고 말할 것 같으냐"며 웃었다.
다음 병원으로 이동했다. 선릉역 부근 B 병원에서 소문에 대해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B 병원 상담실장은 "지방흡입 기계 작동법이 쉽다. 아무래도 그래서 그런 이상한 소문이 나는 것 같다"며 "지방흡입은 의사의 기술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수술이다. 수술을 원한다면 의사의 수술 횟수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의료진 부주의가 가장 위험" B 병원 의사는 지방흡입 중 일어나는 사고는 대부분 의료진의 부주의 때문이라고 밝혔다. /삼성동=박수민 인턴기자 |
◆ "의료진 부주의가 사고 원인"
지방흡입은 왜 극단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하는 걸까. B 병원 의사는 과다출혈과 장기 손상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잘못된 기계 사용과 의료진의 부주의를 지적했다.
그는 "지방흡입은 기계 선택이 환자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며 진동식 기계와 진동이 없는 수동식 기계에 대해 언급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진동식 기계의 경우 진동이 크다 보니 주변 혈관이나 내장을 건드릴 위험이 훨씬 크다. 외국에서는 고도비만 환자에게 주로 사용되는 기계다. 진동이 큰 대신 빠르게 많은 양의 지방을 흡입할 수 있다.
의사는 "흡입 과정에서 출혈이 생기는 경우 수술을 멈추고 큰 병원으로 옮기면 환자는 살 수 있다"며 "그런데 무리하게 수술을 강행해서 환자의 생명이 위협받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부 지방흡입은 위험도가 높은 수술이다. 진동 기계 대신 수동식 기계로 수술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광주에 있는 C 지방흡입 병원 관계자 김 모 씨는 "야매로 배워서 한다는 소문을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의사가 지방흡입 기계를 구매하는 경로는 대부분 기계를 만드는 회사가 여는 세미나를 통해서다"며 "기계를 사면 업체에서 직접 병원으로 와 작동법을 알려준다. 그런데 그것뿐이다. 기계마다 켜고 끄는 작동법은 다르지만, 지방흡입 방식은 같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계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수술하는 의사의 숙련된 기술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더팩트ㅣ서초·강남구=박수민 인턴기자 cosmicbeige@tf.co.kr]